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재물을 끝까지 쥐고 가는 사람, 여섯 가지가 다르다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초대형 기업을 일군 1세대 기업가도, 고액 자산가도, 창업자도 수없이 만났다. 한때 잘나가다 빈손이 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 사람들을 오래 지켜보면서 한 가지 분명해진 게 있다. 돈을 버는 능력과 돈을 감당하는 능력은 같은 근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명리(命理)로 보면 이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재성(財星)이 사주에 있다고 부자가 아니다. 재성은 일간(日干)이 극(剋)하는 오행일 뿐이다. 극한다는 건 내가 통제하고 쓸 수 있다는 뜻이지, 그게 내 손에 남는다는 뜻이 아니다. 재성이 들어와도 일간이 감당 못 하면 짐이 되고, 감당하더라도 지키는 구조가 없으면 새어나간다. 또 큰 부는 재성과 관계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무재 사주가 거부가 되기도 하는 것
큰 재물을 끝까지 쥐고 가는 사람에게는 여섯 가지가 남다르다.
첫째, 머리가 맑다.
큰돈이 들어오면 사람이 변한다. 자기가 잘나서 번 줄 안다. 눈이 높아지고, 손이 커지고, 뭘 해도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명리에서 이 상태는 비겁(比劫)이 들뜬 형국이다. 일간의 힘이 세지면 자신감이 붙는 건 자연스럽다. 문제는 인성(印星)이 받쳐주지 않을 때다. 인성은 판단력이고 사리 분별이다. 인성이 건실하면 돈이 들어와도 그것이 내 실력만으로 된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기회가 있었고, 도움이 있었고, 시기가 맞았다는 걸 놓치지 않는다.
둘째,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바깥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시장이 출렁여도, 옆에서 뭐라 떠들어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건 일간의 근기(根氣)와 관살(官殺) 제화(制化)의 문제다. 일간이 지지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으면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관살이 적절히 제화되어 있으면 압박이 와도 허둥대지 않는다.
신강(身强)한데 관살이 제어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 힘은 센데 무서운 게 없으니 덤비다가 다친다. 신약(身弱)한데 관살이 무거우면 겁이 많아서 기회를 못 잡는다.
큰돈을 오래 쥐는 사람은 이 균형이 잡혀 있다. 관살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일간은 제 자리에 서 있다. 그래서 단기 손실에 허둥대지 않고, 남이 부추긴다고 따라가지 않는다. 이 정(定)의 힘이 재물을 흩뜨리지 않는다.
셋째, 입이 무겁다.
옛말에 재불외로(財不外露)라 했다. 재물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수입을 자랑하지 않고, 돈 버는 방법을 함부로 말하지 않고, 가까운 사이에도 속내를 다 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명리에서 입은 식상(食傷)이다. 식상은 일간이 뱉어내는 기운이다. 생각, 표현, 기술, 말 — 다 식상의 영역이다.
식상이 왕하고 제어가 없으면 입이 가볍다.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한다. 자기 재산 이야기, 수익률 이야기, 어디에 투자했다는 이야기가 줄줄 나온다. 그 말이 나가는 순간 비겁(比劫)이 모여든다. 비겁은 나와 같은 오행이다. 경쟁자이고, 빌려가는 사람이고, 나눠 가지려는 손이다. 재성을 둘러싼 비겁이 많아지면 군비탈재(群比奪財)가 된다.
인성이 식상을 적절히 눌러주면 입이 무거워진다. 할 말과 안 할 말을 가린다. 알아도 말하지 않고, 있어도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이 장봉수졸(藏鋒守拙)이다.
재물을 지키는 사람은 식상과 인성의 균형이 잡혀 있다. 표현할 건 하되, 재성에 관한 정보는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넷째, 성정이 온화하다.
화기생재(和氣生財)라는 말이 있다. 온화한 기운이 재물을 만든다는 뜻인데, 이건 그냥 좋은 말이 아니다. 명리의 구조로 보면 꽤 정확한 이야기다.
성질이 급하고 쉽게 화를 내는 건 비겁이 강하거나 관살이 충돌하는 형국이다. 비겁이 왕하면 자기주장이 세고, 관살과 부딪히면 불이 난다. 이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면 충동적이 된다. 화가 난 채로 투자하고, 감정에 휩쓸려 계약을 깨고, 사람을 잃는다.
