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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채는 왜 받는가: 남의 인과 앞에서 지키는 세 개의 선

친구의 빚을 대신 갚아 준 사람이 있다. 점을 봐 주고 복채를 받는 사람이 있다.

누가 더 착한가. 당연히 앞사람이다.

누가 더 오래 무사한가. 이 일을 오래 본 사람들은 대개 뒷사람 쪽에 건다.


착한 사람이 먼저 다친다

보통 사람이 남의 일에 손을 넣는 방식은 두 가지다. 대신 짊어지거나, 대신 정해 주거나.

친구가 빚에 몰리면 내 돈으로 갚아 준다. 동생이 이혼을 망설이면 "당장 헤어져. 그 집에는 내가 가서 말할게" 한다. 둘 다 마음은 진심이다.

명리(命理)로 옮겨 보면 이게 어떤 그림인지 보인다.

사주에서 내가 일해서 지키는 재물은 정재(正財)다. 이 정재를 정면으로 치는 글자가 겁재(劫財)다. 일간(日干)과 오행은 같고 음양이 다른 글자, 쉽게 말해 내 몫을 나눠 가져가는 형제와 친구의 자리다.

같은 오행이라도 비견(比肩)은 나란히 서서 같이 버티는 사람이고, 겁재는 내 접시에 손을 뻗는 사람이다. 둘은 이름만 가깝지 하는 일은 딴판이다.

겁재가 들어오는 류년(流年)에는 보증을 서지 말라, 돈을 빌려주지 말라, 동업에 목돈을 넣지 말라. 명리를 조금만 배워도 듣는 말이다.

남의 빚을 대신 갚는 일은, 그 사람을 내 사주의 겁재 자리에 내 손으로 앉혀 주는 일이다. 그해가 겁재 류년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문을 내가 열었으니까.


빚만 지우면 빚을 만든 사주가 남는다

빚을 갚아 준 쪽만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한 사람 삶의 높낮이의 기초는 원국(原局)이 정한다. 대운(大運)은 그 기초를 다지거나 흔든다. 둘 다 그 사람 안에서 돌아가는 힘이다.

빚을 만든 원국과 대운은 그대로인데 빚만 지워 준다. 그러면 그 사주는 같은 빚을 또 만든다. 대개는 더 크게. 이번에는 갚아 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옛사람들은 이 이치를 업(業)이라고 불렀다. 본인이 겪어야 할 일은 본인이 겪어야 끝난다. 남이 대신 막아 주면 일은 사라지지 않고 뒤로 밀린다.

그리고 밀려나는 동안, 막아 준 사람은 양쪽의 원망을 다 받는 자리에 선다.

"그때 네가 갚아 주지만 않았어도 정신 차렸을 거야."

이런 말이 돌아오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럼 명을 보는 사람은 왜 버티는가

명을 보는 일도 남의 인과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손을 안 댄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오래 간다. 중화권 술수 업계에 오래 내려오는 정리는 짧다.

짚어 주되, 대신 고르지 않고, 억지로 바꾸지 않는다.

여기에 규칙과 값과 선이 붙는다. 하나씩 보자.


첫째 선: 고르는 사람은 묻는 사람이다

같은 사주를 앞에 두고 두 가지 말이 나올 수 있다.

명을 보는 사람의 말.

"올해는 겁재가 정재를 치는 해입니다. 동업에 돈을 넣으면 새기 쉽습니다. 하신다면 지분과 돈 관리를 문서로 분명히 해 두십시오. 안 하시면 이 기회는 지나갑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정하셔야 합니다."

보통 사람의 말.

"절대 하지 마. 그 사람 내가 만나서 정리해 줄게."

앞의 말은 갈래와 그 끝을 보여 주고 손을 뗀다. 뒤의 말은 갈래를 하나로 잘라 내고, 그 사람의 길 한가운데로 직접 걸어 들어간다.

결과를 짊어지는 사람은 고른 사람이다. 묻는 사람이 스스로 골랐다면, 그 길이 좋든 나쁘든 그 사람 몫으로 남는다. 명을 본 사람에게 남는 건 말을 보탠 만큼의 가벼운 몫이다.

대신 골라 준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했는데요."

이 한마디로 남의 인과가 통째로 넘어온다.


둘째 선: 값을 받는다

우리말에 복채(卜債)라는 말이 있다. 점을 보고 내는 돈이다. 한자를 보면 뜻이 분명하다. 채(債)는 빚 채다. 이름부터 빚을 갚는 돈이다.

중화권 술수 업계에는 이런 말이 내려온다.

免費算命折福

공짜로 명을 봐 주면 복이 깎인다는 말이다.

남의 명을 들여다보는 데는 품이 든다. 정신을 쓰고 기운을 쓴다. 옛사람들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 하늘의 일을 엿본 값이 따로 붙는다고 여겼다.

묻는 사람이 값을 치르면 거래가 된다. 돈을 내고 말을 받았으니 서로에게 남는 빚이 없다.

공짜로 오간 말은 빚으로 남는다. 봐 준 사람에게는 "내가 봐 줬는데"가 남고, 받은 사람에게는 기대거나 원망할 거리가 남는다. 결과가 나쁘면 이런 말도 나온다.

"공짜로 본 거니까 그렇지 뭐."

값은 묻는 사람의 태도도 바꾼다. 돈을 내고 묻는 사람은 질문을 고른다. 공짜로 묻는 사람은 같은 질문을 세 번, 네 번 한다.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값으로 다 갚아지지 않는 몫도 있다. 오래 이 일을 한 사람들은 그 몫을 스스로 메운다. 찾아온 사람을 나쁜 쪽으로 밀지 않고 좋은 쪽으로 돌려보내는 말, 그리고 자기 수행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값도 없고, 이 두 번째 장치도 없다. 순전히 자기 복을 덜어서 남의 판에 붓는다.


