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잘 벌릴 때는, 그게 계속될 것 같다
몇 년 동안 거래처를 찾아다닌 사람이 있다.
회사 소개서를 보내고.
견적서를 보내고
견적서를 고치고
밥도 사고
연락을 기다렸다.
“필요하면 연락드릴게요.”
필요한 날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해부터 문의가 늘었다.
전에 거절했던 곳에서 먼저 연락했다.
기존 고객이 다른 고객을 데려왔다.
가격을 올렸는데도 계약이 됐다.
일하는 방식이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비싸다던 금액을 올해는 괜찮다고 한다.
처음에는 얼떨떨하다.
이렇게 잘돼도 되나 싶다.
몇 달 지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역시 내가 방향을 잘 잡았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
그동안 실력이 쌓여서 이제 터지는 것이다.
1년쯤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조언도 한다.
“겁내지 말고 해. 해보면 다 돼.”
2년 뒤 강의를 팔기 시작한다.
3년 뒤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나처럼 성공한다!"
3년전에 연락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던 사람은 기억에서 소멸되었다.
내가 잘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잘될 조건까지 전부 내가 만든 것은 아닐 수 있다.
그 업종에 갑자기 수요가 늘었을 수 있다.
경쟁 업체가 다른 사업으로 옮겼을 수도 있다.
고객사의 예산이 커졌을 수도 있다.
마침 필요한 사람을 소개받았을 수도 있다.
준비한 사람이 기회를 잡았다.
준비가 중요했던 것도 맞고, 기회가 들어온 시기가 중요했던 것도 맞다.
그런데 돈이 잘 벌리면 두 번째 이야기는 자꾸 짧아진다.
내 능력을 설명하는 부분만 길어진다.
나중에는 시대도 내가 설득해서 움직인 것 같다.
명리에서 원국과 운을 함께 보는 것도 이런 차이를 살피기 위해서다.
내가 가진 재주가 무엇인지.
그 재주를 쓸 조건이 언제 갖춰지는지.
성과가 생겼을 때 그것을 감당하고 남길 수 있는지.
재성이 들어온다는 말만으로 통장에 돈이 꽂히는 것은 아니다.
일감은 늘었는데 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매출은 커졌는데 받을 돈만 많아질 수도 있다.
그 부분은 정밀하게 보지 않으면, 거꾸로 볼 수도 있다.
입금 예정액을 보고 부자가 된 기분으로 밥을 샀다.
정작 입금일에는 상대 회사 사정을 이해하고 있다.
접대비는 이미 내 카드에서 나갔다.
돈을 벌 기회가 생기는 것과, 그 돈이 내 몫으로 남는 것은 따로 봐야 한다.
대운에서 활동의 폭이 넓어지는 흐름이 생겨도, 류년마다 들어오는 조건은 다르다.
어느 해에는 연결이 생기고.
어느 해에는 일이 커지고.
어느 해에는 커진 일을 정리하느라 바빠질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좋은 대운이니까”라는 말로 앞으로의 매출까지 당겨 쓰면 곤란하다.
운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그 운이 다 내것이 된 것은 아니다.
직원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가 운이 좋다고 자동으로 누가 쥐어 주지 않는다.
성공 경험은 사람을 대담하게 만든다.
전에는 주문을 받고 물건을 준비했다.
이제는 팔릴 것 같아서 먼저 쌓아둔다.
전에는 비용을 따졌다.
이제는 이 정도는 금방 벌겠지 싶다.
벌리는 돈은 그때그때 다른데,
나가는 돈은 매달 커진다. 지출을 줄이는 것은 점점 어려워 진다.
운이 바뀌었다고 느낄 때, 이미 생활은 가장 잘 벌던 달을 기준으로 계약돼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기회가 와도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잘될 때 넓혀야 할 일도 있다.
준비한 것을 꺼내고, 평소라면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과 연결될 수도 있다.
다만 잘될 때 한 가지는 물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들어오는 것이 줄어들어도, 나는 이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가.
좋은 시기를 잘 쓴다는 것은 많이 버는 것뿐 아니라, 그 시기가 지난 뒤에도 남을 것을 만드는 일이다.
기술이 남을 수도 있다.
다시 찾아오는 고객이 남을 수도 있다.
빚이 줄고, 쉴 여유가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잘 벌었다는 기억과 커진 지출만 남을 수도 있다.
그때는 분명 돈이 많았는데, 지금 남은 것은 비싼 취향이다.
입맛은 운이 바뀐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직 기회가 잘 안 보이는 시기에도 할 일은 있다.
지금 하는 일에서 무엇이 남는지 보고.
부족한 것을 익히고.
감당하지 못할 부담은 줄이는 것이다.
다만 모든 고생을 미래의 큰돈과 연결할 필요는 없다.
오래 버텼다고 반드시 큰돈이 오는 것도 아니고, 잘 안됐다고 준비가 부족했던 것만도 아니다.
운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손실이 나는 일을 끝없이 붙잡을 수도 없다.
처음의 사람은 다음 해 계획을 세운다.
예전 같으면 가장 잘 벌었던 달에 12를 곱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일이 적었던 달도 함께 본다.
최악의 경우도 가정 한다. (보통 칠살 보유자는 자동으로 이게 된다. 매일 위기를 이야기 하시던, 이건희 회장 임술일주였음...칠살위에 앉아 있으니, 잘나가도 위기감이 넘치는 것)
조금 덜 신난다.
대신 계획은 전보다 감당할 만해졌다.
누군가 묻는다.
“앞으로도 계속 잘되겠지?”
“잘됐으면 좋겠지. 그래서 지금 남겨두려고.”
잘될 때는 내가 무엇을 잘했는지도 알아야 한다.
무엇이 나를 도와주고 있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조건이 달라졌을 때, 더 크게 벌이면 예전처럼 될 것이라는 생각부터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