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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면 ?

sean··읽음 25
“솔직하게 말해줘. 이거 괜찮아?” 친구가 사업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으니 솔직하게 말한다. “아이디어는 재미있는데, 누가 돈을 낼지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아.” 표정이 달라진다. “이미 비슷한 걸로 잘되는 사람들 많아.” 그래서 물어본다. “그 사람들은 고객을 어떻게 모았는데?” 표정이 더 달라진다. “넌 왜 항상 안 되는 쪽으로만 생각하냐?” 아!!!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게 아니었다. 솔직하게 감탄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대화는 생각보다 많다. 의견을 물어본다. 그래서 의견을 말한다. 그랬더니 관계가 나빠진다. 반대로 옆에서 듣던 사람이 한마디 한다. “야, 너는 원래 감각이 있잖아. 일단 해봐.” 갑자기 분위기가 좋아진다. 저 사람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초 치는 사람. 아직 고객 한 명도 못 만났는데, 주변 사람의 인성 평가는 끝났다. 물론 신나는 마음에 이야기를 꺼냈는데 처음부터 문제점 열 개를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다들 그런 날이 있다. 열심히 만든 것을 보여줬는데 상대가 확대경부터 꺼내면, 다음에는 그 사람에게 안 보여주고 싶어진다. 그러니 반대 의견을 한 번 싫어했다고 그 사람을 판단력이 없는 사람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반복이다. 내 말을 듣고 무엇을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는지만 확인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맞다고 해주면 이해심이 깊다. 잠깐 확인하자고 하면 소심하다. 다른 가능성을 말하면 나를 무시한다. 이런 식이면 대화가 점점 어려워진다. 사실을 말하기 전에 상대 기분부터 계산해야 한다. 어디까지 말해도 되지? 이 단어는 빼야 하나? 앞에 칭찬을 몇 개 붙여야 하지? 본론은 두 문장인데 포장하는 데 십 분이 걸린다. 그렇게 포장해도 마지막에 묻는다. “그래서 하지 말라는 거야?” 고객을 먼저 확인하자고 했지. 왜 자꾸 내 입에 폐업 신고서를 넣는가.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한다. 힘든 사람이 잠깐 위로를 바라는 것과, 자기 판단을 계속 확인받으려는 것은 다르다. 오늘 회사에서 혼나고 온 사람에게는 일단 고생했다고 해줄 수 있다. 그 자리에서 업무 능력 평가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큰돈이 들어갈 일을 검토해달라고 해놓고, 위험을 이야기할 때마다 화를 낸다면? 검토가 어렵다. 위로가 필요한 자리와 판단이 필요한 자리가 다른 것이다. “오늘은 그냥 내 편 좀 들어줘.” 이렇게 말하면 서로 편하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봐줘”라고 해놓고, 객관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삐친다. 객관식 문제였던 모양이다.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미안 내가 눈치가 없었어. 명리에서 인성(印星)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쪽으로 읽는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양이 많다고 판단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책도 많이 읽고. 강의도 많이 듣고. 아는 것도 많다. 박학다식함이 인생 최대 자랑이고 소장한 책으로 꾸민 서재가 자랑거리 사람 모아서 독서회도 한다. 그런데, 그 지식을 전부 자기 생각이 맞다는 증거를 모으는 데 쓸 수도 있다. 반대 의견이 나오면 새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반박할 문장부터 찾는다. 요즘엔 인공지능 시키면 아주 쉽게 찾아준다. 머릿속 자료실은 큰데, 불편한 자료는 입고가 안 된다. 혹은 빨간 딱지 붙여서, 어딘가 구석에 먼지 쌓인채 봉인되어 있다. 식상(食傷)으로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생각을 고치는 것도 별개다. 말을 잘해서 대화에서는 계속 이긴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이겼는지는 따로 봐야 한다. 고객이 안 사는데 고객을 설득력 있게 욕하고 있으면, 말은 시원하게 했지만 매출은 그대로다. 십신 하나로 누구는 말을 잘 듣고 누구는 고집이 세다고 정할 수는 없다. 다만 많이 아는 것, 잘 말하는 것, 새로 판단하는 것은 서로 다른 능력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도 남 이야기만 할 수는 없다. 누가 내 선택을 지적하면 내용보다 말투부터 들릴 때가 있다. 그래서 "태도"로 시비 건다. 자식놈이 나한테 이야기하면, 싸가지가 없는거고, 애미 애비도 없는 거다. 배우자가 내 선택에 의견을 제시하면, 사랑이 식은거다. 맞는 말 같기는 한데. 왜 저렇게 말하지? 꼭 지금 해야 하나? 자기는 얼마나 잘한다고. 나한테 불만 있나? 여기까지 생각하면 내용은 뒤로 밀린다. 그리곤 상대의 과거 실수가 갑자기 잘 떠오른다. 상대방이 선택했는데, 실패한 사건들이 정리되서 한박스가 온다. 내 선택을 검토하다가 상대 인생 감사에 착수한다. 이 능력은 다들 조금씩 있다.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걱정하다가도 이럴 때 보면 아직 쓸 만하다. 나 아직 안늙었어, 몇월 몇일 몇시에, 무슨 옷을 입고, 어디에 어떻게 서서 이야기 했었지. 내가 얼마나 반대했는데, 그걸해서 실패했잖아. 그래서 중요한 것은 반대 의견을 듣고 처음부터 기분이 좋으냐가 아니다. 기분은 나쁠 수 있다.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도, 저 말에 확인할 내용이 있는지 볼 수 있는가. “말은 좀 기분 나쁘게 했는데, 그 부분은 맞네.” 이 정도만 해도 대화가 많이 달라진다. 이것만 되도, 당신은 성숙한 어른이다. 상대 말 전부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틀린 조언도 많다. 내 상황도 모르면서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많다. 확인해보니 아니면 안 따르면 된다. 