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 Charlie Munger — 재물 그릇과 돈의 흐름
찰리 멍거, 그는 왜 버핏의 '설계자'였나
찰리 멍거, 그는 왜 버핏의 '설계자'였나
찰리 멍거의 타고난 그릇은 한마디로 거부급이다. 다만 그 부가 화려하게 넘쳐흐르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구조 안에서 조용하고 단단하게 쌓이는 형태다.
편재와 정재가 만든 '설계자'의 눈
멍거의 사주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기운은 편재와 정재다. 두 재성이 모두 매우 뚜렷한 편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편재는 시장 전체를 꿰뚫어 보는 넓은 시야, 정재는 한번 잡은 것을 절대 놓지 않는 집요한 보유력이다. 이 둘이 동시에 강하다는 건 드문 조합이다. 대개 편재가 강하면 정재가 약하거나, 반대의 경우가 많다. 멍거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
워런 버핏이 주주서한에서 멍거를 "버크셔의 설계자"라고 부른 건 단순한 추모 수사가 아니다. 편재의 기운은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 즉 개별 종목이 아니라 사업 전체의 뼈대를 그리는 힘으로 발현된다. 버핏 본인이 "나는 그의 비전을 하루하루 실행한 총괄 시공자였다"고 인정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멍거는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흐르는 구조를 짜는 사람이었다.
정재의 기운은 그의 투자 스타일에서 더 직접적으로 보인다. 데일리 저널 코퍼레이션의 포트폴리오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단 4개 종목, 약 2억 7천만 달러 규모 그대로 동결되어 있다. 후임자들이 손댈 수 없을 만큼 완결된 구조였다는 뜻이다. 정재는 '내가 옳다고 확신한 것은 끝까지 쥔다'는 기질로 나타난다. 멍거의 집중 투자 철학은 기질의 반영이었다.
정관이 만든 '원칙의 사람'
편재·정재 못지않게 뚜렷한 기운이 정관이다. 정관은 규칙, 원칙, 사회적 신뢰를 상징한다. 멍거가 변호사 출신이라는 사실, 그리고 평생 "거꾸로 생각하기"와 인간 심리의 편향을 강조한 것은 정관의 기질과 맞닿아 있다. 정관은 '어떻게 하면 이길까'보다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을까'를 먼저 묻는다. 멍거가 저서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서 실패를 피하는 역발상을 그토록 강조한 것도 이 기질에서 나온다.
칠살도 있는 편이다. 칠살은 정관보다 훨씬 공격적인 압박 에너지다. 사망 1년 전, 낙후 산업으로 여겨지던 석탄 기업에 전격 투자해 약 5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은 칠살의 발현이다. 시장의 시선을 역행하는 과감한 베팅, 그것이 칠살이 편재와 만났을 때 나오는 행동이다.
반면 비견·겁재·식신·상관·편인·정인은 거의 없다. 이 말은 멍거가 혼자 독립적으로 사업을 일으키거나, 아이디어를 화려하게 발산하거나, 학문적 탐구에 몰두하는 방식으로는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버핏이라는 파트너 구조 안에서, 그리고 기존 기업의 이사회 안에서 힘을 발휘했다. 웨스트코 파이낸셜, 코스트코, 버크셔 해서웨이 모두 그가 '설계자'로 기능한 조직이지, 그가 혼자 창업한 곳이 아니다.
거부급 그릇이되 화려하게 넘치지 않고 단단하게 쌓이는 구조, 그것이 찰리 멍거가 99년을 살며 보여준 회로의 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