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연습이 안 된다
유덕화의 노래 중에 연습(練習)이라는 곡이 있다.
2002년 7월에 나온 앨범 아름다운 하루(美麗的一天)의 타이틀곡이다. 작사는 이안수(李安修)와 왕유종(王裕宗), 작곡은 여비휘(黎沸揮)가 맡았고, 이듬해 홍콩 십대중문금곡에서 우수국어가곡상을 받았다.
이 노래의 가사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듣고 나면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노래보다 먼저 있었던 것은 한 부부의 이야기다.
여자의 이름은 오만영(伍曼英)이다. 홍콩 화성(華星) 레코드의 고위 직원이었고, 아직 신인이던 유덕화를 일찍부터 아끼고 밀어준 사람이었다. 유덕화 쪽에서 보면 은인에 가까운 선배다.
그 오만영이 어느 날 병원 검사에서 큰 병을 진단받았다. 신장이 망가져 이식이 필요한 상태였고, 의사는 오래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편이 내린 결정은 단순했다. 회사를 그만뒀다. 그 남편은 좋은 직장에서 돈을 잘 벌고 있었는데, 부인 병원비를 벌어야 한다면, 직장을 그만두면 안되었다. 게다가 3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자산을 처분하고
그리고 아내를 데리고 여행을 다녔다. 남은 날이 얼마 없다면, 그 날들을 병실 천장만 보며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함께 보고 싶었던 것을 한다.
이 여행의 심정을 전한 기록이 남아 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이것이 마지막 식사일까 생각했고, 아내가 잠들면 이대로 깨지 않을까 두려워 , 수시로 맥을 잡아 보며 잠을 설쳤다고 한다.
밥 한 끼, 잠 한 번이 전부 마지막일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두 사람은 함께 걸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3개월뒤 병원으로 돌아온 뒤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치료를 이어가는 동안 병세가 조금씩 나아졌고, 결국 회복했다.
오만영은 2000년에 홍콩 연예계로 돌아왔다. 이소린(李小麟), 유덕화와 함께하는 천중오락(天中娛樂)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유덕화는 이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 오만영은 가사를 받아 읽자마자 울었고, 뮤직비디오는 첫 장면만 보고 끝까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확인되는 이야기다.
이제 이 이야기를 다른 눈으로 한 번 보자.
남자 사주에서 부인은 정재(正財)다. 직장과 명예는 관성(官星)이다. 그리고 명리학에는 재생관(財生官)이라는 말이 있다. 재성이 관성을 낳는다는 뜻이다.
살림이 있어야 벼슬을 하고, 밑천이 있어야 자리를 얻고, 집이 안정돼야 밖에서 일이 된다. 옛사람들은 이 순서를 그렇게 정리했다.
이 남편의 선택을 그 틀에 넣어보면 이렇다. 관성을 내려놓고 재성을 지켰다. 직장을 버린 것이 아니라, 직장의 뿌리를 지킨 것이다.
재성이 마르면 관성도 마른다. 아내가 없어진 뒤에 남는 좋은 직장이 그에게 무슨 값어치였겠는가.
그리고 지켜낸 재성은 다시 관성을 낳았다. 회복한 아내는 일터로 돌아갔고, 두 사람의 삶도 돌아갔다. 재생관이 한 바퀴 돈 셈이다.
물론 이것은 이야기를 정리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사주가 그 남편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시킨 것은 아니다. 결정은 사람이 했다.
명리학에서 배우자 자리는 일지(日支)다. 여덟 글자 중 일간 바로 아래, 나와 가장 가까운 칸이다. 그 칸이 흔들리는 해가 있고, 그런 해에 사람들은 각자 다른 선택을 한다.
어떤 사람은 흔들리는 칸에서 손을 뗀다. 어떤 사람은 그 칸을 붙들고 다른 칸을 포기한다. 같은 흔들림이 와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는 대개 여기에 있다.
장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샘이 마르자 물고기들이 뭍에 남았다. 서로 숨을 불어 축여주고, 서로 거품으로 적셔준다. 상유이말(相濡以沫)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장자는 그 뒤에 한 마디를 더 붙인다. 그렇게 사느니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사는 편이 낫다고.
많은 사람들이 앞 구절만 기억한다. 서로 거품을 적셔주는 장면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뒤 구절에 있다. 물이 넉넉했다면 그런 장면은 필요 없었다.
이 부부는 물이 마른 뭍에서 얼마 남지 않았다던 시간을 보냈다. 거품으로 서로를 적셨다. 그리고 다시 물이 차올랐다.
그런데 물이 다시 찬 뒤에도, 뭍에서 보낸 그 시간은 지워지지 않는다.
노래 제목이 왜 연습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남편은 아내를 잃는 연습을 했다. 밥 한 끼마다, 잠 한 번마다. 그런데 연습한 일은 오지 않았다.
사람은 이별을 연습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연습이 안 된다. 그것은 연습 중에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당신에게 석 달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붙들겠는가.
그리고 석 달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다음 날 아침에 무엇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