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앱이 붕어빵처럼 쏟아지는 까닭
토스 안에 들어가 있는 미니앱이 1년 만에 1만 개를 넘었다.
2025년 7월에 100개 남짓으로 시작했다. 올해 2월에 1,000개, 6월에 5,000개, 8월에 1만 개. 백 배가 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 1만 개 가운데 사주·운세 앱이 몇 개인지는 토스도 숫자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미니앱 목록을 넘기다 보면 오늘의 운세, 신년운세, 궁합, 타로가 한 집 건너 하나씩 나온다. 겨울마다 골목골목 붕어빵 가게가 생기는 풍경과 닮았다. 또 스레드에서 본 바로는 운세앱이 3000-4000개가 대기중이라고 봤는데,,,ㅋㅋㅋ
같은 시기에 애플은 반대로 갔다. 운세 앱은 웬만해서는 더 받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한쪽에서는 쏟아지고, 한쪽에서는 문을 닫는다. 사정을 하나씩 풀어 보면 이렇다.
과거에는 사주 앱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주 앱의 재료는 두 가지다. 만세력(萬歲曆)과 풀이 문장.
만세력은 생년월일시를 넣으면 네 기둥 여덟 글자를 뽑아 주는 달력이다. 예전에는 두꺼운 책을 넘겨 가며 찾았다. 지금은 절기(節氣) 시각을 천문 계산으로 뽑아 주는 무료 공개 프로그램이 여럿 있다. 코드 몇 줄이면 여덟 글자가 나온다.
풀이 문장은 AI가 쓴다. 여덟 글자를 넘겨 주고 "풀어 줘" 하면 몇 초 만에 원고지 수십 장이 나온다. 맞춤법도 안 틀리고, 말투도 공손하다.
남는 일은 입력 칸과 결과 화면을 만드는 것뿐이다. 이것도 요즘은 AI가 한다.
토스 공식 블로그에 실린 사례가 하나 있다.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7주 동안 미니앱 21개를 출시했다. 아이디어는 Gemini로 5분 만에 짜고, 화면은 Lovable로 하루 만에 만들고, 마무리는 Claude Code로 했다. 본인이 이 방식을 "공장"이라고 불렀다. 이 사람이 찍어 낸 것은 사주 앱이 아니라 사진 필터, 날씨 앱 같은 것이었지만, 사주 앱이라고 공정이 다를 리 없다.
현재 나오는 쓰레기 같은 디자인만 이쁜 사주앱들은 대다수 그렇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광고는 그럴듯하게 하지만,
토스는 이 흐름을 대놓고 밀고 있다. 올해 5월부터 매달 상금을 걸고 "바이브코딩 챌린지"를 연다. AI에게 말로 시켜서 앱을 만드는 대회다. 8월 챌린지의 제목은 이랬다.
하찮아도 괜찮아.
문턱이 어디까지 내려왔는지 이 한 줄이 다 말해 준다.
토스 미니앱을 만드는 쪽의 셋 중 둘은 회사가 아니라 혼자 일하는 개인이다. 그리고 열에 여섯 넘는 계정이 실제로 돈을 벌고 있다. 뒤에는 토스 사용자 3천만 명이 서 있다. 애플이나 구글 심사를 거치지 않고 그 3천만 명 앞에 바로 가판대를 펼 수 있다.
반죽은 공짜고, 틀은 하루면 나오고, 목 좋은 자리까지 내준다. 붕어빵 가게가 안 생기는 쪽이 이상하다.
그런데 왜 하필 사주인가. 같은 조건이면 계산기 앱, 가계부 앱도 쏟아져야 한다.
사주에는 AI 앱 소재로 딱 맞는 성질이 네 가지 있다.
입력이 짧다. 생년월일시, 네 칸이면 끝이다. 사진을 올리거나 긴 글을 쓸 필요가 없다.
결과가 글이다. AI가 제일 잘하는 일이 그럴듯한 글쓰기다. 계산기는 사정이 다르다. 7 더하기 8이 16이라고 나오면 그날로 지운다.
