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오른팔, '패서디나의 현인' 찰리 멍거. 그는 100세 생일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세상을 떠났는데, 타계하기 불과 며칠 전까지 건물 매입 협상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이 WSJ을 통해 전해졌다. 99세 노인이 병원 침대에서도 딜을 챙겼다는 이야기다. 이걸 그냥 '열정'이나 '성실함'으로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사주로 보면 꽤 명쾌하게 읽힌다.
멍거의 사주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기운은 편재와 정재다. 둘 다 매우 뚜렷한 편이다.
편재는 시장 전체를 무대로 삼는 감각이다. 고정된 틀 밖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숫자 너머의 본질을 꿰뚫는 힘이다. 멍거가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단순한 '부회장'이 아니라 버핏 스스로 "현대 버크셔 철학의 설계자"라고 부른 인물이 된 것은 이 편재의 감각 덕분이다. 그는 단순히 싼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야 한다는 철학으로 버핏의 투자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건 숫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구조를 읽는 능력이다. 편재가 강한 사람의 전형적인 행동 방식이다.
정재는 그 반대편에서 균형을 잡는다. 원칙, 신뢰, 장기적 관계. 멍거가 1978년부터 사망 시까지 45년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자리를 지킨 것, 데일리저널 코퍼레이션 회장으로 수십 년간 조직 문화에 올바른 가치를 심어온 것은 정재의 결이다. 편재가 '기회를 잡는 힘'이라면, 정재는 '잡은 것을 지키는 힘'이다. 멍거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
편재·정재만큼은 아니지만, 정관도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관은 규범과 책임, 그리고 관계 안에서의 역할 의식이다. 멍거가 버핏보다 6살 연상임에도 '부회장'이라는 2인자 자리를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지킨 것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정관이 강한 사람은 구조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자리에서 최대치를 발휘하는 데 저항감이 없다. 버핏과의 파트너십이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것도 이 정관의 안정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반면 비견·겁재·식신·상관·편인·정인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혼자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거나,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을 이끌거나, 이론 체계를 정교하게 쌓는 방향으로는 에너지가 흐르지 않는 구조다. 실제로 멍거는 버핏의 유명세에 상당 부분 가려져 있었고, 본인도 그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서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거꾸로 생각하기'를 강조한 것도 정교한 이론 구축보다는 실전에서 검증된 통찰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편재의 언어다.
99세까지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은 것, 그게 멍거의 타고난 회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