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람, 점 하나로 찾다
1995년 3월 4일, 선전(深圳) 팔괘령(八卦嶺) 근처 공장에서 하(何)씨 성을 가진 젊은이가 사라졌다.
형이 다급했다. 동생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고, 집에 뭐라고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공장장이 보다 못해,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점을 잘 보는 이가 있다며 데려갔다.
점사가 괘를 세웠다. 택풍대과(澤風大過)가 나왔고, 이효(二爻)가 움직여서 택산함(澤山咸)으로 바뀌었다.
육효(六爻) 점이다. 괘의 여섯 자리 하나하나에 지지(地支)를 배당하고, 거기에 육친(六親)과 육신(六神)을 붙여서 읽는다. 괘 전체의 덩어리를 보는 매화역수(梅花易數)와 달리, 한 자리 한 자리를 뜯어서 사건의 세부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점사가 형에게 말했다.
"동생을 묻는 것이니 형제(兄弟) 자리를 봐야 합니다. 이 괘에 형제가 겉으로 나와 있지 않고, 이효 밑에 엎드려 있습니다. 인목(寅木)입니다."
괘에 나타나지 못하고 다른 효 아래 숨어 있는 글자를 복신(伏神)이라 한다. 물어보는 대상이 복신이면, 그 사람이 드러나지 않은 채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뜻이다.
"이효가 해수(亥水)인데, 해수가 인목에게 생(生)을 줍니다. 지금이 인월(寅月)이라 인목의 힘이 큽니다. 사람은 무사합니다."
형의 표정이 풀렸다.
"다만 이 자리에 주작(朱雀)이 붙어 있습니다."
주작은 여섯 효에 하나씩 배치되는 육신(六神) 가운데 하나로, 입과 말을 관장한다. 시비, 구설, 다툼의 기운이다.
"누군가와 시비가 붙었을 겁니다. 그래서 나간 것이지, 이유 없이 사라진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 괘가 유혼괘(游魂卦)입니다."
육효에는 여덟 궁(宮)이 있고, 궁마다 여덟 괘가 차례로 자리를 잡는데, 일곱 번째 괘를 유혼괘라 부른다. 유혼은 떠도는 넋이다. 이 괘가 나오면 한곳에 붙박이지 못하고 떠돈다.
"동생분이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형제가 숨어 있는 곳이 부모(父母) 효 아래입니다."
육효에서 부모는 두 가지를 가리킨다. 윗사람, 그리고 문서(文書)다.
"어른 친척 집에 몸을 붙이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서 쪽에 무언가 걸려 있어서 바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형이 물었다. 그러면 어디를 찾아봐야 하느냐.
"동효(動爻)가 이효입니다. 이효가 움직이면 멀리 간 것이 아닙니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해수(亥水)는 서북(西北)이니, 서북쪽에 있는 어른 친척을 찾아보십시오."
"언제쯤 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당장은 어렵습니다. 인목(寅木)과 해수(亥水)가 합(合)이 되어 묶여 있습니다."
인해합(寅亥合)이다. 인과 해가 만나면 서로 잡아당겨 풀리지 않는다. 형제가 그 자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형상이다.
"합을 깨려면 사해충(巳亥沖)이 와야 합니다. 충이 걸려야 합이 풀리고 사람이 나옵니다. 오늘이 오(午)일이니 다음 사(巳)일까지 열하루입니다. 그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형은 열하루라는 말에 좀 아쉬웠지만, 무사하다는 말 하나에 마음을 놓고 돌아갔다.
3월 15일, 사람이 나타났다.
경위는 이랬다.
3월 4일은 토요일이었다. 하씨는 밖에 나갔다가 또래들과 시비가 붙었고, 상대를 다치게 했다. 자기가 책임져야 할까 봐 겁이 나서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필가산(筆架山) 쪽으로 내빼다가 그대로 멀리 갔다.
당시 선전은 관내(關內)와 관외(關外)가 나뉘어 있었다. 경제특구인 관내에서 관외로, 관외에서 관내로 오가려면 변방증(邊防證)이라는 통행증이 필요했는데, 하씨는 그것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았다. 관외로 한번 빠져나가자 다시 안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보안(寶安)에서 용강(龍崗) 일대를 떠돌다가, 같은 마을 출신의 아저씨를 만났다. 항렬로 치면 숙부뻘 되는 사람이 관외에서 양식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숙소에 재워 주었다. 관내 쪽에서는 볼일 없이 관외에 나갈 리 없고, 관외에서도 안쪽 소식이 들리지 않으니, 열하루가 지나서야 겨우 연락이 닿은 것이다.
주작이 짚은 것은 싸움이었다.
유혼괘는 정처 없이 떠도는 열하루였다.
부모 아래 숨어 있던 것은 숙부뻘 어른의 양식장 숙소였고, 문서에 걸린 것은 변방증이었다.
해수가 가리킨 서북은 필가산과 보안, 용강이 있는 방향이었다.
이효가 움직여서 멀리 간 게 아니라고 했는데, 하씨는 선전 안에 있었다. 관문 하나가 사이에 있어서 멀었을 뿐이다.
인해합이 풀리는 사일, 열하루째 되는 날에 사람이 돌아왔다.
괘 이름이 대과(大過)다. 크게 넘쳤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