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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것은 그 사람인데, 왜 내가 해명하고 있을까

sean··읽음 14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 달 생활비가 조금 부족하다고 한다.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빌려줬다.
아직 돌려받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사진 한 장을 보낸다.
며칠 전 내가 가족과 외식하면서 올린 사진이다.

“이런 데 갈 돈은 있네.”

갑자기 식당에 간 이유를 설명하게 된다.
부모님 생신이었다고.
매번 가는 곳은 아니라고.
이번 달에는 나도 나갈 돈이 많다고.

설명하다 보니 이상하다.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내 돈을 쓴 경위를 보고하고 있다.

상대의 어려움을 듣는 것과, 내 생활을 허락받는 것은 다른 일이다.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전부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막막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도 있다.
울면서 도움을 청할 수도 있고,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도 있다.
말이 많다고 가짜 고통이고, 조용하다고 진짜 고통인 것은 아니다.

살펴볼 것은 얼마나 슬프게 말하는지가 아니다.
내가 도울 수 없다고 했을 때, 내 사정도 자리에 남아 있는가다.

“알겠어.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
실망한 목소리일 수 있다.
그래도 내 대답은 받아들인다.

반면 이런 말이 돌아오기도 한다.
“너까지 이럴 줄 몰랐다.”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네가 나보다 형편이 낫잖아.”

그때부터 부탁의 조건이 달라진다.
도와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도와주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 되는지를 묻는다.

나는 친구다.
그런데 돈을 보내야 좋은 친구라는 자격이 유지된다.
왜 내가 돈 쓰면서, 자격 심사도 받아야 하지?

명리에서 정인의 작용을 이해와 보호, 상대의 사정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읽어볼 수 있다.
힘든 사람을 보고 한 번 더 기다려주는 마음이다.

다만 이해가 깊어지는 동안 내 생활의 부담까지 계속 뒤로 미루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
상대가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그 어려움을 내가 계속 메워야 한다는 결론은 같지 않다.

이때 관성의 역할과 기준도 필요하다.
내가 맡은 책임과 부탁받은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마음이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의무가 생긴 것은 아니다.

개나 소를 책임질 필요는 없다.
책임감도 희소 자원에 속한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금방 상황을 바꾸지 못할 수도 있다.
오래 걸리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니 아직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게으르다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 거절에 벌을 주는 행동은 별도로 봐야 한다.

답장을 끊는다.
주변 사람에게 내가 얼마나 매정한지 이야기한다.
나중에 연락해서 또 같은 부탁을 한다.
지난번에 도와준 일은 사라지고, 이번에 거절한 일만 남는다.
도와주고 나쁜 사람되기 쉽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돕는 쪽의 마음도 변한다.
안타까워서 보내던 돈을, 비난받기 싫어서 보내게 된다.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면 반가움보다 금액부터 떠오른다.

그쯤 되면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이 따로 붙은 셈이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너는 불쌍한 척하는 사람이야”라고 입증할 필요는 없다. 그걸 이야기 하고 다닐 필요는 더 없다.
거기서부터는 누가 더 힘든지 겨루는 대화가 되기 쉽다.

“이번에는 돈을 빌려줄 수 없어.”
그 말을 하기 위해 상대의 고통이 가짜라는 증거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도울 여유가 있고 돕고 싶다면 범위를 정할 수 있다.
돈 대신 함께 알아봐줄 일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도움을 제안했다가 또 거절당했다고, 더 큰 도움으로 바꿔 제출할 의무는 없다.

친구가 다시 말한다.
“너는 그래도 여유 있잖아.”

예전 같으면 통장 잔고부터 설명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는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있어. 미안하지만 들어주기 어려워.”

이번에 어렵다고 하지 말자, 그럼 금방 물어본다.
언제 되는데?

친구가 서운해할 수 있다.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다.
그것까지 전부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관계를 유지하려고 내가 늘 더 어려운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휴대폰에는 가족과 찍은 사진이 남아 있다.
잠깐 지울까 생각한다.
누가 보면 또 여유 있다고 할 것 같아서...

그러다 그대로 둔다.

누군가를 돕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 삶의 행복했던 순간까지 숨길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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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2
  • 블루베리파이·

    감사합니다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그러게요.. 왜 해명해야하고 왜 사진을 지우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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