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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친 인간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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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 때는 형제였는데, 정산할 때는 외주도 아니란다

친구에게 밤 11시에 전화가 왔다.

“너 제안서 좀 볼 줄 알지?”
“얼마나 급한데?”
“내일 아침.”

내일 아침이면.
제안서가 아니라 구조 요청이다.

친구가 말한다.
“이번 계약만 따면 숨통이 트여. 네 작업비도 챙길게.”

마음이 움직인다.
돈 때문만은 아니다.
친구가 나를 이렇게 필요로 하는데.

파일을 열었다.
12장이다.
제목을 빼면 11장이고, 회사 소개를 빼면 내용은 거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거니?
그런 생각과 동시에, 자랑할 생각에 우쭐해졌다.
짜식 넌 역시 안되,,,

일단 밤을 새웠다.
자료를 찾아 넣고.
숫자를 맞추고.
발표 순서도 고쳤다.
보내고 나니 새벽 3시

새벽 3시에도 답장이 바로 왔다.

“역시 너밖에 없다.”
“이 은혜 안 잊는다.”
"내가 아는 사람 중 니가 제일 똑똑해"

고맙다는 말이 계속 와서, 그런가? 아니면 내 똑똑함에 감동했나? 잠이 조금 덜 오는 것 같았다.

아침에는 눈이 안 떠졌다. 회사에 지각했다.
부장님에게 욕 먹었지만,
그래도,,, 의리,,, 의리 앞에서 욕 쯔음이야.

며칠 뒤 친구가 연락했다.
“계약됐다!”

나도 기뻤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작업비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는 친구인거고, 의리도 의리인거고,,,

답장이 늦어진다.

급할 때는 새벽 3시에도 깨어 있던 사람이.
이제는 오후 3시에도 찾기 어렵다.

도움이 필요할 때의 간절함과, 도움을 받은 뒤 약속을 지키는 태도는 따로 봐야 한다.

일주일 뒤 겨우 통화했다.

“그때 작업비 챙겨준다고 했잖아.”
“아, 그거. 근데 금액을 정한 건 아니잖아.”

맞다.
금액은 안 정했다.
그렇다고 0원으로 정한 적도 없다. 우리는 그때 서로 다른 계약서를 구두로 맺은 거냐?

친구가 덧붙인다.
“나는 네가 친구로 도와준 줄 알았지.”

나도 친구로 도왔다.
그래서 야간 할증도 안 붙였고.
급행료도 안 물었고.
내용이 왜 이것밖에 없냐는 말도 17번 참았다.
욕도 안했다. 사실 내가 받아야 할 비용은 욕 참으면서 터진 내 속 치료비인데

물론 내 전문성으로 보면, 다른곳에다가 이 작업하면, 수백만원은 받을 건데,
친구니까,, 아주 싸게 해줄 용의가 있었다.
90%할인
95%할인도 해줄려고 했다.

친구라는 이유로 싸게 한 것과.
친구라는 이유로 무료인 것은 다른데...

지금 그 차이를 나만 이야기하고 있다.

명리에서 비겁의 같은 편이라는 감각이 강하게 움직이면, 함께 해결하는 일 자체가 중요해질 수 있다.

우리 사이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얘 잘되면 나도 좋은 것 아닌가.

그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함께한다는 감각에 몰입하면 내 시간과 몫을 확인하는 일은 뒤로 밀리기도 한다.

상대의 급한 일정은 분 단위로 확인했다.
내가 받을 대가는 “나중에”로 남겼다.

친해서 생략한 조건이, 일이 끝난 뒤에는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관성의 역할과 약속을 미리 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디까지 도울 것인지.
언제까지 할 것인지.
비용은 있는지.
있다면 얼마인지.

이것을 묻는다고 우정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을 받으려던 일을 혼자 봉사활동으로 기억하게 두지 않는 것이다.

물론 모든 도움에 가격표를 붙일 필요는 없다.
그냥 돕고 싶은 날도 있다.
밥 한 끼면 충분한 일도 있다.

다만 내가 무료로 해주기로 한 것과, 상대가 나중에 무료였다고 정하는 것은 다르다.

