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커뮤니티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sean··읽음 21
“이번 계약이 저희한테 정말 중요합니다.” 열심히 설명한다. 직원들도 기다리고 있고. 몇 달 동안 준비했고. 이번에 안 되면 많이 어렵다고. 상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시군요. 잘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계약은 다른 회사와 한다. 분명 내 사정을 이해한 것 같은데. 이해는 했다. 계약해야 할 이유는 못 들은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할 때,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꼭 필요한 돈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다. 이번만 도와주면 된다. 다 사실일 수 있다. 그런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질문이 하나 남는다. 그래서 내가 왜??? 입 밖으로 말하면 너무 매정하니까 안 할 뿐이다. “검토해보겠습니다.” 보통 이런 문장 안에 조용히 들어 있다. 물론 사람은 정 때문에 도와주기도 한다. 사정이 딱해서 자기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도움까지 전부 계산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매번 상대의 착한 마음만 기다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어진다. 내가 왜 필요한지는 충분히 말했다. 이제 상대가 왜 움직여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회사에서 사람을 더 뽑아달라고 할 때도 비슷하다. “너무 힘듭니다. 인원이 부족합니다.” 사실이다. 매일 야근하고 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직원들이 힘들어서 퇴사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상사는 예산부터 본다. 그래서 목소리를 조금 더 높인다. “진짜 죽겠습니다.” 상사는 위로한다. “다들 힘들어. 조금만 버텨보자.” 인원은 안 늘고 동지애만 늘었다. 야근할 때 같이 있어주지도 않는 동지애다. 이럴 때는 힘들다는 말에 더해, 지금 무엇이 막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직원이 부족해서 답변이 늦어진다. 답변이 늦어지니 주문이 취소된다. 새 일을 받아도 처리할 시간이 없다. 여기까지 확인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업무를 맡을 사람이 있으면 기존 직원들이 밀린 주문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우선 단기 인력으로 해보고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는지 확인하죠.” 갑자기 착한 상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사가 판단할 내용이 생긴다. 인건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무엇이 개선되는지. 안 되면 어떻게 조정할지. 내 고통이 회사의 문제와 연결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설명해도 안 뽑아주는 회사는 있다. 그러면 그것도 정보다. 내가 설명을 못 해서인지, 알아도 바꿀 생각이 없는 회사인지 구분할 수 있으니까. 설득 기술이 좋다고 모든 사장이 정상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협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회니까 같이 하시죠.” 누구에게 좋은 기회인가. 보통은 본인에게 좋은 기회다. 내가 부족한 것 니가 채워죠! 나는 상대의 경력이 필요하다. 상대의 고객도 필요하다. 가능하면 이름도 빌리고 싶다. 상대의 돈도 얻으면 좋고 그런데 상대에게 주는 것은? 좋은 기회. 상대는 이미 좋은 기회를 너무 많이 받았을 수도 있다. 대부분 공짜로 일해달라는 기회였겠지. 이럴 때 먼저 알아볼 것은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다. 돈을 더 벌고 싶은가. 시간을 덜 쓰고 싶은가. 새로운 분야를 시험해보고 싶은가.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은가. 복잡한 실무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한가. 같은 제안도 이것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이름을 알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자기 역할이 드러나는 자리가 중요할 수 있다. 반대로 이제 좀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에게 “대표님을 전면에 내세우겠습니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당신을 피해 뒤로 빠진다. 누구나 돈을 좋아할 것 같지만, 돈을 더 주겠다고 해도 싫다는 사람이 있다. 이미 일이 너무 많다. 추가 수입보다 주말 하루가 더 필요하다. 그런 사람에게 돈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나는 내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상대는 일이 하나 더 생기는 소리로 듣는다. 듣는 순간 머리가 아퍼지고, 뒷목이 땡기고, 어깨가 묵직해진다. 내가 주고 싶은 것과 상대가 받고 싶은 것은 다를 수 있다. 이건 가족 사이에서도 보인다. 주말에 여행을 가자고 한다. 좋은 숙소를 찾았다. 맛집도 예약할 수 있다. 지금 가면 사진도 잘 나온다. 그런데 배우자가 시큰둥하다. 왜 이렇게 재미없게 사냐고 생각한다. 상대는 여행이 싫은 게 아니라, 짐 싸고 운전하고 돌아와서 빨래할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밀린 집안일은? " 나는 바다를 보면서 힐링하고 있는데, 상대는 아이 뒤치닥거리 하고, 집에 널려 있는 빨래감을 보고 있다. 