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오늘 할 일을 다 한 기분이다
토요일 오전에 책상에 앉았다. 그렇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인간이다. 일하는 척하려고, 회사용 메신저도 접속하고, 카톡 프로필도 "토요일 오전에도 불평없이 일하는 남자"로 수정했다.
오늘은 제안서를 쓰기로 했다.
커피를 내려왔다.
충전기도 꽂았다.
휴대폰도 뒤집어 놓았다.
잠시 내 의지력을 시험햅봤다.
안되겠다.
휴대폰을 서랍에 넣고, 열쇠로 잠근 뒤
열쇠를 물컵에 넣고, 물에 담군다음 냉동실에 넣었다.
준비는 됐다.
이제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제목을 쓰다가 생각한다.
팀장이 이 방향을 좋아할까.
지난번에는 너무 평범하다고 했다.
이번에 새롭게 쓰면 현실성이 없다고 할 것 같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먼저 발표해본다.
팀장이 질문한다.
내가 대답한다.
옆 팀 과장이 끼어든다.
그 과장은 오늘 캠핑 갔지만,
나는 그 사람의 영혼까지 회의에 참석시켰다.
교통비도 안 들고 참 편하다.
한 번 반박당해서 다시 설명한다.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별거 아닌게 맨날 시비를 걸고 그래,
나를 시기 질투하나?
속이 조금 시원하다.
시계를 보니 47분이 지났다.
문서에는 제목이 있다.
제목 뒤에 커서가 깜빡인다.
얘는 계속 일하는 척이라도 한다.
일에 힘을 쓰기도 전에, 그 일을 둘러싼 기대와 걱정에 힘을 쓰고 있을 때가 있다.
제목을 썼더니, 벌써 피곤하다.
잠깐 쉬어야겠다.
얼른 냉동고를 열어 본다.
다행이다. 아직 완전히 얼지 않았어
얼른 열쇠를 꺼내서
서랍을 연다.
휴대폰을 켰더니 이런 글이 나온다.
“신약한 사람은 너무 노력하면 안 됩니다.”
“당신은 작은 배터리 같은 사람입니다.”
갑자기 위로가 된다.
그래 ,,,, 심사주에서 보니까, 나 신약이더라 !!!
나는 게으른 것이 아니었다.
나는 슬림한 배터리 보유자였던것
아이폰 에어형 유전자 보유인가?
노트북을 닫으려다가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신약이었던가?
심사주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예전에 스레드에서 누구는 신강이라고 했는데,,,
아니야. 제목 쓰고 이렇게 지친것 보니, 심사주가 맞네, 그 스레더 사이비인가보다. 차단하기로 맘을 먹는다. 그런데, 누군였는지 기억이 안나서, 내가 쓴 내 사주 봐주세요, 글에 들어가서, 신강이라고 한 사람들 다 차단한다.
오늘은 신약 쪽 설명이 딱 맞는것 같다.
나를 이해해주는 해석은 소중하다.
특히 일을 안 해도 된다는 부분에서 정확도가 너무 높은 것 같다.
"소름"이 막 돋아서, 닭이 된다.
여기서 명리학 강의를 빼놓으면, 이거 명리학 글 맞어? 그럴것 같아서
명리에서 신강과 신약은 일간이 계절과 뿌리, 주변의 생조와 설기·극제 속에서 어떤 힘의 상태에 놓이는지 살피는 구분이다.
몸이 튼튼하면 신강.
자주 피곤하면 신약.
이렇게 바로 바꿔 읽는 말은 아니다.
신약이라는 이름 하나로 체력과 의지, 성취할 수 있는 크기를 정할 수도 없다.
신약은 노력 금지 판정서가 아니다. 무엇을 얼마나 감당하며, 어떤 도움과 조건이 필요한지를 살펴야 한다.
일간이 약한데 재성의 부담이 큰 구조를 생각해보자.
눈앞에 맡을 일과 다룰 대상은 많다.
그런데 그것을 감당할 바탕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재가 있으니 돈이 많겠다”만 보면 빠지는 것이 있다.
거래가 늘었다.
주문도 들어왔다.
내가 처리할 일도 늘었다.
통장에 들어올 돈을 생각하면 기쁘다.
내가 답장할 메시지를 보면 눕고 싶다.
재를 취할 기회와 그것을 감당해 자기 몫으로 남기는 조건은 함께 봐야 한다.
그렇다고 신약하면 재를 만나지 말라는 뜻도 아니다.
인비의 도움이 필요한지, 실제로 도움이 가능한지, 다른 작용과 운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야 한다.
생활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혼자 맡아야 하는가.
도구를 써서 줄일 부분은 없는가.
배운 뒤 해야 하는가.
범위를 나눌 수 있는가.
이런 확인 없이 “나는 약하니까 쉬어야 해”로 끝내면, 내일도 같은 양의 일이 기다린다.
일은 내가 명리 글을 읽는 동안 배려심을 배우지 않는다.
반대로 “남들도 하는데 왜 나는 못 하지?” 하며 전부 떠안는 것도 해결은 아니다.
동료는 하루에 여러 일을 한다.
운동도 한다.
퇴근하고 공부도 한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넣는다.
그 사람이 가진 지원과 숙련, 실제 일정은 잘 모른다.
보이는 결과만 가져온다.
사실 보였다기 보단, SNS에서 본 사진을 긁어서 일정으로 짜맞춘거다. 그런데 생각하니까, 나도 프로필을 바꾸고, 노트북하고 커피 사진을 올린지 몇시간 지난것 같은데...
