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입으면 전 남자친구가 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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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들은 이야기 한 10년 좀 더 된 이야기라고 한다.
어느 역술가에게 A라는 여자 손님이 찾아왔다. 서른 몇 살쯤 됐고, 체격은 뚱뚱했고, 피부는 까무잡잡했다.
전형적인 수형인(水型人)이었다고 한다.
얼굴을 보니 눈꼬리 바로 옆, 간문(奸門)이라고 부르는 자리가 어둑하게 죽어 있었다.
손금도 마찬가지였다. 혼인선이 여러 갈래로 어지럽게 갈라져 있었다.
이 정도면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그림이 나온다.
감정 문제로 왔다고 하길래, 역술가는 이름을 넣고 괘를 하나 뽑아봤다. 천뢰무망(天雷無妄)이 천택리(天澤履)로 변하는 괘가 나왔다.
무망이라는 괘 자체가 어긋나고 헛된 기대를 품는 모양새다. 거기에 금과 목이 서로 부딪치는 형국이니, 좋은 그림이 아니다.
관상이 그렇고, 손금이 그렇고, 괘도 그렇고.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역술가가 말했다.
사업 쪽으로 보면 일 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혼인 쪽은 영 아니다. 이혼할 운명이고, 지금도 뭔가 위태로워 보인다.
A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한 번 이혼했어요. 지금 사귀는 사람 때문에 왔어요.
그때 뽑아둔 괘가 바로 이 자리에서 쓰였다. 천뢰무망, 금목상극(金木相克). 이게 좋을 수가 없다.
두 분은 길이 맞는 사이가 아니고, 좋은 결과도 없을 거다. 빨리 정리하는 게 낫다.
A가 한숨을 쉬더니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랑 같이 살아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이 사람이 진짜 안 하는 짓이 없어요. 작년에는 감옥까지 갔다 왔고요. 제가 돈 써서 꺼내줬더니, 나오자마자 제가 운영하는 호텔 아가씨랑 놀아나더라고요. 3일에 두 번씩 저를 때려요.
헤어지자고 했더니 온 가족을 다 죽이겠다고 협박해요. 이 사람이면 진짜로 할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워요.
일단 A 본인에게 크게 다칠 일은 없어 보였다. 얼굴에도 그런 기색은 없었다.
본인한테 큰 재해는 없어요. 다만 이 남자가 한동안 성가시게 굴긴 할 겁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A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제 사업 망쳐놓으면 어떡해요. 가족 건드리면요.
역술가가 잠깐 생각해봤다. 사주팔자까지 바꿀 수는 없으니 기운을 살짝 돌려놓는 수밖에 없다.
다시 A를 봤다. 이 양반, 뚱뚱한 걸 가린답시고 온통 검은 옷이었다.
자기가 수(水)인데, 거기에 또 수를 겹겹이 두르고 다니는 셈이었다.
오행에서 검은색은 수에 해당한다. 수형인이 검은 옷만 고집하면 수기(水氣)가 넘쳐서 본인이 감당을 못 한다.
이걸 어떻게 눌러야 할까. 토극수(土克水), 흙이 물을 이긴다.
역술가는 노란색이나 커피색 옷을 입으라고 했다. 흙의 색깔이다. 넘치는 수의 기운을 토가 제어해준다.
집 동북쪽 모서리에는 붉은 천을 깔라고 했다. 사방 3척 8치짜리로. 이걸 놓는 사람은 반드시 집안에서 셋째 항렬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삼팔합목(三八合木). 숫자 3과 8이 만나면 목(木)이 된다. 목은 수의 기운을 흡수한다.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는 원리다.
이 처방이 이해가 되든 안 되든 각자 판단할 문제다. 다만 결과는 있었다.
반달 뒤에 A가 선물까지 싸 들고 다시 찾아왔다.
선생님, 진짜 신기해요. 그 붉은 천 깔아놓고 옷을 바꿨더니 바로 헤어졌어요.
제가 검은 옷 입고 나가면 그 사람이 바로 전화해서 협박하고, 길에서 마주치면 시비를 걸어요. 근데 노란 옷을 입으니까 이상하게 저를 못 본 척해요.
일주일쯤 지났을 때 그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병원에 누워 있길래 찾아가 봤는데, 헤어지는 거 동의한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성가시게 안 하겠다고요.
일단 한 고비는 넘긴 셈이었다. A는 그 뒤에 호텔을 하나 더 열었다.
여기서 끝났으면 이야기랄 것도 없다.
사람 본성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안 바뀐다. A는 얼마 안 가서 다시 검은 옷을 입기 시작했다.
전 남자친구는 다시 안 나타났다. 그 문제는 깔끔하게 정리된 모양이었다.
대신 새로 연 호텔에서 이상한 시비와 구설이 자꾸 따라붙기 시작했다.
누가 괜히 걸고넘어지고, 누가 따지고, 누가 헛소문을 퍼트리고.
A 본인한테 큰 탈이 난 건 아니었다. 다만 잔잔하게 계속 귀찮은 일이 끊이질 않는 상태로 굳어졌다.
몇 가지 정리해두자.
수형인은 살집이 있고 피부가 거무스름한 편이다. 기운이 아래로 가라앉고 감정이 무겁게 고이는 타입이다.
간문은 눈꼬리 바로 옆자리다. 부부 관계와 이성 운을 본다. 여기가 어둡거나 흠이 있으면 이쪽 문제가 많다고 읽는다.
오행에서 색깔은 이렇게 짝이 맞는다. 검은색은 수, 노란색은 토, 붉은색은 화, 푸른색은 목, 흰색은 금.
토극수. 흙이 물을 막는다. 수가 너무 넘치는 사람한테는 토의 색을 붙여준다.
삼팔합목. 숫자에도 오행의 짝이 있다. 1과 6은 수, 2와 7은 화, 3과 8은 목, 4와 9는 금, 5와 10은 토다.
이 정도만 알아도 위 이야기에서 역술가가 왜 저런 처방을 내렸는지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여기서 재밌는 건 결국 A라는 사람이다.
자기가 수형인인 걸 알고, 검은 옷이 자기한테 안 좋은 줄 뻔히 알면서도, 결국 다시 검은 옷으로 돌아갔다.
살 빼 보이는 게 더 급해서였을까. 아니면 그 색깔이 그냥 편해서였을까.
운을 틔우는 방법을 알아도, 사람이 자기 습관을 못 이기는 건 따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일이다.
옷 색깔 하나 바꾸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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