틀려도 잘 안 들킨다. 어제 오늘의 운세가 빗나갔다고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다. "대인관계에 신경 쓰세요"는 어느 날에 들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매일 다시 온다. 오늘의 운세는 내일 또 봐야 한다. 매일 들어오면 매일 광고가 붙는다. 토스 미니앱의 주된 수입이 배너 광고다. 사주와 광고는 이 점에서 궁합이 잘 맞는다. 합(合)이라고 불러도 좋다.
수요도 이미 두껍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점신은 한 달에 80만 명 가까이, 포스텔러는 60만 명 넘게 쓴다. 내가 예전에 블로그에서 사용후기를 썼지만, 음 형편없는 수준인데, 엄청 많이 쓰더라... 이용자의 절반 넘게가 20~30대다. 점집 기본 복채가 5만 원 안팎인데, 앱은 공짜부터 시작한다. 집값과 불경기에 지친 세대가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한 번씩 펼쳐 보는 참고서가 됐다.
올해가 병오년(丙午年)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연초에 앱 이름마다 "병오년 신년운세"가 붙었다. 붉은 말이 한 해 동안 앱 장터를 꽤 바쁘게 뛰어다녔다.
애플의 앱 심사 지침 4.3항에는 "이미 넘쳐나는 분야" 목록이 있다. 손전등, 배경화면, 데이팅 앱, 그리고 운세 앱이 한 줄에 서 있다. 같은 지침의 다른 대목에는 방귀 소리 앱, 트림 소리 앱이 "아무 가치도 더하지 못하는 앱"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명리학 입장에서는 이웃 배치가 좀 억울하다. 그래도 애플 눈에는 그 정도로 흔하다는 뜻이다.
2026년 6월 개정에서 문구가 더 단단해졌다.
| 대상 | 바뀐 기준 |
|---|---|
| 새로 올리는 앱 | 확실히 다르거나 더 나은 경험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 |
| 이미 올라간 앱 | 업데이트나 개선이 없거나 이용자가 모이지 않으면 내릴 수 있다 |
여기에 한 가지가 더 겹친다. AI 채팅 창 하나 씌운 앱도 요즘 심사에서는 넘쳐나는 분야로 취급받는다. 화면 구성이 다 비슷하고, 속에 든 것은 같은 AI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AI 사주 앱"은 넘쳐나는 분야 두 개를 한꺼번에 밟는다.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심사 담당자 눈에는 이번 주에만 수십 번/수백번 째 보는 붕어빵이다.
토스도 조이기 시작했다. 9월 30일부터 게임이 아닌 미니앱을 한 달 동안 차례로 품질 점검한다. 콘텐츠 심사도 금지어만 거르던 방식에서 전체 맥락을 보는 쪽으로 바뀌었다.
판이 열리고, 몰리고, 조인다. 어느 장터에서나 보던 순서다.
여기까지는 앱 장터 이야기다. 이제 명리학 이야기를 할 차례다.
만세력이 공짜가 되면서 여덟 글자를 뽑는 일은 값이 사라졌다. 어느 앱을 쓰든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났으면 같은 여덟 글자가 나온다. 시각 보정 방식이 다르면 시주(時柱)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결국 차이는 그 배후의 인공지능 뭐냐는 것,
게다가 비싼 것 안 쓸 것이라고 믿는다. 비싼 것 쓰면 원가가 쎄게 나올 테니까
물론 마케팅비용을 많이 쓰는 경우에는 좀 더 비싸게 팔겠지만, 비싸다고 명리학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다들 내용이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붕어빵 가게가 천 곳 생기면 붕어빵 값은 내려간다. 사주 풀이 문장도 그렇게 됐다. 누구나 뽑고, 누구나 쓰니 문장 한 편의 값은 거의 남지 않았다.
애플은 "다르지 않으면 받지 않겠다"고 했다. 토스는 "품질을 보겠다"고 했다. 둘 다 같은 것을 물은 셈이다. 그 틀 안에 뭐가 들었느냐고.
틀은 하루면 나온다. 팥은 하루에 쑤어지지 않는다.
천 개의 가게에 팥은 몇 가지나 있을까. 한 입 베어 문 사람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