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AI 사주가 아니다
요즘 AI 사주 앱이 많다. 앱스토어에 검색하면 수백 개가 나온다. 게다가 바이브 코딩이 가능해지면서, 990원 사주들이 폭발하고 있다. 다 비슷해 보인다. 사주 넣으면 뭔가 나온다. 그런데 안을 열어보면 전혀 다르다. 같은 차처럼 보여도 어떤 것은 엔진이 달려 있고 어떤 것은 껍데기만 있다.
크게 네 등급이다.
첫 번째. AI에게 그냥 물어보는 것이다.
ChatGPT든 뭐든, "내 사주 좀 봐줘, 1990년 3월 15일 오후 2시생이야" 하고 던지는 것이다. AI는 뭔가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다. 올해 재물운이 좋다, 인간관계에 변화가 있다, 건강 조심하라.
문제는, 이 AI가 사주를 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AI는 인터넷에 떠도는 사주 관련 글을 학습했을 뿐이다. 오행(五行)의 생극제화(生剋制化)를 계산한 것이 아니다. 격국(格局)을 판정한 것이 아니다. 용신(用神)을 잡은 것이 아니다. 그냥 "사주 관련 글에서 자주 나오는 말"을 조합해서 그럴듯하게 써준 것이다.
이것은 간명(看命)이 아니다. 글짓기다.
양력을 음력으로 바꾸는 것조차 틀리는 경우가 많다. 만세력(萬歲曆) 변환을 안 거치니까 사주 글자 자체가 틀린다. 틀린 글자로 뭘 봐도 의미가 없다. 지도가 틀렸는데 길을 안내하는 격이다.
AI가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문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는데, AI는 모르는 것도 아는 것처럼 말한다. 이걸 전문 용어로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한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사주 분석에서 환각이 끼면, 틀린 분석을 맞는 것처럼 전달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진짜 멍청한게 아니라, 강화학습법으로 학습한것이 만든 것이다. 인간의 선호가 들어가서 그렇다.
두 번째. 만세력을 붙여놓은 것이다.
첫 번째보다는 한 단계 낫다. 최소한 사주 글자는 맞다. 만세력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해서, 생년월일시를 넣으면 정확한 사주 네 기둥이 나오도록 만들어놓았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네 기둥을 AI에게 건네주고, "이거 분석해줘"라고 시킨다. AI는 이 네 글자를 받아서 또다시 학습된 패턴대로 글을 쓴다. 갑목(甲木) 일간이면 "나무처럼 곧은 성격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경금(庚金)이 있으면 "금의 기운이 강해서 결단력이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건 글자 풀이지 간명이 아니다.
사주는 글자 하나하나의 뜻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여덟 글자가 서로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핵심이다. 합(合)이 있는지, 충(沖)이 있는지, 형(刑)이 걸리는지, 어떤 글자가 어떤 글자를 생(生)하고 극(剋)하는지, 그 작용의 결과로 격국이 어떻게 잡히고, 용신이 뭐가 되고, 대운(大運)에서 어떤 변화가 오는지. 이 전체 구조를 읽어야 사주를 본 것이다.
만세력을 붙인 앱은 정확한 글자를 뽑아주지만, 그 글자를 읽는 눈이 없다.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지도 읽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지도가 정확하니까 첫 번째보다는 낫지만, 길을 찾아가는 것은 여전히 AI의 추측이다.
형충파해 등을 다 집어넣기도 한다. 그래도 소용없다. 환상은 피할 수 없다.
래핑(wrapping)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만세력이라는 알맹이에 AI라는 포장지를 씌운 것이다. 포장이 예쁘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포장지가 사주를 읽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프롬프트를 붙인 것이다.
프롬프트(prompt)는 AI에게 주는 지시문이다. "너는 명리학 전문가야. 사주를 분석할 때 이런 규칙을 따라라" 하고 규칙을 적어주는 것이다. 오행의 생극 관계, 십신(十神)의 기본 뜻, 격국 판정의 기초 같은 것을 프롬프트에 넣어준다.
