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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한 것은 아닌데, 지나오기는 했다

sean··읽음 19

휴대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작년 이맘때 찍은 사진을 봤다.
편의점 도시락이다.
야근하다 책상에서 먹은 것 같다.

그때는 매일 퇴사를 생각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 갈 일이 먼저 떠올랐다.
출근해서는 퇴근만 기다렸다.
퇴근하면 내일 출근이 걱정됐다.

하루 종일 회사 생각을 했는데, 회사에 대한 애정은 없었다.

사진을 한참 보다가 생각한다.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어떻게 지나왔지?

대단한 해결책은 기억나지 않는다.
일을 조금 나눴고.
같이 일하던 사람이 바뀌었고.
어려웠던 업무에도 조금 익숙해졌다.

그러는 동안 월요일이 또 왔고, 월급도 들어왔다.
그 돈으로 밥을 먹고 다음 주를 보냈다.

살면서 넘은 고비 중에는, 멋지게 해결한 것보다 어떻게든 지나온 것이 많다.

그런데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평가할 때도 성과를 찾는다.
그래서 무엇을 얻었는가.
얼마나 성장했는가.
그 경험이 지금 무슨 도움이 되는가???

모든 경험이 다 가치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꼭 도움이 되어야 하나?
그때 생활이 무너지지 않게 붙들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힘이 들었는데.

아픈 가족을 돌보는 동안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구직 기간에 인생의 방향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그냥 필요한 일을 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하루를 보냈을 수 있다.

고생 끝에 교훈까지 제출해야 한다면 사람이 더 피곤해진다.

명리에서는 원국만으로 모든 시기의 모습을 고정하지 않는다.
대운과 류년이 들어오며 힘의 배분과 작용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같은 사람도 어떤 때는 비교적 수월하게 해내던 일을, 다른 때는 훨씬 큰 부담을 들여 처리할 수 있다.

그러니 힘든 시기의 자신을 보고 평생의 능력을 판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잘 안 풀린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계속 이 정도라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운이 바뀔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참기만 하면 된다는 뜻도 아니다.

버틴다는 말 안에도 서로 다른 행동이 들어 있다.

지출을 줄여 시간을 확보하는 사람이 있다.
남의 몫까지 떠안던 일을 내려놓는 사람이 있다.
도움을 구하고, 방법을 바꾸면서 버티는 사람이 있다.

반면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더 늘리는 사람도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이번만 넘기면 된다며 잠과 생활비를 계속 깎는다.

둘 다 버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쪽은 다음 날을 남기고 있고, 다른 쪽은 다음 날 쓸 것까지 당겨 쓰고 있다.

그래서 힘들 때 필요한 질문은 “얼마나 더 참을 수 있나”만이 아니다.
무엇을 덜 해야 조금 더 갈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

모든 문제를 오늘 끝낼 수는 없다.
답을 줄 사람이 아직 결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몇 달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조급해도 과정이 줄어들지 않는 때가 있다.

그런 날에는 오늘 해야 할 일과, 오늘 생각해도 달라지지 않을 일을 나누는 편이 낫다.

지원서는 보낸다.
답이 없는 메일함을 30번 여는 것은 조금 줄인다.
필요한 연락은 한다.
상대가 할 말을 밤새 대신 만들어보지는 않는다.

기다리는 동안 나까지 계속 닳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운이 나쁘면 평상심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조급해지고, 조급해지면, 과잉 행동과 판단 미스가 발생한다.

운이 나쁠때 제일 안 좋은 것은
부지런해지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모든 일을 좋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것도 있고, 손해로 남는 것도 있다.
다만 그 일 하나가 하루 전체를 차지하던 때와는 달라질 수 있다.
잊은 것은 아닌데,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생긴다.

작년 도시락 사진을 넘긴다.
다음 사진은 주말에 산책하다 찍은 나무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에도 산책은 했구나.
그날은 하늘을 볼 여유가 잠깐 있었나 보다.

오늘도 할 일이 남았다.
아주 잘 살고 있다는 확신까지는 없다.
그래도 저녁 먹을 생각은 든다.

그때는 앞으로 평생 그렇게 힘들 줄 알았다.
지금은 그때 찍은 사진을 한 장 넘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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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2
  • 익명.·

    자도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버티는 하루를 지나보니 어떻게든 통과하더라고요.

  • 사랑뽀·

    힘들었을때 어떻게버텼지 생각해보니 그냥 하염없이 엉엉 울기도했고, 가족 생각을 하기도 했으며, 정면돌파도 했었네요 그리고 언젠가 좋은날이 오겠지하는 믿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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