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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만큼 살기로 신이랑 계약했던가?

sean··읽음 30

친구가 말한다.
“퇴직하면 여행 다니려고.”

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저장한 사진을 보여준다.
스위스.
이탈리아.
남미.

준비를 꽤 많이 했다.
아직 다녀온 곳은 없지만, 휴대폰은 세계 일주를 마쳤다.

배우자가 말한다.
“가까운 데라도 지금 좀 다니자.”

“지금은 바쁘잖아. 나중에 시간 많을때 가면 되지.”

그 나중에는 할 일이 많다.
여행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한다.
딸기도 키우고
배추도 심고
해외에서 반년씩 살고

지금의 나는 일만 한다.
미래의 나는 돈도 있고, 체력도 있고, 부모님도 건강하고, 친구들도 한가하다.

아주 유능한 사람이다.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다.

우리는 남은 시간을 모른다면서, 계획할 때는 꽤 넉넉하게 받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평균수명이 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놓인다.
나도 그쯤까지는 살겠지.
아직 수십 년 남았겠지.

평균은 참고할 수 있는 숫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게 보장된 기간처럼 받아들인다.

평균 연봉/ 집값을 보면, 평균이 가져온 오류를 비난하면서
수명은 평균만큼 받을 것으로 계산한다.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서 그해 사망자를 연령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연령사망자 수
10대772명
20대2,528명
30대4,491명
40대10,836명
50대25,857명
60대48,611명

대한민국의 해당 연도 전체 사망원인을 합한 수치다. 각 연령대의 인구가 다르므로 이 숫자를 그대로 개인의 사망 확률로 읽을 수는 없다. 다만 삶이 노년에서만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람은 나이 순서대로 세상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숫자를 보고 내 차례를 계산하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평균보다 오래 살지, 짧게 살지 이 표로 알 수는 없다.

다만 ‘나중에도 할 수 있다’는 말 안에 얼마나 많은 가정이 들어 있는지는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그때도 건강할 것.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곁에 있을 것.
그 사람도 시간이 될 것.
지금 하고 싶은 일을 그때도 하고 싶을 것.

퇴직만 하면 모든 조건이 자동으로 맞춰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퇴직금을 주지, 무릎과 친구의 일정, 배우자의 지속되는 사랑, 말썽 안 부리는 자식들까지 새것으로 지급하지는 않는다.

명리에서 원국과 대운·류년을 함께 살피는 것도 사람마다 조건과 시기가 다르다는 데서 출발한다.
같은 나이라고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는 펼칠 때이고, 누구에게는 부담을 줄여야 하는 때일 수 있다.

여기서 명리로 사망 시기를 예측하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균이라는 숫자 하나로 내 삶의 일정까지 정해놓지 말자는 것이다.

좋은 운이 오면 쉬겠다고 한다.
돈을 충분히 벌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한다.
좋은 운에 돈을 많이 벌면, 기부하고 살겠다고 한다.

그런데 충분하다는 금액은 돈이 생길 때마다 올라간다.
처음에는 대출만 갚으면 된다고 했다.
갚고 나니 집을 넓히고 싶다.
집을 넓혔더니 다시 대출이 생겼다.

나는 앞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쉬는 날도 같이 앞으로 도망갔다.

물론 당장 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도 있다.
생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벅찰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 지금을 즐기지 못한다고 또 숙제를 줄 필요는 없다.

다만 가능한 일까지 전부 미래로 보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부모님과 밥 한 끼 먹는 데 은퇴가 필요한가.
친구에게 전화하는 데 자산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가.
배우자와 반나절 나가는 데 인생이 완성돼야 하는가.
자식의 성장 시점에 반나절 함께 야외 나가는 것 대신 접대 골프를 가야지만 하나?

오래 살 가능성에 대비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그러면서 지금의 생활에도 조금씩 자리를 줄 수 있다.

미래의 나를 부양하느라 현재의 나를 무급으로 부릴 필요는 없다.

친구는 저장해둔 여행 사진을 다시 본다.
남미는 이번에도 어렵다.
대신 가까운 곳에서 1박을 하기로 한다.

배우자에게 말한다.
“다음 달에 여기 갈까?”

답이 온다.
“좋지. 날짜 정해.”

습관처럼 말하려 한다.
“일 좀 정리되면…….”
"바쁜 것 좀 끝내고"

입을 다문다.
그 말로 몇 년을 보냈는지 안다.

이번에는 달력을 연다.
토요일 하나를 고른다.

평균수명만큼 살기로 계약한 적은 없다.
그래도 다음 달 숙소는 지금 예약할 수 있다.

배우자가 묻는다.
“이번에는 진짜 가는 거지?”

예약 확인서를 보낸다.
화려하게 인공지능으로 만든 미래 퇴직후 여행 계획서 영상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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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3
  • 익명.·

    40대 사망률도 꽤 높네요.

  • 김주희·

    이거를.. 되게 최근에 깨달았다는.. 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것은 그 때가 왔다고 일러주는 것이니 바로 실행하자.. 뭐 이런거..

  • 랩·

    30대인데 작년쯤부터 주위에서 이런종류의 일들이 있더군요. 정말 순서없고... 나의 하루하루는 어떤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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