이 단계가 되면 AI의 답이 좀 달라진다.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규칙 안에서 말한다. "이 사주는 식신(食神)이 투출했으니 식신격이고, 재성(財星)이 있으니 식신생재(食神生財) 구조입니다" 같은 답이 나온다.
첫 번째, 두 번째보다 확실히 낫다. 명리학의 틀 안에서 말하니까.
그런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프롬프트에 넣을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명리학은 수천 년 동안 쌓인 체계다. 격국 판정 하나만 해도, 정격(正格)과 변격(變格)의 구분, 격의 성립 조건, 격의 파격 조건, 격의 변화, 이것만으로도 책 한 권이다. 용신 판정도 마찬가지다. 십신의 작용, 궁위(宮位)의 해석, 대운의 추적도 각각 책 한 권이다.
이걸 프롬프트 몇 장에 다 담을 수 없다.
결국 프롬프트에는 규칙의 골격만 들어간다. AI는 그 골격을 바탕으로 나머지를 스스로 채운다. 채우는 과정에서 또 환각이 끼어든다. 규칙이 말해주지 않는 부분을 AI가 제 머리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의과대학 교과서 목차를 읽어준 사람과, 의과대학을 6년 다닌 사람은 다르다. 목차를 아는 것과 내용을 아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프롬프트는 목차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프롬프트를 아무리 정교하게 짜도, AI에게는 최종 판단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AI는 프롬프트를 "참고"할 뿐, "따를" 의무가 없다. 프롬프트가 "식신이 칠살을 만나면 식신제살이다"라고 했어도, AI가 문맥상 다른 해석이 더 그럴듯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말을 한다. 가드가 없으니까. 엔진이 없으니까. 판정 권한이 AI에게 있으니까.
더 나쁜 경우도 있다. 프롬프트가 오히려 판단력을 깎아먹는 경우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실험을 해봤다. 프롬프트를 제대로 설계하지 않고, 명리학 규칙을 대충 적어서 AI에게 넘기면 어떻게 되는가. 결과는 프롬프트가 없을 때보다 나빠진다.
이유는 이렇다. AI는 원래 자기 나름의 추론 능력이 있다. 비록 명리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더라도, 문맥을 읽고 논리를 따라가는 능력은 있다. 그런데 엉성한 프롬프트가 들어오면, AI는 자기 추론을 멈추고 프롬프트의 규칙을 따르려고 한다. 규칙이 불완전하니까, 불완전한 규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가 나온다. 원래 갖고 있던 추론력마저 프롬프트가 덮어씌워버리는 것이다.
사실 역학 좀 배운 사람들(현직 역술인들 포함)이 자랑스러워 하는 자기만의 관법이 인공지능의 자체 추론 보다 못한 경우가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다.
반쯤 아는 선배가 옆에서 자꾸 간섭하면, 혼자 풀 때보다 못한 답이 나오는 것과 같다.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낫다. 프롬프트를 붙이면 무조건 나아진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 결과물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떤 AI 사주 앱을 열든,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재물운이 좋다, 인간관계에 변화가 있다, 건강에 주의하라, 하반기에 기회가 온다. 앱 열 개를 깔아서 같은 사주를 넣어보면 안다. 표현만 조금 다르지, 내용이 거의 같다.
왜 그런가.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엔진이 없으면 AI는 학습 데이터에 의존한다. 인터넷에 있는 사주 관련 글은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다. AI는 그 비슷한 글들을 학습했으니, 비슷한 답을 낸다. 프롬프트를 붙여도 마찬가지다. 프롬프트가 다르더라도, AI가 끌어다 쓰는 지식의 저수지가 같다. 같은 저수지에서 퍼 올리니까 결과물이 수렴한다.
포장이 다를 뿐이다. 어떤 앱은 타로 카드 이미지를 붙이고, 어떤 앱은 그래프를 그려주고, 어떤 앱은 음성으로 읽어준다. 포장지가 다르면 다른 물건 같아 보인다. 하지만 안에 든 것은 같은 이야기다.
