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견관이 진짜 나쁠까? 위챗의 아버지
사장이 메신저 친구 추가를 하자고 하면 보통 어떻게 하는가.
받는다. 당연히 받는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창업주 회장님이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하자고 하면 5초 안에 수락하고, 프로필 사진까지 바꾼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여기저기 자랑하겠지.
그런데 이 사람은 거절했다.
마화텅(马化腾). 텐센트 창업자이자 중국 IT 업계의 황제다. 그가 자기 회사 직원에게 메신저 친구를 추가하자고 했더니, 그 직원이 거절했다.
이름은 장소룡(张小龙). 위챗(WeChat)을 만든 사람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텐센트 본사는 선전(深圳)에 있다. 장소룡은 광저우(广州)에 살았다. 선전까지 출퇴근을 안 하겠다고 했다. 보통이면 그 자리에서 짐을 싸야 한다. 마화텅은 위챗 본부를 광저우로 옮겼다.
회사에 와서는 늦잠을 잤다. 아침 조회에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사무실에서 게임을 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연봉은 3억 위안. 한국 돈으로 500억 원이 넘는다. 텐센트 안에서 타공황제(打工皇帝), 월급쟁이의 황제라 불렸다.
마화텅이 했다는 말이 업계에 돈다.
"상관없다. 딴 데만 안 가면 된다."
마윈(马云)이 빼갈까 봐 노심초사했다는 이야기도 같이 돌았다.
이 사람의 사주(四柱)를 보면 이 행동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1969년 12월 3일생. 출생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주(年柱) 기유(己酉). 월주(月柱) 을해(乙亥). 일주(日柱) 임자(壬子).
일간(日干)은 임수(壬水)다.
천간(天干)을 보자. 월간(月干)에 을목(乙木)이 앉았다. 임수가 낳은 기운인데 음양이 어긋난다. 상관(傷官)이다. 연간(年干)에는 기토(己土)가 있다. 임수를 다스리는 자리, 정관(正官)이다.
을목이 기토를 극(剋)한다. 상관이 정관을 치고 있다.
傷官見官 爲禍百端
상관이 관을 만나면 화가 백 갈래로 일어난다는 말이다. 그것도 천간에 나란히 걸려 있으니 숨기지도 못한다. 안에서 끓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바로 드러나는 자리다.
사장 친구 추가를 거절한 것도, 조회에 안 나간 것도, 출퇴근을 안 하겠다고 버틴 것도, 전부 이 천간 한 줄에서 읽힌다.
지지(地支)를 보면 또 다른 그림이 나온다.
유금(酉金)은 정인(正印)이다. 해수(亥水)는 비견(比肩). 자수(子水)는 겁재(劫財). 금(金)이 수(水)를 낳고, 수(水)가 수(水)를 돕는다. 세 기둥만 봐도 수기(水氣)가 넘친다.
시주(時柱)를 모르니 단정은 못 하지만, 금백수청(金白水清)의 틀이 보인다. 금이 맑고 수가 깨끗한 사주. 이런 구조는 머리가 차갑게 잘 돌아간다. 맑은 물처럼 생각이 흐르는데, 감정은 잘 안 섞인다.
가전왕(假專旺)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시주까지 수(水)나 금(金)이면 아예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주가 된다. 종왕(從旺)은 자기가 곧 길이다. 남의 말이 안 들어간다.
어느 쪽이든, 이 사주에서 기토(己土) 정관은 외로운 글자다. 을목 상관에게 맞고 있고, 주변에 도와줄 토(土)도 없다.
관(官)이라는 것이 조직이고, 규범이고, 윗사람이다. 이 사람 사주에서 관은 맞는 자리에 놓여 있다.
이 사람의 이력을 따라가면 상관견관의 행적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보인다.
1997년, 혼자서 Foxmail이라는 이메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용자가 200만 명이 넘었다. 그런데 돈을 안 벌었다. 광고를 안 넣었다.
주홍기(周鸿祎)가 돈 벌 방법을 넣으라고 하자 장소룡이 한 말이 이렇다.
"사용자가 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
관(官)이 세운 규칙, 곧 물건을 만들면 돈을 받아야 한다는 상식 앞에서 "왜?"라고 되묻는 것이다. 상관의 사고방식이다.
여기서 레이쥔(雷军) 이야기가 나온다. (레이쥔은 그 유명한 샤오미의 창시자 : 샤오미 휴대폰, 자동차, 충전 배터리, 각종 공기청정기 등 한국의 대륙의 실수라는 이야기를 만든 존재)
레이쥔은 당시 진산(金山)이라는 회사의 총경리였고, 중국 IT 업계에서 이름이 높았다. 본인이 Foxmail 사용자였다. 장소룡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Foxmail 팔 거냐, 얼마냐."
