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학에 종사한다?
sean··읽음 14
현학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이 바닥에 발을 들이는 사람이 대부분 정해져 있었다. 집안 내력이 있거나, 어디선가 스승을 만났거나, 아니면 자기 인생이 한번 크게 꺾이면서 이쪽으로 밀려온 사람들이었다. 요즘은 다르다. 유튜브를 보다가, 릴스를 넘기다가, 어떤 블로거의 "월수입 공개" 글을 읽다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꽤 된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나온 이후에는 인공지능에게 배우고 있다는 사람 부터, 인공지능으로 사주 몰라도 사주앱/사이트 만들어서 돈벌기, 이런 강좌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덕분에 사주앱은 앱스토어에서 더 이상 안 받아준다고 한다. 쓰레드도 가보면, 자기가 만들었다는 것 광고하는 사람이 넘치는데, 보면 지식이 없어도 너무 없이 만든게 티가 난다.
그래서 한 번쯤은 이야기해 둘 필요가 있다. 이 업이 실제로 어떤 업인지.
현학은 겸손이 바닥에 깔려야 하는 업이다.
사주를 조금 볼 줄 알게 되면 묘한 일이 생긴다. 사람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은 이런 팔자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틀릴 때도 많은데 맞을 때가 몇 번 겹치면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간다. 그 어깨가 올라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초보자만 그런게 아니다. 오래 종사한 사람중에 엄청 많이 봤다. 대면 상담하는 사람중에도 많고, 명리학 카페에서 글 쓰는 사람들에게서도 엄청 많이 봤다.
그러나,
명리학(命理學)이든 풍수든 기문(奇門)이든, 이 분야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한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늘 안고 산다는 것이다. 적천수(滴天髓)를 줄줄 외우는 것과, 눈앞에 앉은 사람의 판을 제대로 읽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글자는 여덟 개뿐인데 그 여덟 글자가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는 사람 수만큼 많다.
겸손하지 않은 역술인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공부를 멈추고, 공부를 멈추면 판이 굳고, 판이 굳으면 틀리기 시작한다. 틀리기 시작하면 손님이 떠나고, 손님이 떠나면 생계가 막힌다. 겸손은 미덕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사부가 예전에 이야기한 것이 있다.
현학 종사자는 가난해서는 안되고 (원래 가난하면, 이게 실력 쌓아서 밥벌이 할때까지 못 버팀 - 공부는 돈이 많이 들고, 실력은 쉽게 안 쌓이고)
현학 종사자는 사회와 가정의 비하하는 시선을 이겨야 하고
현학 종사자는 도덕적이어야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내가 보기에는
제일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실력이 있기 어렵다.
마케팅으로 혹은 우연히 뜰 수는 있지만,
무슨 몇년하고 말것이면 몰라?
그리고,
인과(因果)를 경외하지 않으면 이 업은 못 한다. 그래서 고수가 되면, 보통 다 인과를 믿게 되고, 전생을 믿게 되고, 그렇게 된다.
현학 종사자는 남의 인생에 말을 얹는 사람이다. 그 말 한마디가 상대의 선택을 바꾸고, 선택이 바뀌면 그 사람의 흐름이 바뀐다. "올해 이직하지 마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정말 자리를 지키고, 그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명리를 오래 한 사람일수록 말을 아낀다. 입이 무거운 게 아니라 무서운 것이다. 내 말 한마디가 남의 인과에 올라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전달하면 그 사람은 틀린 지도를 들고 길을 걷게 된다. 그 책임이 어디로 가는가. 법적으로는 아무 데도 안 간다. 그런데 이 바닥에서 오래 있어 본 사람은 안다. 함부로 말한 것은 돌아온다는 것을
어디서 어떻게 돌아오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설명하면 미신처럼 들린다. 그래서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이 업에 오래 종사한 사람치고 "말 함부로 해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는 것만 말해 둔다.
빠른 돈과 이 업은 같이 갈 수 없다.
