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신론 5편. 비견(比肩)과 겁재(劫財), 형제라는 이름의 양날
비겁(比劫)은 일간(日干)과 같은 오행의 글자다. 나와 같은 편, 나와 같은 기운이다.
음양이 같으면 비견(比肩), 다르면 겁재(劫財)다.
육친(六親)으로는 형제, 자매, 동료, 친구.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비견부터 보자.
비견은 같은 어깨라는 뜻이다.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
옛 책에서는 비견의 상징을 이렇게 정리한다.
하나, 도움을 받는 일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둘, 성격이 강한 면이 분명히 드러난다.
셋, 나눠 가질 일이 생긴다. 독차지가 안 된다.
넷, 다툼의 형태가 생긴다. 상대를 제압하려는 마음이 든다.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이 같이 들어 있다.
비견이 좋게 작용한 사람은 어떤가.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강하다. 독립심이 강하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 자기가 정한 일을 한다.
신약(身弱)한 사주에 비견이 있으면, 비견이 어깨를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일간이 약할 때 비견이 든든하게 받쳐주면 사람이 일어선다.
문제는 신왕(身旺)한데 비견이 또 들어올 때다.
신왕한 사주에 비견이 많고 식상(食傷)이 약하면 어떻게 되는가.
머리 속에 든 재능이 밖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식상은 자기 표현인데, 식상이 약하니까 안에서 맴돈다.
말이 적어진다. 자기 중심이 강해진다. 다른 사람과 타협을 잘 못한다. 식상이 약하니까 재물을 만들지도 못한다. 그래서 평생 몸으로 뛰면서 산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길이 있다. 본인의 굳센 성격과 독립심을 살려서, 본인이 주인이 되는 일을 하면 된다. 남 밑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주체가 되는 일.
비견이 많고 인성(印星)까지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남의 도움을 안 받는다. 자기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제멋대로인 사람,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비친다.
본인은 그게 자기 주관이라고 생각하지만, 옆에서 보면 고집이다.
사주에 관살(官殺)이 있으면 이 단점이 좀 줄어든다. 관살이 위에서 누르니까 본인 고집이 다듬어진다.
비견과 부부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신왕한데 일지(日支)에 비견이 있고, 천간(天干)에 또 겁재가 떴다. 이건 부부 관계가 힘들어지는 그림이다.
옛 책의 표현이 이렇다. 부인이 몸이 약하지 않으면, 본인이 제멋대로 살고 사생활이 단정치 못하다. 자기 고집이 강해서 부부 사이가 자주 부딪친다. 평생을 같이 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 말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본질은 신왕한 사람이 비겁까지 더 들어오면 본인 중심이 너무 강해진다는 점이다. 본인이 의식해서 다스리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신왕한데 비견이 많고 관살이 없는 경우.
이게 또 다른 함정이다. 일간이 너무 강한데 누르는 글자가 없다. 에너지가 넘치는데 갈 곳이 없다.
이런 사람은 가만히 있질 못한다. 본인을 다스릴 글자가 없으니까 사고를 친다. 책임감도 떨어진다. 가정 안에서 아내와 재물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비견의 자리별 의미는 이렇다.
연주(年柱) 비견. 위로 형이나 누나가 있거나, 양자(養子)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일찍 분가(分家)하는 경향이 있다. 어릴 때 가난한 경우가 많다.
월주(月柱) 비견. 위로 형이나 누나가 있고, 독립 성향이 있다. 돈을 다루고 관리하는 재능이 있다.
일지(日支) 비견. 배우자를 친다(克)는 표현이 있다. 결혼 생활에 변동이 있을 수 있고, 늦게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일지 비견이 충(衝)을 만나면 배우자가 멀리 떠나는 일이 좋지 않다.
시주(時柱) 비견. 자식이 적다.
이제 겁재로 넘어간다.
겁재는 이름부터 무섭다. 재물을 빼앗는다는 뜻이다.
육친으로는 남자에게는 누이, 여자에게는 형제. 친구와 동료를 가리키기도 한다.
겁재가 비견과 다른 점이 있다. 비견은 나와 음양이 같으니까 끌리는 힘이 비슷하고, 겁재는 음양이 다르니까 끌어당기는 힘이 더 세다. 자석으로 치면 비견은 같은 극, 겁재는 다른 극이다.
다른 극이 끌어당기는 힘이 더 강하다. 그래서 겁재가 재성(財星)을 끌어당기는 힘, 즉 재물을 빼앗는 힘이 비견보다 더 세다.
겁재가 많은 사람은 어떤가.
본인 중심이 강하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사람 말을 잘 듣는 것 같지만, 속은 아주 다르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성격이 만들어진다.
이런 사람은 공직이 잘 안 맞는다. 사주에 정관(正官)이 있으면 그나마 다듬어진다. 정관이 겁재의 거친 면을 잡아주면, 오히려 강력한 리더십으로 바뀐다.
신왕(身旺)한데 겁재가 강하다.
자기 주관이 너무 강해서 남과 같이 일을 못한다. 사업을 같이 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성정이 잘 맞는 분야가 있다. 기술직, 군인, 정보 계열, 발명 같은 일. 혼자서 깊이 파고드는 일에서는 빛을 본다.
겁재가 강한 사람은 투기 성향이 있다. 주식 거래, 도박, 부동산 매매 같은 일에 끌린다. 그런데 진짜 도박꾼이 되면 안 된다. 그러면 인생이 망가진다. 이 점을 본인이 의식해야 한다. 구조가 좋으면, 투자로 대재벌이 되기도 한다.
겁재가 강한 사람은 성실함이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 돈을 모으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본인이 항상 의식해야 한다.
겁재가 강한데 식상(食傷)이 있어서 재성을 생(生)해주면 또 다르다.
이런 사람은 남을 잘 돕고, 다른 사람을 잘 챙긴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인덕(人德)이 있다. 다만 본인의 호의가 오해를 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겁재의 자리별 의미.
연주(年柱) 겁재. 위로 형이나 누나가 있다. 재물 다루는 일을 좋아한다. 의리를 중시한다. 결혼이 순탄치 않다.
월주(月柱) 겁재. 돈이 모이지 않는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갈 곳이 먼저 정해진다. 자존심이 세고 겉모습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다.
일지(日支) 겁재. 늦게 결혼한다. 결혼 인연이 약하다.
시주(時柱) 겁재. 자식 인연이 약하다.
비견과 겁재 정리.
비견은 같은 어깨, 겁재는 어깨를 치는 손.
같은 비겁이지만 비견은 그래도 의리가 있고, 겁재는 본인 잇속에 더 빠르다.
비겁이 사주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보면, 이 사람이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어울리는지가 보인다. 신왕한 사람의 비겁은 부담이고, 신약한 사람의 비겁은 구원이다.
같은 글자가 어떤 사람에게는 짐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동아줄이 된다. 비겁이 그런 글자다.
♡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