대형 언어 모델의 구조가 원래 그렇다. 학습한 데이터의 평균을 내는 기계다. 평균은 어디서 내든 비슷하다. 튀는 분석, 날카로운 판정, 남들이 안 보는 것을 짚어내는 것. 이런 것은 평균에서 나오지 않는다.
엔진을 붙였다는 사람들이 만든것도, 알고 보면, 그냥 만세력 + 프롬프트를 넣은것이다. 실제 사주 엔진은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다.
제일 많이 다운 받는 다는 사주앱을 보고, 그것을 설계했다는 사람이 파는 강좌를 가서 목차를 본적이 있다. 비싼 강좌인데, 그 목차에 있는 내용을 다 배워도 중수도 못된다. (내 기준으로 보면)
또는 더 나아가서, 인공지능에 의존해서 엔진을 실제로 만드는 사람도 보이기는 한다. 서적을 학습시킨다. 사례들을 넣는다. 그런데 그런것들은 이미 중국에서 오래전에 사람들이 했었다. 그것도 큰 의미가 없다. 이유는 인공지능에게는 실질적 판정 능력은 없다. 무슨 이론이 맞고 틀리고 그럴듯하게 이야기할수는 있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판정할수 없다. 또 책에 나오는 사례는 , 자기가 쓴 이론에 맞는 사례만 넣은거다. 실제로 명리학 상담을 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그거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게 아니라, 특정 상황에만 맞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본인이 고수가 아닌 이상, 엔진을 설계하는 것은 자기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 AI에게는 편향이 있다.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피하고, 듣기 좋은 말을 하려는 편향이다.
사주를 보면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당연히 나온다. 재성(財星)이 파극되면 돈이 나가고, 관살(官殺)이 혼잡하면 직장이 흔들리고, 상관(傷官)이 관(官)을 치면 관계가 깨진다. 이런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해줘야 대비를 한다. 그런데 AI는 본능적으로 이 이야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약간의 도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변화의 시기입니다",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쁜 이야기도 좋은 이야기처럼 포장한다.
AI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도록 훈련된 기계다. 사주 분석에서 이것은 약이 아니라 독이다. 아픈 곳을 아프다고 안 해주는 의사가 무슨 소용인가.
여기에 하나 더. AI에게는 명확한 이론 체계가 없다.
명리학에는 수많은 이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격국(格局)을 잡는 방법만 해도 여러 유파가 있다. 용신(用神)을 정하는 기준도 학파마다 다르다. 게다가 이론끼리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있다. 한쪽에서는 맞다고 하는 것을 다른 쪽에서는 틀렸다고 한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AI는 이 모순된 이론들을 전부 학습했다. 구분 없이 섞어서 학습했다. 어떤 이론을 어디까지 쓸 것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 그 판단 기준이 AI에게는 없다. 그냥 학습 데이터에 많이 나온 것을 쓴다. 많이 나온 것이 맞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명리학은 그렇다. 또 한국어로 물어보면, 한국에서 많이 본 자료를 불러온다. 그래서 다 똑같이 틀린다.
명리학의 실력은 이론을 많이 아는 것만이 아니다. 어떤 이론을 쓰고 어떤 이론을 안 쓸지, 그 경계를 아는 것이다. 모순된 이론 속에서 일관된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AI에게는 그 체계가 없다. 이론의 바다에서 닥치는 대로 건져 올릴 뿐이다.
네 번째. 엔진이 판정하고 AI가 전달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주가 들어오면, 먼저 엔진이 돌아간다.그리고 모듈이 동시에 작동한다. 각 모듈은 특정 영역의 간명을 담당하는 전용 엔진이다.
이 엔진은 AI가 아니다. 규칙 기반의 결정론 시스템이다.
갑목 일간에 월지가 오화(午火)면 상관격(傷官格)이다. 이것은 AI가 "이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엔진이 확정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경금 일간에 자수(子水)가 있고 기토(己土)가 없으면, 상관이 제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엔진이 찍는다. AI의 의견이 아니라 시스템의 판정이다.
