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보는 사주: 거꾸로 읽어도 맞았던 손금
판을 따지지 않고 감으로 사주를 본다는 사람이 있다.
가끔은 맞는다. 듣는 사람이 놀랄 만큼 맞는다. 그리고 자주 빗나간다. 아예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빗나간다.
이 둘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감은 신통력도 아니고 순전한 엉터리도 아니다. 그 안에는 실제로 일어나는 판단이 한 층 있고, 판단처럼 보이지만 실은 말과 마음이 만든 착시가 한 층 있다. 두 층이 한데 섞여 있으니 맞을 때와 틀릴 때를 본인도 가려내지 못한다.
레이 하이먼(Ray Hyman)이라는 미국 심리학자가 있다. 훗날 오리건 대학에서 오래 가르친 사람이다.
그는 십 대 시절 마술과 독심술 공연으로 용돈을 벌었고, 돈이 더 된다는 말에 손금도 봐 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금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손님마다 맞다고 하고, 고맙다고 하니 차츰 믿게 되었다. 자기에게 뭔가 보이는 게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다 선배 마술사 스탠리 잭스(Stanley Jaks)가 한 가지를 시켜 보라고 했다. 손금이 가리키는 것과 정반대로 말해 보라는 것이었다.
하이먼은 그대로 했다. 생명선이 길게 뻗은 손에는 건강을 조심하라 하고, 감정선이 순한 손에는 마음이 사납다고 했다.
손님들은 여전히 맞다고 했다. 반응이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그 뒤로 하이먼은 손금 대신 사람이 무엇에 맞다고 느끼는지를 연구했다. 그가 정리한 콜드 리딩(cold reading)이라는 말이 지금도 쓰인다.
이 이야기에서 볼 것은 손금이 엉터리라는 결론이 아니다. 보는 사람이 진심으로 보인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감이라는 것은 대개 이렇게 본인부터 속인다.
감이 다 착시인 것은 아니다.
판을 수천 개 넘겨 본 사람은 판을 펴자마자 무언가가 먼저 온다. 이 판은 돈 이야기부터 꺼내야겠다, 이 판은 아버지 자리가 비었다, 이런 것이 따지기 전에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그 속을 풀어 보면 순서가 들어 있다.
월지(月支)로 격(格)을 세우고, 일간(日干)이 얼마나 서 있는지 보고, 무엇이 반가운 글자고 무엇이 꺼리는 글자인지 가린다. 이 순서를 하도 많이 밟아서, 밟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다. 운전을 오래 한 사람이 기어를 바꾸며 기어를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니 이런 감은 규칙이 압축된 것이다. 규칙을 거친 적 없는 감은 압축할 것이 없다. 처음부터 감으로 본다는 사람과, 규칙이 몸에 배어 감처럼 보이는 사람은 겉모습만 같다.
명리에서 한 글자, 한 작용이 가리키는 일은 하나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일지(日支)가 오화(午火)인 사람에게 2020년 경자(庚子)년은 자오충(子午沖)이 일지를 치는 해였다. 일지는 배우자궁(配偶者宮)이고 내 몸이 앉은 자리다. 이 자리가 흔들리면 다음 가운데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 일지가 충을 맞는 해 |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일 |
|---|---|
| 자리가 움직인다 | 이사, 이직, 이동 |
| 배우자 자리가 흔들린다 | 다툼, 별거, 이혼, 새 인연 |
| 몸이 앉은 자리가 흔들린다 | 수술, 사고, 잔병 |
| 생활의 틀이 바뀐다 | 출장, 유학, 생활 방식의 변화 |
이사, 이직, 이별, 이혼, 이빨 치료까지. 하나만 걸려도 맞았다는 말이 나온다.
십신(十神)도 마찬가지다. 편재(偏財)는 아버지이고, 크게 들고 나는 돈이고, 사업이고, 남자의 판에서는 아내 밖의 여자이기도 하다. 편재가 움직인다는 감 하나를 잡으면, 듣는 사람의 삶 어딘가에 맞는 일이 거의 늘 있다.
명리가 이 넓은 폭을 좁히는 도구는 따로 있다. 어느 궁(宮)에서 일이 났는지, 어느 성(星)이 움직였는지, 그 글자가 이 판에 반가운지 꺼리는지, 지금 대운(大運)이 그것을 받쳐 주는지. 이 네 가지를 겹쳐야 이사인지 이혼인지가 갈린다. 감은 이 겹침 없이 첫 연상 하나를 내놓고, 나머지는 듣는 사람이 알아서 맞춰 준다.
류년(流年)은 힘이 세다. 그해의 글자는 판 밖에서 밀려 들어오는 바깥의 힘이고, 누구도 비켜 가지 못한다.
그래서 올해는 변동이 있다, 올해는 마음이 무겁다, 올해는 사람 문제가 있다는 말은 웬만하면 맞는다. 류년이 판의 어느 글자든 건드리지 않는 해는 드물고, 사람 사는 한 해에 변동과 걱정과 사람 문제가 없는 해도 드물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같은 류년이 들어와도 어떤 판은 기초가 무너지고, 어떤 판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어떤 판은 잠시 다른 모양으로 바뀌었다가 돌아온다. 이 높낮이를 정하는 것은 원국(原局)과 대운, 곧 안쪽의 힘이다.
