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입을 막으려면, 먼저 듣는 사람을 봐야 한다
회사에 말을 잘 옮기는 사람이 있다.
회의에서 누가 한숨을 쉬었는지.
누가 팀장 결정에 표정이 안 좋았는지.
점심 먹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팀장은 이상하게 다 안다.
어느 날 동료가 불려 들어갔다.
“내가 시킨 일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그날 점심에는 일이 밀려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보고가 올라가는 동안 팀장에 대한 불만이 됐다.
그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말을 섞기도 싫다.
언젠가 제대로 망신을 주고 싶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상한 것이 있다.
그 사람이 말을 옮길 때마다 팀장은 따로 불러 이야기를 듣는다.
다른 사람보다 정보를 먼저 알려준다.
중요한 자리에도 데려간다.
말을 옮기는 사람이 문제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 행동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면, 듣는 쪽도 함께 봐야 한다.
고자질을 잘해서 신뢰를 얻는다.
신뢰를 얻으니 더 많은 말을 수집한다.
이번에는 빠뜨리면 안 된다.
그것이 자기 역할이 됐으니까.
다들 그 사람을 싫어한다.
팀장은 조직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일을 하고.
그 사람은 직원들을 관찰한다.
평가는 후자가 더 잘 받을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왜 저렇게 살까”만 물어서는 부족하다.
저렇게 살면 무엇을 얻는지도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나도 그 사람을 이용하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입이 가벼우니까 내가 퍼뜨리고 싶은 말만 흘리면 되겠네.”
처음에는 잘될 수 있다.
원하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달된다.
그런데 자기 말을 더 유리하게 바꿔줄 사람이 나타나면?
내가 흘린 말도 그쪽에 맞게 편집될 수 있다.
나를 위해 남의 말을 옮기는 사람이, 남을 위해 내 말을 옮기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쓸모를 알아봤다는 것과, 내가 그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명리에서 비겁은 함께 힘을 보태는 작용도 하고, 같은 재를 놓고 경쟁하는 작용도 한다.
사람이 들어왔다고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경쟁한다고 반드시 끊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을 함께하고, 무엇을 나누며, 어디에서 부딪히는지를 본다.
여기서 관성의 제어를 생각해볼 수 있다.
친한 사람끼리 알아서 잘하자는 말로는 부족하다.
누가 어떤 일을 맡는지.
어떤 근거로 평가하는지.
다른 사람에 관한 문제 제기는 어떻게 확인하는지.
그 기준이 있어야 관계의 힘이 일을 돕는 쪽으로 쓰인다.
일을 잘한 기록보다 상사에게 가까운 것이 더 큰 보상이 되면, 사람들은 일보다 상사의 기분을 연구한다.
그 사람만 내보내도 다음 사람이 그 자리를 맡을 수 있다.
자리가 돈이 되는데 비워둘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함께 일해야 한다면 대하는 방식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업무에 필요한 정보는 전달한다.
결정한 내용은 관계자들이 함께 볼 수 있게 남긴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추측하는 이야기에는 재료를 보태지 않는다.
“그 사람도 팀장 싫어하던데?”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 다음 보고에는 내가 동의한 것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건 본인에게 확인해보세요. 저는 일정 이야기만 했습니다.”
재미없는 대답이다.
하지만 꼭 그 사람에게 재미있는 동료가 될 필요는 없다.
반대로 기록이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팀장이 애초에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는다면, 자료를 내도 불편해할 수 있다.
그때는 내가 부족해서 저 사람을 못 다루는 것이라고 자책할 일이 아니다.
그 조직에서 무엇이 보상받는지 확인한 것이다.
험담을 이겨내는 기술만 배우다가 몇 년을 보내지 말고, 그곳에서 계속 일할 조건도 살펴야 한다.
어느 날 그 사람이 또 팀장에게 말한다.
“김 대리가 이번 결정에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팀장이 묻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 문제가 있다는 거죠?”
일정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고 한다.
“그럼 담당자들하고 같이 확인하죠.”
갑자기 이야기가 짧아진다.
그 사람의 성격이 하루아침에 좋아진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은 남의 표정을 전달한 것만으로 중요한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사람을 미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계속 같은 사람이 생겨난다면, 그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도 한번 볼 일이다.
그 자리에 무엇을 가져가야 대접받는지.
누군가는 말을 옮기고 있지만, 누군가는 그 말에 값을 치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