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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근황 보고부터 해야 한다

sean··읽음 14

친구들에게 자격증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퇴근하고 공부해서 다른 일을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반응이 좋았다.
“역시 너는 다르다.”
“붙으면 한턱 쏴.”
“이제 전문가 되는 거네.”

기분이 좋아서 그날 공부는 안 했다.
앞으로 열심히 할 사람으로 이미 인정받았으니까.
오늘 정도는 쉬어도 될 것 같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만날 때마다 질문이 온다.

“얼마나 했어?”
“시험은 언제야?”
“그걸로 취업은 되는 거야?”
"요즘에 그 쪽 돈 잘 벌어서, 뛰어드는 사람 많다더라"

아직 교재를 고르는 중인데, 주변에서는 합격 이후의 진로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다 공부해보니 생각과 다르다.
다른 과정이 더 맞을 것 같다.
나랑 안맞는게 확실히 느껴진다.
그런데 방향을 바꾸려니 이상하게 민망하다.

“벌써 포기했어?”
"하나를 꾸준히 해야지!"

그 말을 듣기 싫어서 맞지도 않는 계획을 조금 더 붙잡는다.

계획을 공개한 뒤에는, 해야 할 일에 남에게 설명할 일까지 붙을 수 있다.

무언가 시작할 때 알리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응원을 받으면 힘이 나기도 한다.
함께 할 사람을 구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단계의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도움을 구할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과, 아직 정하지도 않은 일을 여러 사람 앞에서 선언하는 것은 다르다.

몇 사람에게 의견을 물으면 될 일을 단체방에 올렸다.
조언은 12개가 왔다.
서로 다 다르다.
정작 교재는 아직 못 골랐다.

명리에서 식상은 생각과 재주를 밖으로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작용에 연결한다.
표현은 기회를 만들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리는 힘이 된다.

그런데 말로 꺼내는 것과 실제 결과물로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발표는 여러 번 했는데 손에 남은 것은 없을 수도 있다.

다이어트 하겠다고 떠들고 다닌다고, 진짜 다이어트가 되더냐?

인성으로 배우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식상의 표현만 먼저 바빠지는 장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식상이 있으면 말을 아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밖으로 꺼낼 것이 계획인지, 질문인지, 결과물인지 구분하자는 것이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비슷하다.
자랑하고 싶을 수 있다.
기쁜 일을 함께 나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디까지 말할지는 고를 수 있다.

새집 사진을 보여주는 것과 대출 잔액까지 공개하는 것은 다르다.
일이 잘됐다고 말하는 것과 계약 금액, 거래처, 진행 중인 조건을 전부 설명하는 것도 다르다.

누가 물었다고 모두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려서 그렇다고 하기엔 천성에 가깝다.

질문을 받은 순간 내 정보의 공개 의무가 생기는 것처럼
정치인인 것처럼, 재산 공개에 들어가는 분이 계신다.

반대로 힘든 일은 무조건 숨겨야 성숙한 것도 아니다.
혼자 버티다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데도 “진짜 강한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는 말 때문에 입을 닫으면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침묵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다.
내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해결책은 몰라도 끝까지 들어준다.
어떤 사람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또 어떤 사람은 듣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본인은 걱정돼서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쪽은 걱정할 사람이 세 명 더 늘었다.
아마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느새 남들에게 나는 나에게도 낯선 어떤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감정도 그렇다.
화가 났다고 바로 단톡방에 긴 글을 올리면, 다음 날에는 문제에 더해 내 문장까지 수습해야 할 수 있다.

일단 메모장에 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쓴다.
다음 날 읽어보니 두 문장이면 될 이야기다.

나머지는 상대에게 전달할 내용이라기보다, 어제 내가 얼마나 화났는지 보여주는 분량이었다.

준비하던 사람은 이번에는 다른 과정을 알아보면서 조용히 몇 강의를 들어본다.
필요한 질문은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한다.
계획을 바꿔도 단체방에 정정 공지를 올릴 필요가 없다.

친구가 묻는다.
“요즘은 뭐 준비하는 것 없어?”

“좀 해보는 중이야. 정리되면 이야기할게.”

이번에는 전문가라는 칭찬을 못 들었다.
넌 뭐든 해낼수 있어라는 격려도 못들었다.
대신 집에 와서 하던 것을 마저 했다.

아직 해보는 중인 일까지, 남들 앞에서 끝까지 해내겠다고 약속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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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2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펀역 일기장을 적극 이용한다..🙏😍

    • sean·

      스스로 다짐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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