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몇 장에 200만원짜리 새 집
대략 금액은 한국돈으로 환산한 금액입니다.
2012년, 중국 흑룡강성에 강(姜) 씨라는 여자가 살았다.
집이 재개발 구역에 들어갔다. 그녀가 가진 건 삼십 평방미터도 안 되는 자가 건축 주택 한 채. 등기부도 없다. 그래도 여기서 살았으니, 천만 원 정도 보태서 오십 평방미터짜리 새 아파트를 받겠다고 했다.
개발업자가 고개를 저었다.
원가만 따져도 평방미터당 40만원이 넘는데, 당신 집은 그 값도 안 된다. 최대한 봐줘서 원가에 오십 평방미터를 팔겠다. 돈은 전액 본인이 내시라. 계산하면 2천만 원이 넘는다. 우리도 한 푼 안 남긴다.
강 씨 입장에서는 자기 집을 공짜로 내놓고 거기에 2천만 원까지 얹어야 하는 꼴이었다. 당연히 안 된다고 했다.
개발업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교착 상태가 되었다.
강 씨에게 동창이 한 명 있었다. 이 사정을 듣고 나서겠다고 했다. 중재를 해 주겠다는 게 아니었다.
이 동창은 역학(易學)을 할 줄 알았다.
자기가 이 일을 알게 된 시각, 오전 열 시 사십오 분. 거기에 강 씨의 성씨 강(姜)을 더해서 괘를 세웠다. 매화역수(梅花易數)의 방식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어떤 기운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나온 괘는 택천쾌(澤天夬), 변괘(變卦)는 수천수(水天需).
택천쾌에서 수천수로 바뀌었다는 건, 위에 있던 태금(兌金)이 감수(坎水)로 변했다는 뜻이다.
이걸 상황에 대입하면 이렇다.
강 씨 쪽이 금(金)이고, 개발업자 쪽이 수(水)다. 금은 수를 낳는다. 금생수(金生水). 내 기운이 상대에게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내가 가진 것을 상대가 빨아들이고 있으니, 협상에서 밀리는 게 당연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행(五行)에서 토(土)는 금을 낳고, 수를 막는다. 토생금(土生金), 토극수(土克水). 나를 살리면서 동시에 상대를 누르는 기운이 토다. 금 자체를 보태서 내 힘을 두텁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이 충분히 두터우면 수에 좀 빠져나가도 끄떡없다.
핵심은 토와 금이었다.
동창은 누런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앞면에 천지정위(天地定位) 네 글자를 썼다. 선천팔괘(先天八卦)의 배치 원리다.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잡는다는 뜻으로, 기운의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뒷면에는 곤괘(坤卦)를 여덟 개 그렸다. 곤(坤)은 순수한 토다. 팔괘에서 곤의 수는 여덟이니, 여덟 개를 그린 것은 곤토의 힘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 종이를 강 씨 집의 서남쪽 벽에 붙였다.
서남은 곤방(坤方)이다. 곤의 자리에 곤의 부적을 붙인 셈이다. 토의 방위에 토의 기운을 채워 넣었으니, 금을 낳는 힘이 한 방향으로 모인다.
그다음, 작은 누런 종이를 여러 장 잘랐다.
종이마다 환천희지(歡天喜地) 네 글자를 썼다. 하늘이 기뻐하고 땅이 기뻐한다. 이 종이들을 강 씨가 입는 옷마다, 주머니란 주머니에 전부 넣었다.
사람이 돌아다니면 기운도 같이 돈다. 옷 주머니에 들어 있는 종이는 그 사람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닌다. 집 안에만 붙여 놓은 것과는 작용 범위가 다르다.
이 모든 작업을 미시(未時)에 끝냈다. 오후 한 시에서 세 시 사이다.
미(未)는 토다. 토의 시간에 토의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리고 강 씨에게 말했다. 상대를 만나러 갈 때 미일(未日)에 가라고. 미일도 토다. 토의 날에 가야 토의 기운이 내 등 뒤에서 밀어준다.
강 씨는 콧방귀를 뀌었다.
교착이 된 마당에 내가 왜 먼저 찾아가느냐. 저쪽에서 먼저 오면 모를까.
동창은 더 말하지 않았다.
결국 개발업자가 먼저 굴복했다.
정부 부처 몇 곳에 연락해서 관계자들을 데리고 강 씨 집으로 찾아왔다. 버티지 마시라, 이러다 서로 좋을 게 없다, 강제 철거가 나오면 그때는 양쪽 다 피해만 남는다.
협상이 시작되었다.
최종 결과. 강 씨가 추가로 낸 돈은 이백만원. 받은 집은 사십육 평방미터 새 아파트.
평방미터당 4만 원이 좀 넘는다.
개발업자가 처음에 부른 값의 십분의 일도 안 된다. 강 씨가 처음에 요구했던 조건보다도 훨씬 좋다.
강 씨는 기뻐했다.
그런데 동창의 부적이 효과가 있었다고는 끝까지 믿지 않았다. 개발업자가 알아서 물러선 거지 종이 몇 장이 뭘 했겠느냐는 거였다.
고맙다는 말도 안 했다.
이 이야기에서 동창이 쓴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다.
하나, 괘를 세워서 지금 상황의 기운 구도를 읽었다. 나는 금인데 상대는 수라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둘, 빠져나가는 걸 막을 기운이 토라는 걸 짚었다. 토가 금을 낳아 내 힘을 키우고, 토가 수를 막아 상대의 빨아들이는 힘을 끊는다.
셋, 토를 최대한 집중시켰다. 곤괘 여덟 개, 곤방 서남쪽, 미시, 미일. 전부 토다. 방위도 토, 시간도 토, 부적도 토. 한 방향으로 몰았다.
넷, 몸에도 지니게 했다. 집에 붙인 것은 고정된 기운이고, 주머니에 넣은 것은 움직이는 기운이다.
오행의 생극(生剋) 하나로 상황을 읽고, 같은 생극 하나로 처방을 내린 것이다. 복잡한 의례도 없고, 특별한 도구도 없다. 누런 종이와 먹, 그리고 방위와 시간. 전부 이미 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