반대로 관살이 적절히 제화되고 식상이 살아 있으면 성정이 부드러워진다. 식상은 일간의 기운을 밖으로 빼주니까 답답함이 줄고, 관살이 제어되니까 압박감이 낮다. 이 상태에서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는다. 부딪히지 않으니 협력이 되고, 협력이 되니 재성이 굴러간다.
재물이 불어나는 과정에는 반드시 사람이 끼어 있다. 혼자서 큰돈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을 얻으려면 기(氣)가 고르게 퍼져 있어야 한다. 비겁과 관살과 식상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판이 그것이다.
다섯째, 몸이 건강하다.
재다신약(財多身弱)이라는 말이 있다. 재성은 많은데 일간이 약한 형국이다. 부옥빈인(富屋貧人), 큰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짐은 무거운데 어깨가 좁은 것이다.
일간이 약하면 재성을 감당하지 못한다. 감당 못 하는 재물은 결국 빠져나간다. 병이 나거나, 사고가 나거나, 뜻하지 않은 지출이 생기거나. 어떤 식으로든 돈이 빠지는 통로가 열린다.
큰돈을 오래 가져가는 사람은 일간이 튼실하다. 인성이나 비겁으로 일간을 보강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다. 몸이 건강하다는 건 일간의 기운이 충실하다는 뜻이고, 기운이 충실해야 재성을 내 것으로 쓸 수 있다.
건강을 잃으면 재물이 약으로 바뀐다. 재성이 아무리 왕해도 일간이 주저앉으면 그 재물은 병원비가 된다. 몸을 챙기는 건 재물을 챙기는 것과 같은 일이다.
물론 특수격 제외
여섯째, 주변이 깨끗하다.
마지막은 사람이다.
사주에서 비겁(比劫)은 나와 같은 오행이다. 동료이고, 친구이고, 형제이고, 경쟁자이고, 동업자다. 비겁이 희용신(喜用神)이면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뜻이다. 힘을 보태주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가는 사람이다.
비겁이 기신(忌神)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에너지를 빼앗기고, 끌려다니고, 재성을 나눠 가져야 한다. 겁재(劫財)가 재성을 치면 돈이 사람 때문에 나간다. 빌려주고 못 받고, 동업했다가 깨지고, 보증 섰다가 뒤집어쓴다.
큰돈을 지키는 사람은 주변 정리가 되어 있다. 도움이 되는 사람만 가까이 두고, 소모적인 관계는 끊는다. 직언하는 사람,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 쉴 때 편한 사람. 이 셋이면 된다. 나머지는 거리를 둔다.
비겁이 기신인 사주라도 관살이 비겁을 제어해주면 나쁜 인연이 가까이 오지 못한다. 관살은 규율이고 체계다. 체계가 잡혀 있으면 아무나 들어오지 못한다. 주변이 깨끗해지면 재성이 새는 구멍이 막힌다.
여섯 가지를 늘어놓았지만, 결국 하나로 모인다.
재물에 대한 경외(敬畏)다. 경외란 두려워하되 멀리하지 않는 태도다. 돈을 우습게 보지 않고, 돈에 끌려다니지도 않는 자리. 그 자리에 서려면 일간이 제 힘으로 서 있어야 하고, 인성이 판단을 잡아줘야 하고, 식상이 적절히 제어되어야 하고, 관살이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적천수(滴天髓)에 이런 구절이 있다. 何知其人富 財氣通門戶. 그 사람이 부유한 줄 어떻게 아는가, 재기(財氣)가 문호(門戶)를 통한다. 문호는 일간이 서 있는 자리다. 재기가 통한다는 건 재성이 막히지 않고 흐른다는 뜻이다.
재성이 통하려면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머리가 맑아야 길이 보이고, 마음이 고요해야 길을 잃지 않고, 입이 무거워야 길이 지켜지고, 성정이 온화해야 길 위에 사람이 서고, 몸이 건강해야 길을 끝까지 걸으며, 주변이 깨끗해야 길이 막히지 않는다.
내 사주에서 이 여섯 가지 중 어디가 약한지, 그 자리에 어떤 글자가 서 있는지 한번 들여다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