또 도움받은 사람이 평생 내 말을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때 도와줬다는 이유로 다음 부탁을 전부 받아내려 하면, 나도 은혜를 이용하는 사람이 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평생의 충성이 아니다. 남자끼리 평생 충성하면 이상한거 아닌가? 그건 나도 싫다.

그래도
그때 한 건 약속이다. 비록 구두 계약이지만,,,

친구가 한숨을 쉰다.

“너까지 이러면 나 진짜 힘들어.”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진다.
나는 일을 도왔는데.
돈 이야기를 꺼내니 힘들게 하는 사람이 됐다.
첨부터 무료라고 했으면, 새벽 1시에 대충 만들어서 줬을거다.
그냥 인공지능을 돌려서 생성해줬을 거다.

계약이 안 됐으면 어려워서 못 주고.
계약이 됐어도 아직 어려워서 못 준다.

나는 어느 시점의 친구를 도왔어야 했나.

그렇다고 처음부터 전부 속이려고 했는지까지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는 정말 챙겨줄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다만 지금 약속을 다루는 방식은 볼 수 있다.
금액을 함께 정하려 하는지.
지급할 날짜를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내가 돈을 묻는 사람이라는 사실만 문제 삼는지.

친구가 말한다.
“조만간 밥 한번 살게.”
"술도 산다고 한다."

밥은 좋다. 난 술 마시는데, 지가 마시고 싶은데, 왜 그게 내 보상인지 헷갈린다.
작업비 이야기에서 왜 자꾸 메뉴 이야기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나보고 먹고싶은 것 이야기하란다.

오마카세 이야기하니까
너 여자냐? 인스타 올릴거냐고 물어본다.
오마카세는 여자만 먹는 거냐? 언제부터?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 놈이 삼겹살 산단다.
그러면서, 요즘 삼겹살이 금겹살이 되었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혼자 다짐한다.

다음에는 시작하기 전에 정한다.
급하다는 말에 바로 노트북부터 켜지 않는다.
나는 이제 확실히 배웠다.

그날 저녁 친구에게 또 파일이 왔다.

“덕분에 추가 제안도 들어왔어. 이거 딱 두 장만 봐줄 수 있어?”

읽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미리보기에 그래프가 보인다.
숫자가 이상하다... 저 새끼 일부러 그런거 아니야?
욕하면서, 또 승부욕이 발동한다.
아.. 저 바보 새끼......

저대로 보내면 안 되는데.
괜히 신경이 쓰인다.

파일을 연다.
딱 이것만 고쳐주려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 숫자 어디서 나온 거야?”

바로 답장이 온다.

“역시 너밖에 없다.”
저 놈 인간관계 속에서 호구는 나 밖에 없단 이야기인가?

나는 아직 작업비를 못 받았다. 금겹살도 아직 못 먹었다고,

그런데 틀린 그래프를 보니, 또 내가 필요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난 타고난 호구체질인가?

그러면서 또 자료를 찾고 있다.

호구도 직업인가?
직업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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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 내 사주로

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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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8
  • 키네시스·

    감사합니다.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ㅋㅋㅋ 제 얘기 같은데..(아 속상해..😂)

    • sean·

      왜요? 이글은 비겁과 관련된 글입니다. ㅋㅋ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ㅋㅋㅋ 무비겁인데 왜 제 얘기같져?

    • sean·

      무비겁이라도 ,, 보시면, 여기서 나오는 프로젝트나 부장님들은 다 관살입니다. 친구는 비겁이고, 으샤으샤..하는거죠. 그 친구입장에서는 비겁은 희용신일거고, 본인 입장에서는 비겁은 큰기신은 아닐 겁니다. 한신 .. 별 도움 안되는 거죠. 그래도 의리를 좋아하니까. 비겁을 좋아하는 무슨 부분이 있는것, 그런데, 돈이 걸리면, 비겁 탈재.. 현상이 생기는거죠.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아... 그런 깊은 뜻이... 감사합니다!😍🙏

  • 퓨어뮤즈·

    친구 왜 함 ….🙄

    • sean·

      외로워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