장소룡이 대답했다.
"15만 위안."
한국 돈으로 2,500만 원쯤 된다. 레이쥔은 좋다고 했다.
그런데 레이쥔은 당시 레노버와 투자 협상 중이라 바빴다. 이 작은 건을 부하 기술자에게 넘겼다. 기술자가 코드를 보고 보고했다.
"이런 건 우리가 금방 만듭니다. 살 필요 없습니다."
거래가 무산됐다.
그 기술자의 눈에는 코드만 보였다. 코드 뒤에 있는 사람은 안 보였다.
2005년, 마화텅이 Foxmail과 장소룡 팀 20명을 통째로 인수해서 텐센트로 데려왔다. 레이쥔이 15만 위안에 살 수 있었던 것을 마화텅이 가져간 것이다.
장소룡은 텐센트에서 먼저 QQ 메일을 맡았다. 사용자 100만 명짜리 메일을 1억 명짜리로 키웠다.
그리고 2010년,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PC에서 돌아가던 QQ는 흔들리고 있었고, 레이쥔이 먼저 미챗(米聊)을 내놓았다. 텐센트가 뒤처질 위기였다.
장소룡이 심야에 기획서를 썼다. 두 시간 만에 완성해서 마화텅에게 메일을 보냈다. 마화텅이 바로 답했다.
"해라."
2011년 1월 위챗 출시. 2년 만에 사용자 3억 명. 지금은 10억 명이 넘는다.
위챗이 없었으면 텐센트는 모바일 시대에 뒤처졌을 것이다. QQ만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조회에 안 나오고, 게임을 하고, 사장 친구 추가를 거절한 그 직원이 회사를 살렸다.
레이쥔 입장에서는 15만 위안에 살 수 있었던 사람이 자기가 야심 차게 내놓은 미챗을 밀어낸 것이다.
한국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대기업 회장에게 메신저 친구 추가를 거절한다. 조회에 안 나간다. 본사 출퇴근을 안 하겠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게임을 한다.
한국에서 이런 사람은 그 능력이 평가받을 자리까지 올라가기 전에 규범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상관이 관을 만나면 화가 백 갈래로 일어난다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그 화의 대부분이 상관 쪽으로 떨어진다.
마화텅은 달랐다. 상관이 관을 치는 것을 참았다. 상관이 만드는 것이 상관이 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상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큰 판을 벌린다. 상관을 못 참는 사람은 고분고분한 사람만 남긴다. 고분고분한 사람은 위챗을 못 만든다.
장소룡은 판부(饭否)라는 작은 SNS에 2,359개의 글을 남겼다. 바깥에서 보이는 모습은 과묵하고 무뚝뚝한 사람인데, 거기서는 시를 쓰고 농담을 하고 감정을 풀어놓았다.
겉은 차가운 물인데, 속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임수(壬水) 일간에 금백수청(金白水清)이 걸린 사주. 겉은 맑은 물이다. 그런데 그 물 아래 상관(傷官)이라는 바위가 있고, 물은 그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튀어 오른다.
위챗의 흔들기(摇一摇)도, 떠돌이 병(漂流瓶)도, 고독한 사람이 연결을 찾는 방법이었다. 사람 냄새가 안 나는 사람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도구를 만든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이 사람을 두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라 했다. 해적판 CD 파는 노점상한테도 바가지를 쓸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10억 명이 쓰는 도구를 만들 때는 사람의 외로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짚었다.
못 보는 게 아니라 안 보는 것이고, 모르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이다. 관심이 가는 곳에서는 남이 못 보는 것을 본다. 상관이 쓸모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관견관(傷官見官)이라는 네 글자는 흉하다는 뜻으로 많이 읽힌다. 틀린 말은 아니다. 상관이 관을 치면 자리가 흔들리고, 윗사람과 부딪히고, 조직에서 밀려난다.
그런데 장소룡의 경우를 보면, 상관이 관을 쳤는데 관이 버텨줬다. 마화텅이라는 관이 맞으면서도 서 있었다. 상관이 치는 것을 참고, 상관이 만드는 것을 취했다.
상관견관의 화(禍)가 복(福)이 되려면, 관 쪽에 그릇이 있어야 한다.
레이쥔의 부하 기술자는 15만 위안짜리 상관을 보고 "우리가 금방 만든다"고 했다.
그 대가가 얼마였는지는, 레이쥔이 가장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