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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식상의 혼인과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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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四柱)에서 연애와 혼인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자리가 일지(日支), 곧 배우자궁(配偶宮)이다. 그런데 이 일지는 배우자만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 일간(日干)이 가장 가까이 깔고 앉은 자리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속마음이자 후천적으로 굳어진 성격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지에 어떤 십신(十神)이 앉아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연애와 결혼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앞서 일지에 관살(官殺), 재성(財星), 인성(印星)이 앉은 경우를 차례로 살펴보았고, 이번에는 일지에 식상(食傷)이 앉은 사람의 혼인과 감정이 어떤 결을 갖는지 풀어본다.
먼저 일지에 식상이 앉는 일주(日柱)가 어떤 것들인지 짚고 가자. 모두 열두 가지인데, 일지에 식신(食神)이 앉은 일주가 여덟이고, 일지에 상관(傷官)이 앉은 일주가 넷이다. 식신이 앉은 여덟은 병진(丙辰), 병술(丙戌), 정미(丁未), 정축(丁丑), 무신(戊申), 기유(己酉), 임인(壬寅), 계묘(癸卯)다. 상관이 앉은 넷은 갑오(甲午), 을사(乙巳), 경자(庚子), 신해(辛亥)다. 같은 식상이라도 식신과 상관은 성정이 사뭇 다르므로, 자기 일주가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하고 읽으면 훨씬 와닿을 것이다.
식상이라는 십신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 그 다음이 풀린다. 식상은 일간이 밖으로 내보내는 기운이다. 내가 낳아 기르고 흘려보내는 자리, 곧 자아의 욕망과 감정이 빠져나가는 통로다. 인성이 받아들이는 기운이라면, 식상은 표현하고 쏟아내는 기운이다. 그래서 식상은 꾸밈없는 천연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자리이며, 동시에 활발한 사유와 빠른 깨달음, 남과 다른 독특한 견해, 기발한 발상을 상징한다. 일지에 식상을 깔고 앉은 사람은 속에 품은 자기 생각이 많고, 바깥 자극에 반응하는 속도가 빠르다. 무엇보다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자유를 갈망하고, 정신적인 충족과 자기 의견을 밖으로 내놓는 일을 대단히 중시한다.
식상은 통찰이 깊고 감각이 예민하다. 특히 상대의 마음을 알아채는 능력이 타고난 자리다. 여명(女命)이 일지에 식상을 두면 배우자의 감정 기복이나 말 뒤에 숨은 속뜻을 빠르게 잡아낸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다. 이 점이 인성과 정반대다. 일지에 인성을 둔 사람은 감정의 영역에서 둔한 데가 있어 웬만한 것은 그냥 넘어가는데, 식상은 친밀한 관계에서 진실과 깊이를 너무 파고드는 까닭에 오히려 피곤해질 때가 있다. 게다가 주관이 강해서 전통이나 규칙, 권위에 눌리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식상의 또 다른 본질은 진솔함과 직설이다. 낭만과 생활의 정취를 갈망하고, 삶을 누릴 줄 안다. 맛있는 음식, 예술, 취미로 자기를 다독이는 사람들이다. 다만 식상은 곧 감정이라, 일지에 식상을 앉히면 감정의 기복이 큰 편이다. 사주 안에 인성이 든든하게 받쳐주면 이 출렁임이 한결 가라앉는다. 인성이 식상을 적절히 눌러 다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국(命局)에 인성이 없으면 성질이 빨리 끓고 빨리 식는다. 사납다는 뜻이 아니라, 일은 효율을 따지되 진득하게 끌고 가는 끈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옛 명리서에서 식상을 두고 인성의 조율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식상을 재능과 표현의 그릇으로 보되, 그것을 절제하는 장치가 있어야 비로소 그릇이 깨지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식신과 상관의 결이 갈린다. 일지가 식신인 사람은 성격의 바탕이 한결 온화하고 부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