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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꿈
여자라면 한 번쯤 공주 같은 꿈을 꾼다.
평생 나만 아껴줄 든든한 사람을 만나는 꿈. 백마는 없어도 좋으니 사람 하나 제대로 만나면 된다는, 소박하면서도 까다로운 꿈이다.
문제는 이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옛말에 인연은 하늘이 정해 둔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이미 짝이 짜여 있다는 이야기다.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뒤집어 보면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풀리는 건 안 풀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사주를 보면 한 사람의 결혼 정보를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내가 고른 그 사람이 평생을 맡길 만한 사람인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단어가 용신(用神)이다.
용신은 쉽게 말해 내 사주 안에서 좋은 일을 해 주는 별이다. 사주 원판에서도, 대운에서도, 그해 운에서도 나를 도와주는 쪽으로 움직인다. 게다가 못된 별이 내 자리를 흔들려 할 때 앞을 막아 주는 역할까지 한다. (이건 무료글이기에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실제는 훨씬 많이 복잡하다. ㅋㅋㅋ 사실 대부분의 사주관련 글들은 이 수준에 머물기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든든한 경호원 한 명을 데리고 사는 셈이다.
여자 사주에서 남편은 정관(正官)으로 본다.
정관은 나를 누르고, 단속하고, 적당히 잡아 주는 별이다. 말만 들으면 답답해 보이지만, 사람이 너무 풀어져 있으면 곁에서 중심을 잡아 주는 존재가 필요한 법이다. 그 자리를 맡는 것이 남편, 곧 정관이다.
이 정관이 내 사주에서 용신 노릇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관이 용신이고 힘까지 갖추고 있으면, 앞으로 만날 사람의 됨됨이가 단단하다.
성품이 반듯하고,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여자 사주에서는 꽤 좋은 짜임으로 친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따라온다. 정관이 용신일 때는 품격이 함께 붙는다는 점이다.
남편이 일에서 자리를 잡고 형편이 펴지면, 그 덕을 옆에서 같이 누리게 된다.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함께 올라서는 그림에 가깝다.
다만 세상일이 한쪽으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음과 양이 엇갈리고 만물이 서로 부딪치듯, 사주 안에서도 정반대 역할을 하는 별이 있다. 균형을 깨고, 나를 거꾸로 눌러 대는 글자들이다. 이런 글자를 기신(忌神)이라 부른다.
문제는 똑같은 정관이라도 이 기신 쪽으로 자리를 잡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정관이 기신이 되면 신호는 그리 반갑지 않다.
앞으로 만날 사람이 그려 둔 그림과 어긋나기 쉽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성격이든 사람 됨됨이든, 받아들이기 버거운 구석이 자주 보인다. 일이나 살림살이에서도 좀처럼 빛을 내지 못한다.
머릿속에 그려 둔 결혼과 실제 사이에 거리가 벌어지는 셈이다.
같은 정관인데 한쪽은 든든한 남편이 되고, 다른 한쪽은 한숨거리가 된다.
이 차이를 가르는 것이 바로 그 별이 내 사주에서 용신으로 쓰이느냐, 기신으로 걸리느냐다.
그러니 사주를 들여다볼 때 정관이 있다 없다만 따질 일이 아니다. 그 정관이 내 편에 서 있는지, 아니면 반대편에 줄을 서 있는지를 봐야 한다.
공주 꿈의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끝날지는, 의외로 이 한 끗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