다만 듣기 싫다는 이유로 틀린 말로 처리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는 사람도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나는 좋은 뜻으로 말한 건데.” 좋은 뜻이었다는 것과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말했다는 것은 다르다. “그걸 누가 사냐?”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넌 원래 끝까지 못 하잖아.” 인신 공격을 하곤, 나는 솔직한 조언을 했다고 믿는다. 이런 말을 해놓고 상대가 화내면 진실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면 곤란하다. 물건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 전체를 평가해버렸으니까. 내 말이 사실인지. 상대가 지금 의견을 요청했는지. 고칠 수 있는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이 정도는 봐야 한다. 입에 칼을 물고 들어와서 영양제라고 주장하지는 말자. 친구 관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 연인 때문에 힘들다고 밤새 하소연한다. 같이 화내준다. 그만 만나는 게 낫겠다고 말한다. 친구도 이번에는 정말 끝이라고 한다. 며칠 뒤 둘이 여행 간 사진이 올라온다. 둘은 바다를 보고 있고. 나는 아직 지난 화요일 이야기에 화가 나 있다. 그럴 수 있다. 관계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복잡하니까. 그런데 이후에 친구가 나를 불편해하기 시작한다. 자기 연인을 안 좋게 본 사람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둘의 화해 비용을 내가 내고 있다. 이럴 때 매번 더 열심히 설득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일이 걱정되는지 말할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면 함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의 선택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계속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버거우면, 내 한계도 말해야 한다. 진심이라는 이유로 밤마다 같은 상담을 무제한으로 할 의무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물론 "친구"라는 티켓을 끊고 들어와 있어서, 그게 시간제 쿠폰이 아니었다는게 함정인데 그리고 누군가의 주변에 듣기 좋은 말만 남기 시작하면, 그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는 좋은 사람들만 남은 것 같다. 나를 이해해준다. 가능성을 알아본다. 괜찮다고 해준다. 그런데 정말 나를 잘 이해하는 것인지, 나에게 무엇을 말해야 좋아하는지 잘 아는 것인지는 다르다. 솔직한 사람이 전부 좋은 사람은 아니다. 칭찬하는 사람이 전부 나쁜 사람도 아니다. 다만 다른 의견을 말하면 벌을 주는 관계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다른 의견이 줄어든다. 회사에서도 그렇다. 문제를 보고한 사람이 혼난다. 좋은 전망을 말한 사람은 칭찬받는다. 그러면 보고서가 점점 밝아진다. 보고서만 읽으면, 내년에 회사가 나스닥 상장하고, 우리는 모두 부자가 되서 후년에 주식 매각 금지 풀리면, 은퇴하고, 하와이 해변에 누워있을것 같다. 회사 사정이 좋아진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보고하는 요령이 좋아진 것일 수도 있다. 내 주변도 한번 볼 일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편하게 하는가. 아니면 내가 좋아할 말만 조심스럽게 고르는가. 내가 요즘에 파일을 던지지 않아도 되는 날이 늘었나? 한때는 나와 논쟁하던 사람이 요즘은 늘 고개만 끄덕인다. 드디어 내 수준을 알아본 것일까. 설명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좋은 관계라면 늘 같은 의견일 필요는 없다. 같이 기뻐해줄 수도 있고. 힘든 날에는 판단을 잠깐 미뤄줄 수도 있고.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불편한 질문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믿는다는 말이 내 모든 판단이 맞다는 뜻은 아니니까. 다음에 누군가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면, 반박하기 전에 하나만 확인해보자. 저 사람은 나를 공격하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놓친 부분을 말하고 있는데, 지금 내 기분이 공격받았다고 느끼는가. 둘을 구분하면 듣는 말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솔직한 의견을 구할 생각이라면, 대답을 듣고 바로 벌주지는 말자. 다음에는 아무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어때?” “좋아.” "최고야!!" “진짜?” “응.” 대화는 아주 편해졌다. 얻은 정보는 하나도 없지만. 뭐 원하던게 정보는 아니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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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3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친한 동료가 제 제안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말해주었고, 수정해서 잘 마무리한 기억이 있습니다. (문제점 말할때는... 제가 엄청 머라고 하긴 했..ㅋ) 같이사는 기토남도 "객관적으로 봐줘"라는 말을 안해도 그냥 팩트 그 잡채라, 회사 관련 조언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모두, 귀인입니다. ^_^ “객관적으로 봐줘”라고 해놓고, 객관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삐친다. ㅋㅋㅋㅋ(남의 일이 아닌)

  • 익명.·

    이런 일 많죠. 전 그냥 조언을 안해요. 남편한테해도 부정적이라는 소리듣고. 당연히 아는 사이에도 좋아하는 시람 없더라고요.

  • 바다·

    인간작동 설명서를 정말 리얼하게 풀어놓으시네요. 항상 감사하게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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