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이 하나 빠진 사람, 정말 안 좋을까?
어제 쓰레드를 읽다가
"사주에 금이 없는데요. 금을 보충할 개운법을 알려주세요. "
이런 글을 읽었다.
댓글을 읽어보니, 이런 저런 금 보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 (직업 쓰레드 역술인 포함)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고 꼭 필요한 것 아니란 이야기를 안했길래,
내가 썼다.
이 글을 무료글로 푸는 이유도 그런 연유다.
명리를 조금이라도 접한 사람이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오행(五行)이 다 갖춰져야 좋은 팔자다."
이 말은 반쯤 맞고 반쯤 틀리다. 정확히 말하면, 틀린 반쪽이 더 크다.
팔자 여덟 글자를 펼쳐놓고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를 세어보면, 다섯이 다 있는 사람보다 하나쯤 빠진 사람이 훨씬 많다. 천간(天干) 열 글자, 지지(地支) 열두 글자를 고작 여덟 칸에 담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빠진 한 글자에 유독 불안해한다. 화(火)가 없으면 빨간 옷을 입으라 하고, 수(水)가 없으면 이름에 삼수변을 넣으라 한다. 그게 정말 명리일까.
오행 결핍을 볼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천간과 지지의 주기(主氣)만 본다. 지지 속에 숨어 있는 중기(中氣)나 여기(餘氣)까지 끌어다 "있다"고 치면, 사실상 빠지는 오행이 거의 없어진다. 한국의 대다수 만세력을 봐라 오행 숫자 셀때 지장간은 안 센다. 그래서, 사람들이 첨 내 만세력 볼 때, 오행 틀렸어요. 지장간 틀렸어요. 라고 많이 신고하고, 오류라고 신고했다.
그런데 정통 방법론은 오행수는 지장간을 포함해야 한다.
또 분야랑 지장간 헷갈려서, 지장간에 분야를 넣은게 한국 대다수 만세력이다. 즉 한국의 주류 만세력은 우선 기본부터 다 틀려 있다.
그러면 오행이 하나 빠지면 어떤 특징이 나타나는가.
이건 길흉(吉凶)이 아니라 성향(性向)의 문제다. 빠진 오행에 해당하는 기운이 약하니, 그쪽 영역에서 특유의 경향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좋고 나쁨과는 다른 이야기다.
금(金)이 없는 사람.
금은 결단, 규칙, 경계다. 몸으로는 폐와 호흡기, 대장, 피부에 해당한다.
이 기운이 빠진 사람은 대체로 부드럽다. 거절을 잘 못 한다. 줄을 세우거나 칼같이 선을 긋는 일이 어렵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건 잘하는데, 끝을 내는 데서 질질 끌린다. 오래된 물건을 못 버리고, 끝난 관계를 깨끗이 정리하지 못하는 것도 금이 약한 사람의 흔한 일상이다.
반대로 말하면, 사람 사이에서 각이 안 서니 원만하다. 칼을 안 드니까 적도 적다.
목(木)이 없는 사람.
목은 성장, 계획, 뻗어나감이다. 간담(肝膽), 근육, 눈에 해당한다.
이 기운이 빠지면 장기 계획을 짜는 것이 약해진다. "일단 해보자"가 입버릇이 되고, 3년 뒤를 그려보라 하면 막막해한다. 감각과 순발력은 좋은데, 그것을 체계로 만드는 데서 힘이 빠진다.
그래서 목이 없는 사람은 틀에 박히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계획이 없으니 유연하다. 남이 짜놓은 판에 올라타는 것은 잘하는데, 직접 판을 짜라고 하면 손이 느려진다.
수(水)가 없는 사람.
수는 지혜, 유연함, 흐름이다. 신장(腎臟), 방광, 귀에 해당한다.
이 기운이 빠지면 직선적이 된다. 돌려 말하는 것, 눈치 보면서 한 발 빼는 것, 상대의 속내를 읽으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서투르다. 에너지가 마르면 급해지고, 급해지면 더 직선으로 달린다.
반대 급부로, 수가 없는 사람은 뒤끝이 없다. 속에 고여 있는 게 없으니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그래서 신뢰를 얻는 경우도 많다. 다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불리하다. 물이 없으니 윤활유가 없는 셈이다.
화(火)가 없는 사람.
화는 열정, 표현, 빛이다. 심장, 혈액, 소장에 해당한다.
이 기운이 빠지면 차분하다 못해 무덤덤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밖으로 꺼내는 힘이 약한 것이다. 자기 PR이 안 되고, 사람 앞에서 목소리가 작아지고, 첫인상이 "좀 어두운 사람"이 되기 쉽다.
그러나 화가 없는 사람의 장기전 능력은 무섭다. 시동이 느린 대신 한번 달리면 꺼지지 않는다. 화려함 대신 깊이로 승부하는 쪽이다.
토(土)가 없는 사람.
토는 안정, 신용, 뿌리다. 비위(脾胃), 소화기관, 근육에 해당한다.
이 기운이 빠지면 머리 회전은 빠른데 오래 앉아 있지를 못한다. 새로운 것에 금방 꽂히고, 금방 싫증 낸다. 약속을 가볍게 잡고, 가볍게 미루는 것도 토가 약한 사람의 흔한 습관이다.
대신 발이 가볍다는 것은 변화에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착해서 쌓아가는 일에는 남보다 의지가 더 필요하지만,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판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
여기까지 읽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그러면 빠진 오행을 채워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것이 명리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실수다.
빠진 오행이 희용신이면, 그 결핍은 진짜 아쉬운 것이다. 판 전체가 뜨거운데 물 한 방울 없는 사주, 금한수냉(金寒水冷)인데 화(火)가 씨가 마른 사주. 이런 경우에는 대운(大運)이나 세운(歲運)에서 그 오행이 들어올 때 삶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확 트일것이라고 착각하지 말아라... 이것도 사실 많은 직업역술인도 착각하는 건데, 그렇지 않다.)