현학으로 한탕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강의 몇 개 듣고, 자격증 하나 따고, SNS에 프로필 올리면 손님이 줄을 설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끔 쓰레드 보면, 무슨 증서 올리는 분 있다. 명리학도 요즘엔 증서를 주나 보다. 그런데? 그 증서는 뭘 근거로 주냐? 주는 사람이 신이냐 ? 이 사람은 타인 운명을 70%읽을수 있습니다. 그것은 신만 판단 가능한거 아니냐?
그런 사람들의 현실은 이렇다.
처음 1년은 손님이 거의 없다. 있어도 지인 소개로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무료로 봐달라는 부탁이 밥 먹듯 들어온다. "한 번만 봐줘, 친구잖아." 그 한 번이 열 번이 되고, 열 번 봐줘도 고맙다는 말보다 "근데 그건 좀 틀린 것 같은데"라는 말이 먼저 돌아온다.
월급이 없다. 퇴직금이 없다. 보너스가 없다. 아프면 그날 수입이 없다. 연휴에 쉬면 그 주 수입이 없다. 4대 보험 알아서 내야 하고, 세금 신고 알아서 해야 하고, 홍보도 알아서 해야 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자기 이름 하나로 먹고산다는 것이 어떤 무게인지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러니까 이건 부업이 아니다. 되더라도 부업으로는 안 된다. 시간을 반만 쓰면 실력이 반만 쌓이고, 실력이 반이면 신뢰는 제로다. 반쯤 아는 사람한테 자기 팔자를 장기간 내미는 사람은 없다.
숙성이라는 것이 있다.
명리학을 3년 배우면 글자를 읽을 줄 안다. 5년 배우면 구조가 보인다. 10년쯤 되면 구조 너머에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가 진짜다. 그런데, 6개월 속성 코스가 난무하고, 10년 공부했다고 자기는 대단한 줄 알고, 아무도 모르는 역술인들 이름을 대면서, 자기는 그 분 제자라고 한다.
그런데 어렴풋이 보인다는 그 10년이 책상 앞에서만 보낸 10년이면 소용이 없다. 현학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읽는 일이다. 사람을 읽으려면 사람 속에서 굴러봐야 한다. 직장에서 상사한테 깨져 봐야 관살(官殺)이 뭔지 몸으로 안다. 사업해서 돈을 잃어 봐야 재성(財星)이 빠지는 대운(大運)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연애해서 마음이 찢어져 봐야 도화(桃花)가 왜 꽃이면서 동시에 칼인지 안다.
세상 경험이 없는 사람이 남의 인생을 읽겠다고 앉아 있으면 글자만 읽게 된다. 글자를 읽는 것과 인생을 읽는 것은 다르다. 갑목(甲木)이 경금(庚金)을 만났다는 사실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어떤 선택 앞에 서 있을지, 그걸 느끼려면 자기가 비슷한 자리에 서 본 적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 업은 젊은 사람이 빨리 치고 올라갈수는 있다, 유튜브로 뭐 인기를 얻을 수 있을수는 있다. 그러나 절대 고수는 불가능하다. 사실 중수도 불가능하다.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경험이 모자라서다.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 아직 충분히 맞아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창업해서 술업에 종사한다? 더욱더 사회 경험이 부족하지 않겠나?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은 이 업에 맞지 않는다.
현학을 배우러 오는 사람 중에 적지 않은 수가 사실은 도망치려는 사람이다. 직장이 싫고, 현실이 막막하고,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현학이다. 신비롭고, 남들이 못 하는 것 같고, 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현실을 도망치려고 들어온 사람이 이 바닥에서 마주하는 것은 더 거친 현실이다. 수입이 불안정하고, 사람들의 무거운 이야기를 매일 들어야 하고, 자기 실력에 대한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외부에는 잘난척해야 사람이 오니까, 그러지만, 스스로는 안다. 뭐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도 있지만, 회사에서는 못해도 월급이라도 나왔다. 여기서는 못하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더 무서운 것은 3-5년 단골이라도, 한번 제대로 틀리면, 바로 끊긴다. 당신보다 더 실력 좋은 사람 만나면, 바로 거기로 간다.
심성(心性)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의 바탕이다. 이 업은 심성이 단단해야 버틴다. 손님이 한 달째 안 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가. 인터넷에서 "사주는 미신"이라고 조롱하는 글을 읽고도 괜찮은가. 열심히 봐준 사람이 돌아서서 "별로였다"고 할 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가.
