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주, 다른 삶 (3) — 큰 틀은 같고 세부가 갈린다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에 또 하나의 사례가 나온다. 이번에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 사람들의 이야기다.
추소산(鄒小山)의 아내와 진밀산(陳密山)의 아내. 두 여성의 사주 간지(干支)가 완전히 같았다. 기효람(紀曉嵐)이 직접 확인한 것이다. 干支並同, 간지가 나란히 같다고 적었다.
두 사람의 인생을 비교하면 이렇다.
둘 다 이품(二品) 관원의 부인이 되었다. 추소산의 남편은 예부시랑(禮部侍郎), 진밀산의 남편은 귀주포정사(貴州布政使)가 되었다. 둘 다 이품이다. 여기까지는 놀라울 만큼 같다.
그런데 세부에서 갈렸다. 한 쪽은 자녀를 낳고 오래 살았다. 다른 한 쪽은 자녀 없이 남편을 일찍 잃었다. 다만 만년은 편안했다.
기효람은 이 차이를 두고 "수명, 자녀, 재물이 서로 보완적으로 나뉜다"고 했다. 한 쪽이 자녀운에서 가져가면 다른 쪽이 수명에서 가져간다. 한 쪽이 남편복에서 가져가면 다른 쪽이 만년의 편안함에서 가져간다. 총량은 비슷한데 배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비슷한 패턴이 현대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대만의 명리가 왕신전(王新田)이 분석한 사례다. 사주가 계유 계해 정축 임인(癸酉 癸亥 丁丑 壬寅)으로 완전히 같은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쪽은 은행장이 되어 아들 둘을 두었고, 다른 한 쪽은 중간 규모의 장사를 했고 자녀가 없었다. 수명도 다섯 해 이상 차이가 났다.
두 사례를 포개면 같은 그림이 보인다.
추소산/진밀산의 부인 사례에서는 남편의 관직 등급이 같았고, 은행장/상인 사례에서는 사회적 위치가 비슷했다. 둘 다 큰 틀에서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른 것은 자녀, 수명, 배우자와의 인연 같은 세부 항목이다.
이것을 명리학적으로 풀면 이렇게 된다. 사주의 격국(格局)이 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사회적 높이와 방향이다. 이품 관원의 부인이 되느냐, 은행장이 되느냐 하는 큰 그림은 격국에서 나온다. 격국이 같으면 큰 그림이 같다.
하지만 자녀운, 수명, 배우자운은 격국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육친(六親)의 배치, 궁위(宮位)의 상태, 그리고 대운(大運)의 흐름이 함께 작용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사주가 완전히 같으면 육친 배치와 궁위도 같다. 대운도 같다. 그러면 세부까지 같아야 하는데, 왜 다른가.
왕신전의 분석에서 나온 답은 두 가지였다. 부인(또는 배우자)이 다르고, 살고 있는 집의 풍수(風水)가 다르다.
배우자는 사주에서 일지(日支)가 관장하는 영역이다. 사주가 같으면 일지도 같다. 그러니 배우자의 방향성은 같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는 사람은 다르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사주라도,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녀운과 재물운의 세부가 달라진다. 배우자의 사주가 내 사주와 어떻게 엮이느냐가 또 하나의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풍수도 마찬가지다. 살고 있는 집의 방위, 구조, 주변 환경이 사주의 오행(五行)과 맞으면 기운이 더해지고, 맞지 않으면 깎인다. 같은 사주를 가진 두 사람이 다른 집에 살면, 사주가 받는 외부 기운이 다르다.
결국 같은 사주에서 세부가 갈리는 지점은 사주 안이 아니라 사주 밖이다. 격국이 정한 큰 틀 안에서, 배우자, 풍수, 부모의 형편, 태어난 지역 같은 외부 조건이 세부를 나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큰 틀이 같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추소산과 진밀산의 부인이 둘 다 이품 관원의 부인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계유 계해 정축 임인의 두 사람이 둘 다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간 것도 우연이 아니다. 사주가 같으면 도달하는 높이가 비슷하다. 이것은 사주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그 높이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는 사주 하나로 못 읽는다. 자녀를 얻는 대신 수명이 짧아지는 사람이 있고, 수명은 길지만 자녀가 없는 사람이 있다. 같은 사주를 가졌어도 이 배분이 다르다.
기효람은 이것을 놓고 따로 원인을 캐지 않았다. 그냥 "그렇다"고 기록했을 뿐이다. 기록한 것 자체가 중요하다. 같은 사주인데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고, 그 차이가 세부에서 나왔으며, 큰 틀은 같았다는 사실을 남겨놓았으니까.
사주가 읽을 수 있는 것과 읽을 수 없는 것의 경계가 어디인지, 이 사례들이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