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안 되는 현학, 그냥 따라 하면 된다
왜 그런지 묻지 말기 바란다.
설명이 되면 과학이라고 부르고, 설명이 안 되면 현학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아래 적힌 것들은 애초에 설명이 없는 편이 정상이다.
다만 이것들은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집에서 시험을 거쳤다. 따라 한 사람은 대체로 별일이 없었고, 어기고 별일이 난 사람은 그 뒤로 입을 다물었다. 살아남은 규칙이란 그런 것이다.
읽다 보면 어떤 것은 이유가 짐작될 것이고, 어떤 것은 끝까지 짐작이 안 될 것이다. 짐작이 안 되는 쪽이 더 오래 살아남은 규칙이다.
먼저 집에 관한 것이다.
병원 가까운 집은 살 때 신중하게 생각한다. 밤새 울리는 구급차 소리 때문이라고 해도 좋고, 다른 이유라고 해도 좋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다.
집 앞에 뽕나무를 심지 않고, 집 뒤에 버드나무를 심지 않고, 마당 가운데 백양나무를 심지 않는다.
집 안에 사람 모양 인형을 너무 많이 두지 않는다.
침대 밑에 잡동사니를 넣어 두지 않는다.
침대 머리맡에 휴지를 두지 않는다. 나중에 후회한다는 말만 전해진다.
화장실 문은 아무도 없을 때도 닫아 둔다.
화장실 안에서는 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며느리 방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
임신한 여자는 신혼집 방에 들어가지 않고, 신혼부부의 침대에 앉지 않는다.
집안에 어른이 돌아가시면, 그해 설에는 문을 닫고 손님을 받지 않고, 남의 집에도 세배를 가지 않는다.
손님을 배웅할 때는 손님의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문을 닫지 않는다.
한 사람이 다섯 대를 지나면 무덤 자리를 새로 잡고, 집이 세 대를 지나면 사람이 떠나야 한다.
오래 집을 비울 때 문을 잠그지 않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이건 나도 설명을 못 하겠다. 도둑 편에서 만든 규칙일 가능성도 있으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다음은 밥상 위의 규칙이다. 밥상은 사람이 본색을 가장 쉽게 드러내는 자리라서, 규칙이 유독 많다.
밥을 먹을 때 접시 안의 음식을 뒤적이지 않는다. 남의 그릇에 반찬을 집어 주지도 않는다.
생선을 먹을 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술을 마실 때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중국 사람들은 생선을 먹다가 뒤집을 때 뒤집는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배가 뒤집힌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젓는다고 말한다. 뱃사람의 집에서 시작된 말이 온 나라 밥상으로 퍼졌다.
밥을 풀 때 한 주걱만 푸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그릇이라도 두 번에 나누어 푼다. 한 주걱은 제삿밥이다.
밥을 먹다 말고 그릇을 바꾸지 않는다.
모임 자리에서 제일 먼저 오지 않고, 제일 먼저 젓가락을 들지 않고, 마지막 남은 고기 한 점은 먹지 않는다.
남에게 술을 따를 때 절대 내 잔부터 채우지 않는다. 술자리의 규칙이다.
술자리의 후반전에는 가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는 전반전에서 이미 다 끝났다.
공자는 밥 먹을 때 말하지 않았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말하지 않았다. 論語 鄕黨 편에 食不語 寢不言이라고 적혀 있다. 이천오백 년 전에도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는 일은 있었을 것이다.
사람 사이의 규칙은 대체로 거리에 관한 것이다.
친척이 아무리 좋아도 각자 살림은 각자 한다.
친척끼리 돈거래를 하지 않는다.
굶어 죽어도 친척 밑에서 일하지 않는다.
친형제 사이에도 셈은 분명히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서로의 아내가 셈을 하러 나서게 되고, 그때는 수습이 안 된다.
동서 사이는 목례 정도로 충분하다. 너무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
아내의 자매와 너무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
친손자가 있으면 외손자는 맡아 기르지 않는다.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고, 가까운 이웃이 맞은편 집만 못하다. 增廣賢文에 실린 말이다.
친척 집에 갈 때는 문이 열려 있어도 먼저 두드린다.
