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하나 고르다가 하루가 저문다.
수건을 사려고 휴대폰을 켰다.
쓰던 것이 낡아서 몇 장 바꾸려던 것이다.
처음에는 색만 고르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설명을 읽으니 공부할 것이 많다.
몇 수인지.
몇 그램인지.
먼지가 나는지.
건조기에 넣어도 되는지.
후기를 본다.
“도톰해서 좋아요.”
“너무 두꺼워서 잘 안 말라요.”
같은 장점이 바로 단점이 된다.
어느 집 욕실에서 쓸 것인지까지 알아야 할 판이다.
30분 뒤에는 처음 봤던 제품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아직 주문은 못 했다.
수건은 그대로 낡아 있고, 사람만 조금 더 지쳤다.
이런 날이 있다.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머리가 복잡하다.
돌아보면 작은 선택을 계속 붙들고 있었다.
점심 메뉴를 고르고.
답장 문장을 고치고.
이미 산 물건이 다른 곳에서는 얼마인지 다시 찾아본다.
선택하는 시간보다, 선택을 끝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꼼꼼한 것은 장점이다.
비교해서 돈을 아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목적이 달라진다.
쓸 만한 것을 고르려던 사람이, 더 좋은 것이 없다는 확신을 얻으려고 한다.
인터넷은 그런 확신을 잘 안 준다. 리뷰를 읽어보면, 꼭 안좋은 리뷰가 있다. 그래서 보면 옆에 비슷한 상품이 있다.
계속 다음 상품을 보여준다.
방금까지 몰랐던 불만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수건을 사러 들어왔는데 세탁 인생이 잘못된 것 같다.
명리에서 인성(印星)은 받아들이고 배우며 판단의 근거를 쌓는 작용으로 읽는다.
정보를 충분히 살펴보는 힘은 필요하다.
하지만 받아들인 것이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도 보아야 한다.
식상(食傷)으로 써보고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 없이 자료만 늘어나면, 아는 것은 많아져도 끝낸 일은 없을 수 있다.
기획만 잔뜩하게 될 수 있다.
여기에 관성(官星)의 기준을 세우는 작용도 생각해볼 수 있다.
얼마까지 쓸 것인가.
무엇이 꼭 필요한가.
어느 정도면 결정을 마칠 것인가.
자료를 더 모으는 힘과, 필요한 기준에서 검토를 끝내는 힘은 다르다.
인성이 많으면 우유부단하고 관성이 있으면 결단력이 좋다는 식으로 외우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 작용이 실제로 이어지는지를 보자는 것이다.
생활에서도 기준이 없으면 사소한 일마다 처음부터 심사한다.
오늘 답장을 조금 늦게 보내도 되는가.
이 표현은 너무 딱딱한가.
마침표를 빼면 성의 없어 보이나.
“네, 확인했습니다.”
보낼 말은 이것인데, 받는 사람의 예상 표정을 세 가지쯤 검토했다.
상대는 아직 메시지가 온 줄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대충 처리할 수는 없다.
계약 조건은 자세히 봐야 한다.
처음 맡는 업무는 확인할 것이 많다.
작은 실수가 크게 돌아오는 일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덜 중요한 곳에서 검토를 끝낼 필요가 있다.
수건 색을 고를 때와 계약서에 서명할 때 같은 힘을 쓸 필요는 없지 않나.
방법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반복해서 만족했던 물건은 다시 산다.
일상적인 답장은 용건이 전달되면 보낸다.
이미 끝낸 선택은 새로운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다시 열어보지 않는다.
물론 더 싼 상품을 놓칠 수 있다.
조금 더 예쁜 색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 정도의 아쉬움은 남겨둘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선택에서 손해를 없애려다가, 정작 쓰고 싶었던 자유시간 전부 써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이제부터 쉬는 시간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계획표를 만들지는 말자.
수건 비교표를 없앴더니 휴식 평가표가 생기면 곤란하다.
처음의 그 사람은 다음 날 수건을 주문한다.
예산 안에 들어온다.
필요한 크기다.
전에 써본 제품이다.
결제하고 창을 닫는다.
며칠 뒤 도착한 수건은 생각보다 색이 조금 진하다.
사진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래도 물기는 잘 닦인다.
욕실에 걸어두고 나온다.
이번에는 다른 집 수건이 얼마나 좋은지 더 찾아보지 않는다.
아직 나만의 저녁이 아직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