모듈이 이런 식으로 사주의 모든 구석을 판정한다. 격국, 용신, 십신 배치, 궁위 작용, 합충형해, 대운 흐름, 세운 변화, 재물, 건강, 인연, 직업, 학업. 빠뜨리는 것이 없다. 엔진이니까. 한 번도 안 빠뜨리고, 한 번도 안 잊고, 한 번도 안 놓친다.
판정이 끝나면, 그 결과를 AI에게 건넨다. AI의 역할은 여기서 시작된다. 판정 결과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꾸는 것이다. AI는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것이다. 판사가 아니라 서기다.
그리고 AI가 판정과 다른 말을 하지 못하도록 가드가 걸려 있다. 여러 겹이다. 엔진이 "재성이 약하다"고 판정했는데 AI가 "재물운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면, 가드에 걸려서 나가지 못한다. 엔진의 판정과 AI의 출력 사이에 불일치가 있으면 차단된다.
핵심 차이를 한 줄로 말하면 이것이다.
첫 번째에서 세 번째까지는 AI가 판관이다. AI가 보고, AI가 판단하고, AI가 말한다. 네 번째에서는 엔진이 판관이고, AI는 통역이다. 엔진이 보고, 엔진이 판정하고, AI는 그 판정을 사람 말로 옮긴다.
판관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왜 이게 중요한가.
AI는 똑똑하지만 무책임하다. 모르는 것도 아는 것처럼 말하고, 틀린 것도 맞는 것처럼 포장한다. 명리학처럼 체계가 정교한 분야에서 이것은 치명적이다. 사주의 격국이 잘못 잡히면 용신이 바뀌고, 용신이 바뀌면 길흉 판정이 뒤집힌다. 한 글자 잘못 읽으면 인생의 방향이 반대로 나온다.
AI에게 판정 권한을 주면, 이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다. 프롬프트를 아무리 정교하게 짜도, AI는 지시를 어길 수 있다. 규칙을 줘도 규칙 밖의 답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AI의 결함이 아니라 AI의 본성이다. 언어 모델은 확률적으로 다음 단어를 고르는 기계다. 확률이니까 매번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확율적으로 높은게, 정답이 아니라는게, 명리학의 가장 큰 문제다. 자료가 넘치지만, 핵심 자료는 적다. 즉 틀린 자료, 부족한 자료가 압도적이다. 그래서, 확율적으로 틀린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높은게 명리학이다.
엔진은 다르다. 규칙이 정해져 있으면 규칙대로만 판정한다. 한 번도 어긋나지 않는다. 같은 사주를 넣으면 같은 판정이 나온다. 아침에 넣든 새벽에 넣든 결과가 같다. 엔진 업데이트가 없는 한, 영원히 같다.
비유를 하나 더 들겠다.
첫 번째는 의학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증상을 말하고 진단을 부탁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인터넷에서 읽은 건강 글을 바탕으로 뭔가 말해줄 것이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두 번째는 혈압계, 체온계 같은 기본 검사 장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수치는 정확하다. 그런데 그 수치를 해석하는 사람이 의사가 아니다.
세 번째는 의학 교과서 목차를 외운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용어를 알고, 기본 틀을 안다. 하지만 실제 임상 경험이 없고, 교과서에 안 나오는 상황이 오면 추측한다.
네 번째는 수십 년 경험이 녹아든 진단 시스템이 먼저 검사를 다 하고, 판정을 내린 뒤, 그 결과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시스템이 놓치는 항목이 없고, 피곤해서 빠뜨리는 일도 없다.
AI 사주라는 이름은 같다. 하지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혀 다르다.
누가 판정하느냐. 그 판정은 어디서 나온 것이냐. 그 판정을 검증하는 장치가 있느냐.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시스템과, 답할 수 없는 시스템은 같은 범주에 놓을 수 없다.
별점이 높다고, 화면이 예쁘다고, "AI가 봐줍니다"라고 써놓았다고, 같은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