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전환기, 크게 돌 것인가 작게 돌 것인가: 사주로 보는 두 가지 커브
인생이 꺾이는 대목에서 사람은 두 가지 방식으로 돈다. 크게 돌거나, 작게 돈다.
크게 도는 사람은 달리던 길에서 튕겨 나가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선다. 작게 도는 사람은 같은 길 위에 남는데, 어느 날 보면 서 있는 높이가 달라져 있다.
팔자로 말하면 앞쪽은 운이 판의 틀을 바꾸는 때이고, 뒤쪽은 틀은 그대로 둔 채 높이를 바꾸는 때다.
운명을 바꾼다는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대개 이 둘 중 하나다. 문제는 자기가 지금 모퉁이에 서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데 있다.
큰 커브는 빠르다.
몸이 먼저 바빠진다. 크게 부수고 크게 세운다. 운명이 던져 주는 것은 일단 받아 든다. 고를 시간이 없다.
대신 원심력이 세다. 원래 궤도에서 밖으로 튕겨 나가고, 예전 삶과 지금 삶 사이의 거리가 멀다. 동창회에 나가면 "너 요즘 뭐 한다고?"에 세 번쯤 대답해야 한다.
작은 커브는 느리다.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천천히 가고, 때로는 멈춰 서서 기다린다. 밖에서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길은 예전과 같다. 같은 업계, 같은 사람들, 같은 출근길. 그런데 풍경을 내려다보는 높이가 달라져 있다. 동창회에서 설명할 것은 없는데, 명함의 직함이 바뀌어 있다.
하나는 판을 엎는 일이고, 하나는 판을 다지는 일이다.
하나는 머릿속 잡음을 버리고 과감하게 손을 대는 일이고, 하나는 가진 정보와 자원을 다 끌어모아 계산하며 견디는 일이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말은 없다. 차가 모퉁이를 돌 때 핸들을 얼마나 꺾을지는 길이 정하지, 운전자의 취향이 정하지 않는다.
원국(原局)은 집의 기초다. 태어날 때 받은 여덟 글자가 이 사람이 어느 높이에 집을 올릴 수 있는지 바닥을 깔아 둔다.
대운(大運)은 십 년마다 그 기초에 손을 댄다. 더 단단하게 다지기도 하고, 흔들어 무너뜨리기도 하고, 잠시 다른 모양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작은 커브는 대운이 기초를 다지는 쪽에서 나온다.
원국이 세워 둔 틀을 운이 거들어 주니, 하던 일을 계속하는데 자리가 올라간다. 같은 회사, 같은 업계에서 경험과 평판이 익어 간다. 밖에서 보면 지루하다. 안에서 보면 집이 한 층씩 올라가는 중이다.
큰 커브는 대운이 틀 자체를 건드리는 쪽에서 나온다.
자평진전(子平眞詮)은 이렇게 적었다.
命之格局,成於八字,然配之以運,亦有成格變格之權。
사람의 격국(格局)은 여덟 글자에서 만들어지지만, 운과 짝을 지으면 그 격을 완성시키기도 하고 아예 바꿔 버리기도 하는 힘이 운에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바로 뒤에, 격을 이루고 바꾸는 이 일이 운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보다 더 무겁다고 덧붙였다.
운이 좋은지 나쁜지를 묻기 전에, 그 운이 내 판의 틀을 지켜 주는지 갈아엎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뜻이다.
격국은 월지(月支) 자체가 정하는 그 사람 삶의 무대다. 무대를 받치던 기둥이 운에서 충(沖)을 맞거나, 운에서 들어온 글자가 무대의 성격을 바꿔 놓으면, 사람은 같은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큰 커브를 돈 사람은 대개 "내가 바꿨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여기 와 있다"고 말한다.
전환기는 "나 지금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오지 않는다. "나 지금 바닥이구나" 하는 느낌으로 온다.
잘나갈 때 인생을 바꾸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사람은 등이 떠밀려야 핸들을 꺾는다. 바닥이 없으면 모퉁이도 없다.
그러니 내가 전환기에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아서 다들 안 믿는다. 차라리 "나는 원래 팔자가 깨진 사람"이라고 믿는 쪽을 고른다. 그쪽이 덜 귀찮다.
맞는 말일수록 쓸모없게 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손이 안 가고, 손이 안 간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하는데, 그 누군가가 대개 팔자다.
팔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하나, 나는 어떤 사람인가
큰 커브는 효과가 빠르다. 그런데 몸에 안 맞는 옷이면 망하는 것도 빠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이고, 안정을 원하고, 마음으로도 능력으로도 급격한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은 작은 커브에 힘을 싣는다.
지금 하는 일에서 버틴다. 경험, 평판, 실력, 인맥, 영향력을 오래 끓여 진하게 만든다. 회사와 업계 안에서의 자리, 그리고 연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재미와 의미를 따라 움직이고, 남의 일보다 제 일을 하고 싶고, 환경이 흔들릴수록 오히려 신이 나는 사람은 큰 커브를 노려볼 만하다.
큰 커브의 전제는 궤도 이탈이다. 지금 궤도를 벗어나려면 몸무게부터 줄여야 한다.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다.