조급한 사람은 특히 안 맞는다. "3개월 안에 수익화" 같은 목표를 세우는 순간 공부는 공부가 아니라 투자가 되고, 투자는 회수를 기대하고, 회수가 안 되면 조바심이 나고, 조바심이 나면 아는 척을 하게 되고, 아는 척을 하면 틀리고, 틀리면 신뢰가 무너진다. 이 순서는 거의 예외 없이 똑같다.
강의 파는 사람의 말을 조심해야 한다.
요즘 SNS에 현학 강의를 파는 사람이 많다. "현학 부업으로 월 500만 원", "사주 자격증 3개월 속성 과정", "누구나 할 수 있는 타로 창업". 혹은 " 사주 몰라도 인공지능 사주앱 속성 개발" 이런 문구를 단 광고가 하루에도 몇 십개씩 올라온다. 아마 더 많겠지만, 나한테 보이는게 이 정도다.
냉정하게 말하면, 현학으로 편하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있다.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강의를 팔면서 "나도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는데 3개월 만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그 실력을 쌓기까지 자기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알기 때문에, 그걸 3개월로 압축할 수 있다는 말을 차마 못 한다. 사실 강의들 돌아다니는 것, 가끔 가서 목차만 봐도, 대다수가 중수도 못된다. 저 정도 배우고 누구 사주를 봐준다고? 미친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게 그렇다. 그런데, 그 분들 또 자기가 절대 고수라고 막 자랑을 해놨다. 마케팅인지? 진짜 그렇게 믿는 건지?
공개적으로 "나는 이만큼 번다"고 보여주는 사람의 대부분은, 실제로 그만큼 버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보여줘야 강의가 팔리는 사람이다. 수입 인증이 마케팅인 것이다. 진짜 잘 버는 사람은 굳이 그걸 보여줄 이유가 없다. 보여줘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아니까.
그래도 잘하는 사람은 있다.
물론이다. 이 업으로 수입이 넉넉한 사람은 분명히 있다. 어떤 사람은 아주 넉넉하다. 그런데 그건 그 사람의 운명이기도 하고 실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실력의 뒤에는 보통 사람한테 없는 것이 반드시 있다.
있는 것이 뭐냐면, 시간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을 이 한 가지에 쏟은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수도 없이 틀리고, 수도 없이 부끄러워하고, 수도 없이 다시 책을 펼친 시간이다. 그걸 견딘 사람만이 "잘하는 사람"이 된다. 게다가 함정은 핵심 이론은 책에 잘 없고, 있어도 알아 보기 더럽게 어렵다.
명리로 말하면 식상(食傷)이 재(財)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식상이 있다는 것은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이고, 재를 만난다는 것은 그 표현이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다리가 하나 있는데, 그 다리는 세월이 놓는다. 세월 없이 놓인 다리는 사람이 건너면 무너진다.
이 업은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못 한다.
마지막으로 이것 하나만 말해 두겠다. 현학이라는 업은 돈 때문에 시작하면 반드시 그만두게 되어 있다. 돈이 안 될 때 버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되는데도 팔자를 펼쳐놓고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 새벽에 자다가 "아, 그 사람 시주(時柱)를 다시 봐야겠다" 하고 일어나는 사람. 오래된 고서(古書)의 한 줄이 갑자기 이해가 될 때 혼자서 웃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 업에 남는다.
좋아서 하는 사람은 돈이 안 돼도 공부를 멈추지 않고, 공부를 멈추지 않으니 실력이 쌓이고, 실력이 쌓이니 입소문이 나고, 입소문이 나니 사람이 오고, 사람이 오니 먹고살 수 있게 된다. 순서가 이것이다. 돈이 먼저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먼저다.
그 순서를 뒤집으려는 사람에게 이 업은 매우 잔인하다.
현학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말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들어오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은 알고 들어오라는 이야기다. 이 길은 화려하지 않고, 빠르지 않고, 편하지 않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보다, 숨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당신이 이 업을 시작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 들여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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