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말라는 글을 읽고, 남의 연봉을 검색한다
sean··읽음 22
동료가 승진했다.
“축하해요.”
"진심으로 축하해요!"
진심이다. 잘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뭐 하고 있지?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글은 어제도 읽었다. 좋아요도 눌렀다. 저장까지 했다.
필요할 때 보려고.
그런데 막상 필요할 때는 그 글이 생각 안 난다. 동료 연봉이 얼마나 올랐을지만 궁금하다.
사람이 원래 안다고 바로 되는 존재가 아니다.
야식 먹으면 속 불편한 것 몰라서 먹나. 늦게 자면 내일 피곤한 것 몰라서 휴대폰 보고 있나.
비교도 비슷하다.
머리로는 내 인생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옆 사람이 앞으로 가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나만 남겨지는 것 같으니까.
명리에서 비겁(比劫)은 나와 같은 오행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 동료, 경쟁자와의 관계를 읽을 때 보는 글자다. 같은 편이 되기도 하고, 같은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한다.
재벌이 건물을 샀다?
그렇구나.
입사 동기가 건물을 샀다?
어떻게 샀지? 집에서 해줬나? 대출인가?
갑자기 조사 능력이 좋아진다.
멀리 있는 사람보다 나와 비슷했던 사람의 변화가 더 신경 쓰이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같은 구내식당에서 밥 먹던 사람이니까.
그런데 요즘은 비교할 사람이 너무 많다.
예전에는 동창회나 가야 들었다. 누구는 사업이 잘되고, 누구네 애는 공부를 잘하고.
지금은 누워서 다 본다.
아침에는 스물여덟 살 건물주를 보고, 점심에는 2개월에 한번씩 해외 여행 다니는 가족들을 보고, 밤에는 식스팩의 동안 오십 대 아저씨를 본다.
나는 출근하고 밥 먹고 퇴근했을 뿐인데, 하루에 세 번쯤 인생을 잘못 산 사람이 된다. 물론 중간 중간 인스타를 더 보면, 인생 한참 잘 못 된 사람이 되는건 식은죽 먹기다.
더 웃긴 것은, 그 사람들이 전부 다른 사람이라는 거다.
한 사람의 돈, 다른 사람의 몸, 또 다른 사람의 자녀, 행복한 여행, 매일 가는 맛집들을 합쳐놓고 그걸 내 경쟁자로 세운다.
그런 인간은 실제로 없는데, 나는 매일 지고 있다.
그렇다고 휴대폰을 끄고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하면 해결되나.
잠깐은 된다.
다음 날 회사 가면 승진한 동료가 앉아 있다.
비교를 완전히 없애려 하기 전에, 왜 그 비교가 나를 이렇게 흔드는지 봐야 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점수로 확인받았다.
공부 잘하면 칭찬받고, 좋은 직장에 가면 인정받고, 돈을 벌면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니 남보다 앞서 있다는 증거가 없으면,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조차 모르겠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비교하지 않으면 위치를 모른다. 위치를 모르면 행복할 수 있다. 쉽게 만족하는게 가능하다.
요즘에 중국에서 대도시에서 유흥업소를 때려잡는다. 아주 초강도로 다 폐쇄해 버린다.
그런데 들리는 이유가 웃기다.
요즘 젊은 층들이 취업이 안되니까, 이쁘고 몸매 좋은 사람들이 유흥업소나 인터넷 스트리머가 되고 있고, 거기서 한방에 돈을 많이 번다.
그래서, 그것이 또 틱톡 같은 곳에서 자랑질로 퍼지고,
그러면 젊은 층들이 사회적 불만을 품게 된다는
그래서 쉽게 돈 버는 그런 애들을 단속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래서 여긴 역학 사이트니까
관성(官星)을 사회의 기준과 자리라는 쪽으로 풀어보면 이해하기 쉽다.
기준이 있으면 자기 역할을 알고 책임을 다할 수 있다. 그런데 남이 매기는 평가에만 매달리면, 내 기분의 결재권까지 밖으로 넘어간다.
상사가 칭찬하면 괜찮은 사람.
한마디 지적하면 쓸모없는 사람.
상사는 보고서 한 장 고치라고 했는데, 이쪽은 자기 인생 전체를 반려당했다.
보고서가 부족한 것과 내가 형편없는 것은 다른 이야기인데 말이지.
그래서 자기 상태를 확인할 기준이 몇 개 더 있어야 한다.
거창할 필요 없다.
예전에는 싫은 부탁을 다 받았는데, 이제는 못 한다고 말한다.
회의에서 입도 못 열었는데, 이제는 내 의견을 낸다.
퇴근하고도 상사 말을 곱씹던 사람이, 이제는 밥 먹을 때 밥맛을 안다.
부부싸움이 줄었다. 아이가 먼저 말을 건다. 밤에 잠이 좀 잘 온다.
이런 것도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변화에는 점수를 잘 안 준다. 남한테 자랑하기 애매하니까.
“저 요즘 거절하고도 잠 잘 잡니다.”
동창회에서 이걸로 박수받기는 어렵지.
그래도 본인 인생에서는 상당한 발전이다.
식신(食神)을 삶을 즐기고 자기 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쪽으로 읽는 것도 여기에 닿아 있다.
남이 알아주기 전에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다. 내가 만든 것을 내가 써먹는다. 밥을 먹고 쉬면서 만족을 느낀다.
물론 식신 하나 있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삶에는 남에게 평가받는 일 말고, 내가 직접 느끼는 몫도 있다는 이야기다.
연봉이 올라간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연봉은 올랐는데 잠은 못 자고, 가족과 말도 안 하고, 주말에도 회사 생각뿐이라면...
남이 보기에는 잘 풀렸는데, 정작 그 삶을 사는 사람은 힘들 수 있다.
둘 다 장부에 적어야 한다. 수입만 적고 지출을 빼먹으면 계산이 안 맞으니까.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너무 빨리 없애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칭찬만 받으면 안된다, 그것도 중독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당신 공짜 칭찬에 착취 당할 수 있다.
그 잠깐의 행복, 인정 받는 느낌에 수년의 시간과 건강을 갈아 넣을수 있단 이야기다.
칭찬받으면 좋다. 이기면 신난다. 좋아요 많이 붙으면 또 하고 싶지.
그게 인간인 것, 비인간적이 되란 이야기는 아니다.
해보고, 해보니 진짜 좋네도 있고, 해보니 생각보다 별것 없다는 것도 겪으면서 자기 기준이 조금씩 생기는 것이다. 꼭 정상까지 올라가야 아는 것도 아니고, 남이 허무하다고 했다고 내가 바로 허무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남에게 보여줄 성적표를 만드는 동안, 실제로 사는 하루가 어떤지는 가끔 확인할 일이다.
작년보다 돈은 조금 늘었나.
싫은 일은 조금 줄었나.
내 마음대로 쓸 시간은 생겼나.
셋 다 늘면 좋겠지만, 하나라도 달라졌으면 그것부터 알아줘도 된다.
그런데 입사 동기는 진짜 무슨 돈으로 건물을 샀지?
뭐, 궁금할 수는 있다...
주식했나?
코인?
???
어쨌든
그것 좀 궁금했다고 내 인생까지 실패한 것으로 만들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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