감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사건은 곧잘 맞힌다. 그 사건이 그 사람을 어디까지 끌어내리는지, 혹은 끌어올리는지는 놓친다. 이사를 간다는 것은 맞혔는데, 그 이사가 몰락의 첫걸음인지 자리를 잡는 걸음인지는 말하지 못한다.
감으로 보는 자리는 대개 마주 앉은 자리다.
모호한 말을 하나 던지면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썹을 찌푸리거나, 아니라고 하면서 사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덧붙인다. 보는 쪽은 그 반응을 따라 말을 고친다. 몇 번 오가면 말이 점점 들어맞는다.
이것이 꼭 일부러 하는 짓은 아니다. 하이먼이 그랬듯이 본인은 그걸 감이 온다고 느낀다. 상대가 건넨 정보가 내 머리에서 떠오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종이에 적어 놓고 아무 말 없이 건네도 똑같이 맞는지 보면 금방 갈린다.
규칙으로 보는 판에는 닻이 있다. 격이 이것이고 일간이 이만큼 서 있으니 이 글자는 반갑다, 이 순서가 틀리면 어디서 틀렸는지 되짚을 수 있다.
감에는 이 닻이 없다. 첫 연상이 빗나가면 그 뒤의 말이 모두 그 연상을 따라 빗나간다. 하나는 그럴듯한데 전체는 남의 이야기가 되는 풀이가 여기서 나온다.
편인(偏印)이 강한 판이 이 함정에 잘 빠진다. 편인은 직관과 영감의 글자로 불리는데, 동시에 한 번 꽂힌 생각을 안에서 되감고 또 되감는 글자다. 첫 감이 오면 그것을 의심하기보다, 그것을 뒷받침할 조각을 판에서 찾아 모은다. 머리가 빠른 만큼 끌어 맞추는 속도도 빠르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 이런 줄이 있다.
仁者見之謂之仁,知者見之謂之知
어진 사람은 그것을 보고 어질다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지혜롭다 한다는 말이다. 같은 것을 보아도 보는 사람이 자기 됨됨이대로 본다.
감으로 보는 판이 꼭 이렇다.
재성(財星) 문제로 시달리는 해를 지나는 사람은 남의 판에서도 재성만 크게 보인다. 칠살(七殺) 류년에 쫓기는 사람은 남의 판에서도 칠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배우자 자리가 흔들리는 해에는 묻는 사람마다 부부 사이가 걱정된다.
남의 판을 펴 놓고 자기 판을 읽는 셈이다. 피곤한 날, 불안한 날, 맞혀서 인정받고 싶은 날일수록 이 겹침이 짙어진다. 묻는 사람의 불안이 강하면 그 불안을 받아다가 자기 감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맞힌 날은 오래 기억난다. 듣는 사람이 놀라던 얼굴까지 기억난다.
빗나간 날은 금방 잊힌다. 잊히지 않으면 이유가 붙는다. 그날 컨디션이 나빴다, 출생 시각이 틀렸을 것이다, 보였는데 말을 안 했다.
이렇게 몇 해가 지나면 머릿속에는 맞힌 장면만 쌓인다. 실제로 몇 번 말해서 몇 번 맞았는지 적어 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이먼의 손님들처럼, 반대로 말해도 맞았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사실은 기록되지 않는다.
감을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판정문 자리에 앉히면 안 되고, 가설 자리에 앉혀야 한다. 가설은 시험할 수 있다.
| 방법 | 이렇게 한다 |
|---|---|
| 먼저 적는다 | 상대 반응을 듣기 전에 첫 판단을 종이에 적는다 |
| 박아서 적는다 | 올해 변동이 있다가 아니라, 몇 년에 어느 궁과 어느 육친(六親)이 흔들린다로 적는다 |
| 판으로 다시 본다 | 적어 둔 감을 격, 일간, 희기, 대운의 순서로 다시 밟아 보고, 순서와 어긋나는 감은 빼낸다 |
| 다 적는다 | 맞은 것과 틀린 것을 같은 공책에 적고, 몇 달 뒤에 다시 연다 |
| 무거운 일은 감으로 끊지 않는다 | 병, 소송, 큰돈, 혼인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일은 감 하나로 단정하지 않는다 |
지나간 일을 물어 판을 확인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출생 시각이 애매할 때 지난 몇 해의 일로 시주(時柱)를 확정하는 것은 판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답을 상대에게서 얻어 내는 것과는 방향이 반대다. 판을 세우는 데 쓰는 질문인지, 답을 얻어 내는 질문인지는 묻는 사람 자신이 안다.
적어 보면 대개 드러난다. 어떤 날, 어떤 사람, 어떤 질문 앞에서 감이 들어맞고, 어떤 자리에서 번번이 빗나가는지. 감이 잘 맞는 자리는 보통 이미 규칙을 많이 밟아 본 자리다.
규칙을 오래 밟은 사람의 감은 판을 뒤따라온다. 판이 먼저 말하고, 감이 그 말을 빨리 알아듣는다.
규칙 없이 온 감은 반대로 움직인다. 감이 먼저 말하고, 판은 그 말을 받쳐 줄 글자를 찾아 뒤적이는 데 쓰인다.
겉으로는 둘 다 판을 보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이먼도 처음 몇 해 동안은 자기가 손금을 보고 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