남들 눈에 내 일정표가 멋있게 보일까?
비겁의 비교하는 마음이 움직이면, 일의 필요보다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이번 제안서에 정말 필요한 자료인가.
아니면 옆 팀보다 많이 준비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가?
아니면 토요일도 일한다. 나는 워크홀릭이란 타이틀을 얻고 싶었던가? 이 타이틀 방어진을 위해서, 삭제될 내 주말들은 지금 생각하면 안된다.
신약이라니까, 생각만 해도 지친다.
신약 진짜 맞는듯
오 소름
처음에는 필요한 내용을 쓰려고 했다.
다른 팀 자료가 30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 것은 12장이다.
갑자기 성의가 없어 보인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페이지 수에서 자존심이 다쳤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인공지능에게 그래프를 더 넣고, 영상자료도 만들라고 시킨다.
인공지능에게 던져주고 설명도 늘려 달라고 한다.
챗지피티에게 "너는 세계에서 제일 일을 잘하는 대리야, 과장보다 일을 더 잘해 " 프롬프트를 줬다.
자료를 읽을 사람의 시간은 잠깐 잊었다. 어차피 읽지 않을것 안다.
어차피 보는것은 무슨 폰트 썼나? 글자 크기 얼마인가? 들여쓰기 했나 잖아?
그것을 위해서 내가 만들어 논 비장의 Claude 스킬이 있지.
팀장 보고서화 스킬
상무 보고서화 스킬
전무 보고서화 스킬
사장 보고서화 스킬
역시 신약은 내가 직접 일하면 안되는 듯
인공지능은 인성인가? 비겁인가?
아 또 소름 돗네
신약만 이야기하면 소름이야
힘이 부족한 것인지, 힘을 써야 할 곳을 계속 늘리고 있는 것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관살의 평가와 책임이 먼저 크게 느껴지는 장면도 있다.
잘해야 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
이번에는 인정받아야 한다.
그 긴장이 일을 정밀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 쓰지도 않은 문장을 혼날까 봐 지우기 시작하면, 작업보다 검열이 많아진다.
편인의 생각으로 빠진 부분을 살피는 힘도 도움이 된다.
다른 가능성을 보고, 익숙한 설명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확인할 질문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못하면, 아직 오지도 않은 반응을 끝없이 검토한다.
이렇게 쓰면 허술해 보일까.
저렇게 쓰면 잘난 척한다고 할까.
짧게 쓰면 대충 한 것 같고.
길게 쓰면 핵심이 없다고 할 것 같다.
모든 비판을 피하는 문장을 찾았다.
아무것도 안 쓰면 된다... 난 천재인가?
여기서 필요한 것은 돈도 평가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다.
보수는 확인해야 한다.
누가 읽을지도 알아야 한다.
어디까지 해달라는 일인지도 정해야 한다.
다만 그 확인을 작업하는 내내 반복할 필요는 없다.
제안서를 쓰는 동안에는 제안서를 쓴다.
다 쓴 뒤에는 빠진 것을 본다.
아직 보내지도 않았는데 상대의 실망한 표정부터 139438번 재생할 필요는 없다.
물론 말은 쉽다.
나는 그 표정을 고화질로 볼 수 있다.
음성도 지원된다.
게다가 막 싸우고, 울고, 사표 던지고, 의자도 발로 찰 수 있다.
다행히 난 신약이었다. 피곤해진다.
식상의 산출로 생각해보면, 머릿속에만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완벽한 30장을 상상하는 대신.
거친 1장을 써본다.
써놓으면 무엇이 부족한지 보인다.
안 쓰면 무엇이 부족할지 계속 상상할 수 있다.
상상은 수정 요청이 안 온다.
그래서 오래 머물기 편하다.
인성의 도움도 꼭 혼자 자료를 더 쌓는 형태일 필요는 없다.
모르는 부분을 배우고.
참고할 기준을 받고.
필요하면 아는 사람에게 질문할 수 있다.
다만 이것도 다시 준비만 늘리는 쪽으로 갈 수 있다.
제안서를 잘 쓰는 법을 검색한다.
강의를 저장한다.
좋은 문장 모음을 모은다.
이제 제안서를 쓸 준비가 아니라.
제안서 강의를 비교하는 전문성이 생겼다.
나도 강의 팔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매일 10분만 일해도, 하루에 2000만원 법니다.
강의료 398만원
잠깐 자리에서 일어난다.
물을 마시고 돌아와
팀장이 된 기분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보고서를 검열한다.
이 맛에 팀장하는 구나!!
나는 언제나 힘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을 시작하기 전에 혼자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었을 수도 있다.
팀장.
옆 팀 과장.
나를 칭찬할 사람.
나를 무시할 사람.
다 내 머릿속에 와서 한마디씩 하고 갔다.
휴대폰을 뒤집어두고 다시 인공지능의 지능을 검토한다.
그때 알림이 울린다.
동료가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주말에 벌써 끝냈습니다ㅎㅎ.”
문서가 보인다.
표지가 깔끔하다.
오른쪽 아래에 페이지 수가 있다.
38장.
내 문서를 본다.
현재 26장이다.
아까까지는 분명 괜찮았다.
핵심만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프에 동영상도 넣는데,
늘려달라고 했는데, ,,,,,,
조용히 글자 크기를 키운다.
줄 간격도 조금 넓힌다.
장 당 사진을 더 그려 달라고, 챗지피티에게 부탁한다.
42장이 됐다.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신약한 사람에게는 인공지능이 비겁이자 인성인가? 오늘도 깨달음을 얻는다."
"난 천재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