일흔이 넘은 손님은 재우지 않고, 여든이 넘은 손님은 밥을 대접하지 않고, 아흔이 넘은 손님은 앉히지도 않는다. 그 집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평생 원망을 듣기 때문이다. 어른 대접이 아니라 어른 보호다.
이성 동료의 차를 얻어 탈 때 조수석에 앉지 않는다. 오해를 만들 이유가 없다.
결혼한 뒤에는 옛 애인과 연락하지 않는다.
술집이나 나이트에서 여자친구를 찾지 않는다.
여자를 만나면 무조건 살이 빠졌다고 말한다. 이건 현학이 아니라 생존이다.
남의 집안일에는 끼어들지 않는다.
남을 도울 때도 선이 있어야 한다. 한 번 두 번은 인정이고, 매번이면 호구다.
누구에게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먼저 나서서 아무나 돕지 않는다. 두 개를 합치면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되는데, 이 규칙을 만든 사람은 그것보다 더 나쁜 경우를 여러 번 본 사람일 것이다.
당신과 얼굴을 붉힌 사람은, 친척이든 친구든, 영영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건 꼭 기억해 두기 바란다.
친구나 동료가 한턱을 내는데 당신만 부르지 않았다면, 묻지 않고 꺼내지 않는다.
당신에게 알리지 않은 일은 전부 모르는 척한다.
부러진 사람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일은 해도, 남을 빠뜨리는 구덩이 하나 파는 말은 하지 않는다. 역시 增廣賢文의 말이다. 寧伸扶人手 莫開陷人口.
입에 관한 규칙은 따로 모아야 한다. 사람이 망하는 자리의 열에 아홉은 입이다.
남의 말을 반박하고 싶은 마음을 참는다. 정말이다. 지금부터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다 맞다고 생각한다.
간파해도 말하지 않고, 사람을 알아도 평하지 않고, 일을 알아도 떠벌리지 않고, 이치를 알아도 다투지 않는다.
친구가 허풍을 떨면 속으로만 안다.
남의 단점을 여러 사람 앞에서 짚지 않는다.
한 사람을 다 파악하고도 들추지 않을 때, 비로소 속이 깊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된다.
누구에게도 당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
가진 재주를 남에게 남김없이 가르치지 않는다. 옛 스승들이 마지막 한 수를 늘 남겨 둔 이유다.
돈을 빌릴 때 가난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투자를 하느라 잠시 돈이 묶였다고 말한다.
병에 안 걸렸을 때 요즘 통 안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몇 사람과 잠자리를 했는지는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방 안의 일은 밖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아침에는 꿈 이야기를 하지 않고, 밤에는 귀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낮에는 죽이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난할 때는 무리에 들어가지 않고, 말에 무게가 없을 때는 남을 타이르지 않는다. 人窮莫入衆 言輕莫勸人. 이것도 增廣賢文이다.
노자는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道德經 쉰여섯째 장이다. 위에 적힌 입에 관한 규칙 전부를 여섯 글자로 줄이면 知者不言이 된다.
몸에 관한 것도 있다.
흰머리는 뽑지 않는다. 뽑을수록 촘촘하게 난다고 한다. 뽑아 봤자 흰머리가 검어지지도 않으니, 굳이 어길 이유도 없다.
붉은 신발에 흰 옷을 입지 않고, 흰 신발에 붉은 옷을 입지 않는다.
옷은 새빨간 색을 입지 않는다.
옥 장신구는 남자는 관음을, 여자는 부처를 찬다. 금과 옥은 왼쪽, 은은 오른쪽이다. 중국말로 관음(觀音)은 관인(官印)과 소리가 비슷하고, 부처(佛)는 복(福)과 소리가 비슷하다. 남자는 벼슬을, 여자는 복을 몸에 다는 셈이다.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보지 않고, 거울도 보지 않는다.
방금 널어 말린 이불 냄새를 맡지 않는다. 햇볕 냄새라고 부르는 그것은, 사실 냄새를 맡아서 좋을 것이 없는 것들의 냄새다.
붉은 펜으로 사람 이름을 쓰지 않는다. 옛날 관청에서 사형을 확정할 때 붉은 붓으로 이름 위에 표시를 했다. 그 붓이 주필(朱筆)이다.