그 길 위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오는 것을 받아 드는 배짱이 제일 먼저다. 어려움을 다 피해 다니는 사람은 큰 커브를 돌지 못한다. 핸들을 꺾다 말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팔자에서 이런 기질은 천간(天干)에 드러난 십신(十神)의 목소리로 들린다. 같은 무리로 묶이는 짝 글자라도 방향이 거의 반대인 경우가 많아서, 하나씩 따로 봐야 한다.
| 십신 | 모퉁이 앞에서의 버릇 | 기우는 쪽 |
|---|---|---|
| 정관(正官) | 질서 안에서 한 칸씩 오른다. 판을 엎는 건 체면이 허락하지 않는다 | 작은 커브 |
| 칠살(七殺) | 몰릴수록 판단이 빨라진다. 압박이 연료다 | 큰 커브 |
| 정인(正印) | 쌓아 온 자격과 보호막 안에서 움직인다 | 작은 커브 |
| 편인(偏印) | 남들이 안 가는 길로 문득 방향을 튼다. 대신 혼자 간다 | 큰 커브 |
| 식신(食神) | 손에 익은 일을 깊게 판다. 한 우물을 판다 | 작은 커브 |
| 상관(傷官) | 틀이 답답하면 깨고 나간다. 말이 발보다 먼저 나간다 | 큰 커브 |
| 정재(正財) | 확실한 것만 차곡차곡 모은다. 계산이 끝나야 움직인다 | 작은 커브 |
| 편재(偏財) | 판이 흔들릴 때 기회의 냄새를 맡는다. 판을 키운다 | 큰 커브 |
| 비견(比肩) | 제 속도를 지킨다. 독립을 해도 하던 일을 한다 | 작은 커브 |
| 겁재(劫財) | 한 번에 다 건다. 이기든 지든 승부를 본다 | 큰 커브 |
다만 이것은 버릇이지 판정이 아니다.
삶의 무대는 월지 자체가 정하고, 천간의 목소리는 그 무대 위에서 내는 말투다. 상관이 천간에 드러난 사람이 정관 무대 위에 서 있으면, 깨고 나가고 싶은 마음과 못 나가는 사정이 한 몸 안에서 평생 같이 산다.
둘, 인생의 어느 대목인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작은 커브부터 쓰는 게 낫다.
첫 직장은 신중하게 고르되, 배짱이 있다면 너무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사기만 안 당하면 된다.
처음에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데 집중하고, 기분 문제는 뒤로 미룬다. 출근해서 기분 좋은 사람은 원래 없다. 일이 손에 붙고 잘 풀리기 시작하면 기분은 알아서 따라온다.
한 업계에서 십여 년을 버틴 사람은 사정이 다르다.
지쳤고, 기력이 없고, 일이 더 이상 나를 먹여 살리지 못한다. 그동안 쌓아 둔 것들이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데 쓸 데가 없다.
대운은 십 년에 한 번 바뀐다. 한 대운을 꼬박 같은 일로 채웠다면, 그 대운이 그 일로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줬다고 봐도 된다.
이때는 큰 커브를 생각해 볼 만하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일 쪽으로. 업종을 바꾸든, 다른 분야와 손을 잡든, 제 이름을 걸든.
셋, 운명이 먼저 무엇을 던졌는가
가끔은 고를 수가 없다.
운명이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도저히 밀어낼 수 없는 선택지 하나를 들고 와서 목덜미를 잡는다. 이거 해.
팔자에서 이런 장면은 대개 류년(流年)이 만든다.
원국과 대운은 안에서 미는 힘이고, 류년은 밖에서 떠미는 힘이다. 밖에서 오는 힘이지만 그 한 해만큼은 무엇보다 세다. 누구도 그해를 건너뛰지 못한다.
중국의 추스젠(褚時健)이 그런 경우다.
그는 1979년, 쉰한 살에 윈난성 위시 담배공장의 공장장이 되었다. 그 공장을 중국 담배업계의 맨 앞자리까지 끌어올렸다.
1999년, 일흔한 살에 경제 문제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인생이 거기서 끝난 것처럼 보였다.
2001년 당뇨로 병보석을 받아 나왔고, 이듬해인 2002년 일흔네 살에 아이라오산 자락의 황무지 2,400무(약 48만 평)를 빌려 오렌지나무를 심었다.
오렌지나무는 심는다고 바로 열매를 내주지 않는다. 열매가 제 맛을 낼 때까지 여러 해가 걸렸다.
2012년, 여든네 살에 그 오렌지가 온라인으로 팔리기 시작했고, 그의 성을 딴 '추청(褚橙)'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전역에 알려졌다. 사람들은 오렌지를 사면서 그의 인생 이야기를 같이 사 갔다.
그는 2019년, 아흔한 살에 세상을 떠났다.
추스젠의 커브는 스스로 꺾은 것이 아니다. 꺾여서 던져졌다. 공장장에서 수감자로, 수감자에서 과수원 농부로. 궤도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런데 그 큰 커브 안에서 그가 한 일은 작은 걸음뿐이었다. 나무 한 그루, 한 해 농사, 그리고 또 한 해. 큰 커브를 돈다고 바퀴가 한 번에 열 바퀴씩 구르지는 않는다.
이런 때는 버티지 말고 받아 든다.
다르게 보면, 운명도 지칠 만큼 지친 것이다. 이리 귀띔하고 저리 손짓해도 못 알아들으니 결국 주먹을 쓴다. 땅바닥에 눕혀 놓고 비비면, 사람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큰 커브를 도는 사람은 원심력에 멀미를 하고, 작은 커브를 도는 사람은 속도가 안 나서 속이 탄다. 어느 쪽도 편하게 도는 법은 없다.
모퉁이에서 핸들을 얼마나 꺾을지는 나의 여덟 글자와 지금 지나는 대운, 그리고 올해의 류년이 함께 정한다. 내 손이 핸들 위에 있긴 하다. 다만 길이 이미 휘어 있을 뿐이다.
지금 당신 앞에 온 것은 귀띔인가, 주먹인가.
귀띔이었다면, 그게 몇 번째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