그런데 빠진 오행이 기신(忌神)이면? 없는 게 복이다.
몸이 약한 사람한테 재성(財星)이 무거우면 감당이 안 된다. 그 재성이 아예 팔자에 없다면? 돈에 대한 집착이 덜한 대신, 돈 때문에 몸이 깨지는 일도 없다. 이걸 두고 "재가 없으니 보석 반지를 끼세요"라고 하면, 없어서 다행인 병을 일부러 들이는 꼴이다.
한마디로, 빠진 게 약인지 독인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 그 판별 없이 "빠졌으니 넣자"는 처방은 명리가 아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들어가면, 편고(偏枯)라는 개념이 나온다.
편(偏)은 기운이 한쪽으로 몰린 것이고, 고(枯)는 필요한 오행이 말라붙어 쓸 수 없는 상태다. 오행 결핍보다 한 단계 더 극단적인 구조다.
팔자의 힘이 일곱, 여덟 할 이상 한두 가지 오행에 쏠려 있으면 편이라 부른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있다.
편한 팔자, 즉 극도로 한쪽에 몰린 팔자 중에 대격(大格)이 나온다.
적천수(滴天髓)에 "하나이면 곧 홀로이다(一者為獨)"라는 말이 있다. 팔자 전체가 하나의 오행으로 기운이 모여 있으면 잡된 것이 없으니 오히려 깨끗하다는 뜻이다.
목이 판을 지배하면 곡직인수격(曲直仁壽格), 화가 지배하면 염상격(炎上格), 금이 지배하면 종혁격(從革格), 수가 지배하면 윤하격(潤下格), 토가 지배하면 가색격(稼穡格). 전왕격(專旺格)이라 부르는 이 격국들은 하나같이 오행이 심하게 빠져 있다. 빠져 있기 때문에 순수하고, 순수하기 때문에 힘이 크다.
빛을 사방으로 흩뿌리면 조명이지만, 한 방향으로 모으면 레이저가 된다. 전왕격이 그렇다. 한 분야에서 보통 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집중력과 추진력을 보여주는 사람 중에 이런 구조가 적지 않다.
종격(從格)도 마찬가지다.
일간(日干)이 너무 약해서 스스로 설 힘이 없으면, 버티는 대신 판에서 가장 강한 기운에 올라탄다. 재성이 강하면 종재격(從財格), 관살(官殺)이 강하면 종살격(從殺格), 식상(食傷)이 강하면 종아격(從兒格).
이 역시 오행이 불균형한 상태인데, 그 불균형 자체가 격국이 되는 경우다. 종격이 제대로 성립하려면 일간의 뿌리가 깨끗이 빠져야 한다. 미련 같은 뿌리 하나가 남아 있으면, 종하지도 못하고 버티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판이 된다.
그래서 "더 약할수록 더 좋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약한 게 나쁜 게 아니라, 어중간한 게 나쁜 것이다.
양신성상(兩神成象/양기성상)도 같은 맥락이다. 팔자에 딱 두 가지 오행만 있고[실제론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니다. 2개가 메인이고 잡물질은 적어도 형성된다. ], 그 둘이 서로 생(生)하는 관계로 흐르는 구조. 목화통명(木火通明), 금수상함(金水相涵) 같은 것들이다. 오행이 세 개나 빠져 있지만, 남은 둘 사이에 기운이 막힘없이 흐르니 오히려 아름답다.
이런 팔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부족"이 아니다. 제3의 오행이 끼어들어 흐름을 끊는 것이 두렵다. 둘이서 잘 흘러가는 물길에 흙을 쏟아붓는 격이니까.
그러면 어떤 편고가 진짜 안 좋은가.
첫째, 기운이 몰리긴 했는데 격이 안 서는 경우. 전왕도 안 되고 종격도 안 되는, 그냥 한쪽이 무거운 팔자. 이건 잘하는 것 하나는 확실한데 나머지가 전부 비어 있어서, 올라갈 때는 빠르고 무너질 때도 빠르다.
둘째, 조후(調候)가 완전히 빠진 경우. 판 전체가 금한수냉(金寒水冷)인데 따뜻하게 할 화(火)가 하나도 없거나, 화염토조(火炎土燥)인데 적셔줄 수(水)가 씨가 마른 경우. 이건 건강과 복(福)에 직접 영향이 간다.
셋째, 용신이 완전히 꺾인 경우. 몸이 약해서 인성(印星)이 필요한데 재성(財星)이 인성을 깨부수고 있다면, 구해줄 손이 없는 것이다. 이건 편고 중에서도 가장 고단하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편고가 무서운 게 아니라, 쏠렸는데 출구가 없고, 무언가 형성된것도 없고, 애매한게 안좋은 것.
팔자에서 오행이 다 갖춰진 사람을 보면, 어디 하나 크게 모자라지 않는 대신 어디 하나 확 튀어나오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오행이 빠지고, 한쪽으로 몰리고, 균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팔자에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집중력이 나오고, 한 분야를 꿰뚫는 힘이 나온다.
"유병방위귀 무상불시기(有病方爲貴 無傷不是奇)."
병이 있어야 귀하고, 상한 데가 없으면 기이할 것도 없다.
결국 팔자는 무엇이 있고 없느냐가 아니라, 있는 것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의 문제다. 오행이 하나 빠졌다고 겁먹을 필요가 없다. 빠진 자리를 들여다보면 내가 뭘 더 써야 하는지, 내 기운이 어디로 몰려 있는지가 보인다.
빠진 것은 결함이 아니라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