배는 길고 다리가 짧은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이 많다.
남편감은 어깨를 보고, 아내감은 손바닥을 본다.
앞니 사이가 벌어진 사람은 멀리하라는 말이 있다. 상서(相書)에서는 그 틈으로 재물이 샌다고 본다. 남자든 여자든 같다.
아이와 말할 때는 쪼그려 앉는다.
생일은 당겨서 지내도 되지만, 미뤄서 지내지는 않는다.
생년월일시는 함부로 남에게 알려 주지 않는다. 팔자를 아는 사람이 팔자를 만지는 법도 알기 때문이다.
임신 석 달 안에는 남에게 알리지 않는다.
꿈과 짐승에 관한 것은 짧다.
뱀 꿈을 꾸면 먼 길을 떠나지 않는다.
집 안으로 날아든 나비는 잡지 않는다. 장자는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다가 깨어난 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莊子 齊物論에 있는 이야기다. 집에 들어온 나비를 잡지 않는 사람은 그 나비가 누구의 꿈인지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물가로 헤엄쳐 온 물고기는 건지지 않는다.
한밤중에 집에 돌아올 때 계단을 세지 않는다. 세다가 숫자가 안 맞으면 어쩔 셈인가.
선물에 관한 것은 대부분 중국말 소리에서 왔다.
병문안에 배를 가져가지 않는다. 배 리(梨)는 헤어질 리(離)와 소리가 같다.
병문안에 사과도 조심해야 한다. 사과 핑궈(苹果)가 병 핑궈(病果)와 소리가 같아서, 어떤 집에서는 욕을 먹는다.
생신에 담배를 선물하지 않는다. 연기 연(煙)은 연기처럼 흩어진다는 말에 들어간다.
결혼식에 우산을 선물하지 않는다. 우산 산(傘)은 흩어질 산(散)과 소리가 같다.
한국어로는 소리가 다르니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받는 사람이 그 뜻을 알고 있으면, 소리는 이미 문제가 아니다.
돈에 관한 규칙은 재미가 덜한 대신 값이 나간다.
집안을 일으키는 것은 돈인데, 절반은 버는 돈이고 절반은 지키는 돈이다.
가난할 때는 가난을 감추고, 부유할 때는 부유함을 감춘다.
가난할 때는 담배를 끊는다. 돈이 꽤 남는다.
가난할 때는 유흥가에 가지 않는다.
빚내서 집을 사거나 차를 사지 않는다. 못 갚게 되면 그때는 골치가 아프다. 이 규칙은 요즘 세상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몇 년 뒤에 어떻게 되는지는 각자 지켜보기 바란다.
작은 일을 꼼꼼하게 하고, 꼼꼼한 일을 끝까지 한다.
무슨 일이든 세 번을 넘기지 않는다는 이치를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한다.
오래 사람을 뽑고 있는 회사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오래 뽑는다는 것은 오래 나간다는 뜻이다.
가난하면 점을 보고 부유하면 향을 사른다. 하늘에 기대고 땅에 기대느니 자기에게 기대는 편이 낫다. 점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이런 말을 적어 놓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점을 보는 사람일수록 이 말이 맞다는 것을 안다.
마지막으로 태도에 관한 것이다.
경사에는 반드시 자주 간다. 좋은 기운은 좋은 자리에 모인다.
너무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고집이 세면 친구가 적다.
순진하게 살든가, 아니면 순진한 척이라도 하며 산다.
좋은 말은 다리에서 나오고, 좋은 사람은 입에서 나온다.
밤에 누우면 길이 천 갈래인데, 아침에 일어나면 두부를 판다. 밤새 세운 계획이 아무리 많아도 아침에는 어제 하던 일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누구보다 가까운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여기까지 아흔 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한두 개는 오늘 저녁부터 어길 것이고, 대여섯 개는 이미 어기며 살고 있을 것이다.
이 규칙들을 만든 사람들은 대체로 이름이 남지 않았다. 남긴 것은 규칙뿐이다. 그리고 그 규칙들은 만든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당신이 살면서 만든 규칙 중에, 당신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은 몇 개나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