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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친 인간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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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속이 풀렸다는데, 나는 왜 잠이 안 오지

퇴근길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잠깐 통화돼?”

주차장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시동을 끄고 받았다.

회사 이야기였다.
팀장이 이상하고.
동료는 얄밉고.
또 다른 동료는 자꾸 자기에게 일을 넘기니
본인만 손해를 본다고 했다.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알게 된지 몇 년 되었다.
만난 적은 없다. 얼굴은 모르지만, 집안 사정, 비밀, 기호 식품, 숨겨둔 애인까지 안다.

이제는 인사평가 및 선 볼 상대도 주선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42분쯤 지나 배우자에게 메시지가 왔다.

“주차장에서 살아?”
"주차장에 애인 숨겨놨니?"

집에 거의 다 왔다고 답했다.
거리는 맞다. 거리상 다온건 맞잖아. 거짓말 아니다.
퇴근은 아직 못 했다는게 문제지

친구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역시 너랑 이야기하니까 좀 살겠다.”

다행이다.
한 명은 살았다.

저 놈 살릴려고 내 기가 빨리는 구나
기빨린 모드로 집에 가니
와이프가 회사에서 고생 많았냐고 한다.

나는 식은 저녁을 먹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그 팀장에게 계속 화가 났다. 나쁜 놈,,,

상대가 이야기하고 편해졌다는 것과, 듣는 나도 괜찮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처음에는 해결해주고 싶었다.

이직 공고를 보내줬다.
“여기는 연봉이 별로야.”
"저기는 집에서 멀어"
"거기는 동료가 다 남자래"

팀장과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럼 말로 하지 말고, 주먹으로 해결하라고 했다.
퇴근하고 옥상으로 부르라고,

회사 옥상이 잠겨있단다.

그럼 당분간 자기 일만 하라고 했다.
“내가 안 하면 누가 해.”

방법을 하나 낼 때마다 안 되는 이유가 나왔다.
해결사 본능이 터졌다.
그런데,,,
친구는 회사에서 부당한 요구를 막지 못한다더니.
내 제안은 아주 잘 막았다.
이 스킬은 나한테만 쓰냐?

나중에는 알 것 같았다.
친구는 오늘 회사를 바꾸려고 전화한 것이 아니었다.
내일도 그 회사에 갈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부정적 에너지를 나에게 주고, 내 맑은 에너지를 가져가고 싶었던 것
에너지 교환의 법칙이 여기서도 성립되네

그럴 수 있다.
힘들다고 말할 때마다 당장 행동 계획까지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배우자에게 회사 욕을 할 때.
“그럼 내일 그만둬”라는 답을 원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먼저
"대출은 누가 갚고?"
"아이 분유는?"
"부모님 병원비는?"

와이프가 이야기한다.
"팀장하고 이야기해봐"

음... 그래도

친구가 버틸 힘을 얻는 방식이 매번 내 저녁 시간을 쓰는 것이라면, 내 쪽에서도 할 말은 있다!!!

명리에서 인성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쪽으로 크게 작용하는 장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얼마나 답답하면 전화했겠어.
다른 데서는 이런 말도 못 하겠지.
내가 끊으면 혼자 얼마나 힘들까.

상대의 사정은 자세히 헤아린다.
그런데 내 사정은 자꾸 작은 것으로 만든다.
나는 아직 참을만 하지

나는 밥만 먹으면 되니까.
나는 조금 늦게 자면 되니까.

그 조금이 쌓였다.
친구의 팀장은 퇴근했을 텐데.
나는 그 사람 때문에 밤 11시22분 까지 근무 중이었다.

상대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마음이, 내가 언제나 들어줘야 한다는 의무가 될 필요는 없다.

또 비겁의 같은 편이라는 마음이 붙으면 같이 화내는 일이 우정을 확인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 팀장 진짜 이상하네.”
“네가 있으니까 회사가 돌아가지.”

친구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나도 잠깐 뿌듯하다.
역시 내가 사람 마음을 잘 알아준다...
나는 공감의 달인인가?

솔직히 듣는 나에게도 얻는 것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분...
와이프는 나 세상에서 젤 쓸모없는 인간 취급하던데

문제는 친구가 나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너무 성실했다.
평일 저녁마다 출근했다.

어느 날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나 오늘은 밥 먹어야 해서 10분만 통화할 수 있어.”

친구가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
“많이 바빠?”

바쁘지는 않았다.
밥을 먹고 싶었다. 나 배고프다고,,,
아니면, 짜장면 배달시켜주고 전화하던지

이걸 중요한 일정처럼 설명하려니 이상하게 민망했다.
거창한 약속이 있어야 전화를 끊을 자격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응. 오늘은 길게 못 들어.”

말하고 나서도 마음에 걸렸다.
얘가 정말 힘들면 어떡하지...
역시 나의 인간성이란 ...

그런데 잠시 뒤 단톡방에 친구가 사진을 올렸다.
치킨이었다.

“오늘도 고생한 나에게.”

잘 먹고 있었다.
내가 끊는다고 인생까지 끊기는 것은 아니었다.
치킨 나도 잘 먹는데
치킨 나도 먹을줄 아는데
나한테 상담한 것,,, 매일 치킨 하나씩 시켜줘도 되는거 아니냐?

물론 사진 한 장으로 안 힘든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힘들어도 치킨은 먹는다.
나도 그렇다... 치킨 요즘 비싸니까,,, 김밥 한줄이라도
뭔가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야?

다만 내가 통화를 계속하지 않아도, 친구에게는 자기 저녁을 보내는 방법이 있었다.

힘든 사람과 가까이하면 내 운까지 나빠진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왠지 그런것 같다.
누가 에너지 뱀파이어 만나지 말란 이야기 하니까, 이 친구 삭제 차단해야 할 것 같다.

처지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가릴 일도 아니다.
나는 이성적이고 미신을 안 믿는 과학 신봉자니까...
그런데, 안들키고 차단하는 방법을 인공지능에게 물어보고 있다.
인공지능을 쓰면, 그것은 과학인 것

그러나 과학 이전에
살필 것은 반복되는 관계의 방식이다.

내가 오늘은 어렵다고 했을 때 받아들이는가.
내 이야기도 들을 자리가 있는가.
도움을 받는 것과 내 생활을 계속 차지하는 것을 구분하는가.

친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친구일 수 있다.
전화 한 번 짧게 받았다고 그동안의 우정이 취소되는 것도 아니다.

그날은 따뜻한 저녁을 먹었다.
조금 편했다.

그런데 먹다 보니 억울함이 올라왔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들어줬는데.
10분만 통화하자는 말에 그렇게 서운해할 일인가.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 통화돼?”

친구가 된다고 했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매번 하소연만 듣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지.
조언해도 듣지 않는 사람 때문에 얼마나 지치는지...

한참 말하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밥 안 먹어?”

익숙한 상황이었다.

나는 말했다.
“아, 밥 먹어야 돼? 그럼 이것만 이야기하고... 넌 밥이 더 소중해? 우정이 더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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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 내 사주로

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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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2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ㅋㅋㅋ친구야, 집에 여왕님 지시가 있어서 밥 다먹고 전화 다시할게..🤣🙏

  • 키네시스·

    아.. 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