같은 여행 이야기를 하는데 도착지가 다르다. “이번에는 내가 짐 챙기고 운전할게. 돌아와서 정리도 하고.” 이 말이 호텔 사진 스무 장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진짜 해야 한다. 게다가 매번 진짜 해야 한다. 갈 때만 그렇게 말하고 돌아와서 소파에 누우면, 다음 여행은 제안서부터 반려된다. 명리에서 재성(財星)은 내가 다루고 운용하는 자원의 쪽으로 읽는다. 돈만이 아니라 무엇을 주고받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도 함께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를 쓴다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을 움켜쥐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거래의 절반이 빠진다. 듣기 좋게 절반만 빠진다고 이야기 한거다. 솔직히 운이 좋지 않으면, 거래 만드는것 어렵다. 상대도 자기 자원에 값을 매기고 있다. 돈뿐 아니라 시간, 이름, 신뢰, 책임까지. 내가 얻을 것만 보고 있으면 상대가 내놓아야 하는 것이 잘 안 보인다. 관성(官星)을 책임과 기준으로 풀어보면, 상대가 왜 좋은 조건에도 망설이는지 이해할 자리가 생긴다. 잘되면 회사가 좋다. 그런데 잘못되면 담당자가 혼난다. 그러면 담당자는 수익 전망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어떻게 처리할지를 먼저 보고 싶을 수 있다. 그 앞에서 계속 “본부장님, 이거 대박입니다”만 외치면 안 된다. 그 사람은 대박보다 다음 달에도 출근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몇 마디 듣고 상대 속마음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이 사람은 인정 욕구가 강하네.” “저 사람은 돈만 주면 움직이겠네.” 이렇게 분류하고 나면 상대가 하는 말도 자기 판단에 맞춰 듣게 된다. 그러니까, 사주 볼 줄 모르면서, 대충 어디서 생일 구해서, 짐작하지 말자. 사람을 이해하려고 시작했는데, 혼자 공략집을 쓰고 있다. 상대는 게임 캐릭터가 아니다. 선물 세 번 주면 호감도가 올라가고 계약 버튼이 열리는 구조가 아니다. 물어보면 된다.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뭔가요?” “어떤 부분이 부담되세요?” “조건을 바꾼다면 어디부터 바꾸는 게 좋을까요?” 생각보다 직접 말해주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듣기 전에 설명을 너무 많이 해서 못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았다고 다 들어줄 필요도 없다. 가격도 싸야 하고. 일정도 빨라야 하고. 수정은 무제한이어야 하고. 결과는 반드시 좋아야 한다고? 그분이 원하는 것은 협력자가 아니라 소원 들어주는 램프다. 혹은 당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보고 있을 수 있다. 당신 이름이 "지니" "파란애" 이렇게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을 수도 있다. 주전자를 문질렀는데 내가 나왔다고 다 해줄 일은 아니다. 상대의 필요와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만나는 부분을 찾는 것이다. 없으면 안 맞는 거래다. 안 맞는 거래를 억지로 하면, 그게 사고로 돌아온다. 그걸 억지로 만들려고 거짓말하기 시작하면, 처음의 설득이 나중의 수습 업무가 된다. 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다고 하고. 중요한 부담은 작게 말하고. 위험한 부분은 계약하고 나서 알려준다. 상대는 선택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선택에 필요한 내용을 못 들었다. 보통 은행이나 증권회사에서 재테크 상품 사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은 상대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상대가 실제로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얻는 기분만 들게 해놓고 비용은 나중에 보내면 신뢰가 남지 않는다. 반대로 이 원리를 알면 내가 제안을 받을 때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선생님 같은 분이라면 이 가치를 알아보실 겁니다.” 알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선택받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아까까지 필요 없던 물건인데, 어느새 내가 이 정도도 판단 못 하는 사람인지 시험받는 기분이다. 그럴 때 잠깐 볼 일이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주는 제안인가. 아니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잘해주는 사람인가. 둘은 꽤 다르다. 다음에 누군가에게 부탁하거나 제안할 일이 있다면, 내 사정을 정리한 뒤 상대 쪽에서도 한번 읽어보자. 그 사람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실제로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게 보여야 상대도 자기 이유로 움직일 수 있다. 제안서 첫 장에 “저희에게 정말 중요한 기회입니다”라고 썼다면, 한 줄쯤 더 필요할 수 있다. 상대에게는 왜 중요한가? 내 인생의 중요한 기회가, 상대에게는 또 하나의 안 읽은 메일일 수도 있으니까.
♡ 좋아요 4
댓글 쓰기 · 寫

로그인후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댓글 · 答2
  • 익명.·

    감사합니다

  • 潤潤 (윤윤)·

    큰 도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 읽기 · 續 자유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