셋째 선: 비를 그치게 하지 않고 우산을 건넨다

명을 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정해져 있다.

기신(忌神) 대운이 들어오는 걸 막을 수는 없다. 류년도 마찬가지다. 사주는 이미 정해진 판이고, 운은 정해진 순서대로 온다.

할 수 있는 건 그 안에서 덜 다치는 쪽을 고르게 돕는 일이다.

순하게 돕는 일억지로 바꾸는 일
택일(擇日): 일을 벌일 날을 고른다남의 혼인을 억지로 깨거나 억지로 맺는다
풍수(風水): 집과 자리의 배치를 손본다남의 재운을 끌어다 내 손님에게 붙인다
용신(用神) 오행 쪽으로 방향과 일을 맞춘다정해진 수명에 손을 댄다
큰일을 앞두고 몸을 낮추고 덕을 쌓게 한다큰 잘못을 덮어 준다

왼쪽은 비 오는 날 우산을 건네는 일이다. 비는 그대로 온다. 덜 젖을 뿐이다.

오른쪽은 비를 그치게 해 주겠다고 나서는 일이다.

업계에는 이 선을 넘은 사람이 오폐삼결(五弊三缺)을 피하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 홀로 늙거나, 몸이 상하거나, 돈과 복과 수명 가운데 무언가가 모자라게 된다는 말이다. 명을 보는 사람 가운데 몸이 성치 않거나 집안이 편치 않은 이를 두고, 젊어서 함부로 손댄 값이라고들 수군거린다.

명을 보는 일을 해도 이 줄을 넘으면, 남의 빚을 대신 갚아 준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크게 넘었으니 더 크게 치른다.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내려오는 짧은 말이 있다.

醫不叩門 師不順路 不問不卜

의원은 남의 집 문을 먼저 두드리지 않는다. 스승은 지나가는 길에 가르치지 않는다. 묻지 않으면 점치지 않는다.

주역(周易) 몽괘(蒙卦)의 괘사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匪我求童蒙 童蒙求我 初筮告 再三瀆 瀆則不告

내가 어린아이를 찾아가는 게 아니다. 어린아이가 나를 찾아온다. 처음 묻는 점에는 알려 준다. 두 번 세 번 거듭 물으면 더럽히는 것이니, 더럽히면 알려 주지 않는다.

앞의 두 구절은 찾아가지 말라는 말이고, 뒤의 구절은 같은 걸 거듭 묻는 사람에게 답하지 말라는 말이다.

묻지 않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올해 관재(官災)가 보이네요" 하는 말은, 그 사람 사주에 바깥에서 밀고 들어가는 힘이다. 류년이 그렇듯 바깥 힘은 세게 친다. 다만 이번에는 하늘이 넣은 힘이 아니고 내가 넣은 힘이다. 그 값도 내 앞으로 온다.

문제는 들어가면, 아무것도 말안해도, 쭉쭉 불러주길 바라는 고객도 있고, 그런 고객을 위해서, 래정법이니 뭐니 배우고, 그런걸 고수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문제고

같은 질문을 세 번 네 번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묻는 사람은 이미 답을 정해 놓았다. 그 답에 도장을 찍어 주는 순간, 고르는 일이 명을 보는 사람 손으로 넘어온다.


보통 사람이 빌려 쓸 수 있는 선

명을 보지 않는 보통 사람도 이 선을 빌려 쓸 수 있다.

해도 되는 일하지 않는 일
상대가 먼저 도움을 청할 때 생각할 거리를 건넨다청하지 않은 연애와 집안일에 끼어든다
필요한 사람이나 정보를 이어 준다남의 빚을 대신 갚거나 보증을 선다
힘든 시기에 곁에 있어 준다남의 인연을 억지로 맺어 주거나 갈라놓는다
급한 상황에서 더 큰 손실을 막아 준다남의 감정을 끝도 없이 받아 준다

왼쪽은 우산이다. 오른쪽은 비를 그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이다.

우산은 돌려받지 못해도 그만이다. 약속은 지키지 못하면 빚이 된다.


복채는 몇만 원이다. 대신 갚아 준 빚은 수천만 원이다.

액수만 보면 계산은 끝났다. 그 돈과 함께 무엇이 건너갔는지는, 영수증에 적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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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7
  • 제비·

    가슴 절절하게 읽었습니다. 읽고 또 읽고 읽어야 할 글 같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글에서 유식님이 남의 인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원리와 이유가 나온 글입니다. 저는 원리를 알아야 실천이 되는 사람이라 이제서야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칠살이 부여하는 압력으로 남의 인과에 관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도 상대방도 다 망가졌고 그래서 제 업이 무겁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구든지 겁재 자리에 놓지 않겠습니다. 펀역의 정수는 학습글인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 sean·

      학습글이 중요하긴 한데,,, ㅋㅋㅋ ㅋㅋㅋ

  • 라비상트·

    상대가 원하지 않는 도움은 그냥 내 만족 같아요 선함을 행하는 것도 참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싶습니다

  • 익명.·

    감사합니다.

  • 키네시스·

    감사합니다

  • 潤潤 (윤윤)·

    명심하겠습니다.

  • 초록빛의원천·

    남의 인생에 섣불리 개입하는 건 지나고 보니 참 조심스러운 일이더군요. 저도 20대에 몇 번 겪고 나서는 웬만하면 조언도 아끼고 제 앞가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