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은 몇 살에 바뀌나: 만세력마다 대운수가 다른 이유
대운(大運)이 바뀌는 때는 태어난 순간부터 가장 가까운 절입(節入) 순간까지 흐른 실제 시간으로 정한다. 재료가 시간 하나뿐이니, 원리대로라면 답도 하나여야 한다.
그런데 같은 생년월일시를 만세력 세 곳에 넣으면 대운이 시작되는 나이가 두세 가지로 나온다. 한 해 차이는 흔하고, 두 해 넘게 벌어지기도 한다.
계산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계산 중간에 세 번, 네 번 뭉개기 때문이다.
대운 한 칸은 열 해를 맡는다. 그리고 대운은 월주(月柱)에서 한 칸씩 나아가거나 물러난 간지다. 한 달이 한 칸이니, 한 달이 열 해가 된다.
한 달을 서른 날로 잡으면 셈이 이렇게 떨어진다.
| 태어나서 절입까지 | 대운으로 바꾸면 |
|---|---|
| 3일 | 1년 |
| 1일 | 4개월 |
| 1시진(時辰), 곧 2시간 | 10일 |
| 1시간 | 5일 |
| 1분 | 2시간 |
맨 아래 줄을 보면, 출생 기록의 1분은 교운(交運) 시각의 두 시간이다.
분만실에서 시계를 대충 본 사람은 아이의 대운을 몇 시간쯤 옮겨 놓은 셈이다. 다행히 몇 시간은 큰일이 아니다. 큰일은 그 뒤에 만세력이 하는 일이다.
순행(順行)이면 태어난 뒤 다음 절입까지, 역행(逆行)이면 태어나기 전 지난 절입까지 잰다.
여기서 절입은 입춘, 경칩, 청명처럼 달을 가르는 열두 절(節)이 드는 순간이다. 춘분, 하지 같은 중기(中氣)는 쓰지 않는다.
이 셈은 태어난 순간을 0으로 놓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잰다. 그러니 결과도 태어나서 몇 년 몇 개월 며칠 뒤라는 말이 된다. 만 나이다.
절입까지 15일이 남은 순행 사주라면, 태어나서 정확히 5년 뒤에 대운이 바뀐다. 다섯 살 생일 즈음이다. 설날도 아니고 1월 1일도 아니다.
문제는 동아시아가 오랫동안 나이를 세는나이로 불렀다는 데 있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 해가 바뀌면 또 한 살.
옛 책은 대운 나이도 이 관습에 맞춰 적었다. 그리고 한국 만세력 대부분은 지금도 대운수(大運數)를 세는나이 칸에 끼워 넣는다.
나라는 2023년에 행정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했다. 만세력은 아직 그 소식을 못 들은 모양이다.
이 뭉개기가 요즘 생긴 버릇은 아니다. 명나라 만민영(萬民英)의 삼명통회(三命通會)는 대운을 다루는 대목에서 셈의 바탕부터 못 박는다.
論折除之法,必用生者實曆,過日時,數其節氣之數。
날을 해로 바꿔 셈하려면, 반드시 그 사람이 실제로 지나온 날과 시를 써서 절기까지를 세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림잡은 날짜가 아니라 실제로 흐른 시간이다.
책은 예를 하나 든다. 갑자년(甲子年) 섣달 스무나흗날 사시(巳時)에 태어난 남자아이가 있고, 그달 스무아흐렛날 신시(申時)에 입춘이 든다.
닷새와 세 시진이다. 닷새는 한 해 여덟 달, 세 시진은 한 달. 그래서 한 해 아홉 달 뒤에 대운이 바뀐다.
그러고는 당시의 셈법을 이렇게 꼬집는다.
今人行運,多用約法論,以一歲奇八月,起運便以二歲,殊不明折除實歷之數也。
요즘 사람들은 운을 셀 때 어림법을 많이 써서, 한 해 여덟 달이 나오면 그냥 두 살에 운이 든다고 한다. 실제 지나온 시간을 바꿔 셈하는 이치를 전혀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다.
사백 년도 더 된 꾸지람이다. 만세력은 그 뒤로도 꾸준히 어림법을 썼다.
하나, 절입 시각
모든 셈의 기준점은 절입 순간이다. 해가 하늘에서 지나는 길(황경) 위에서 315도에 닿는 순간이 입춘이고, 그로부터 30도마다 다음 절이 든다. 이 순간은 천문 계산으로 분 단위 아래까지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옛 역서를 옮겨 적은 표나 날짜만 적은 표를 쓰면 기준점부터 흔들린다. 절입 날짜만 알고 시각을 모르면 하루가 통째로 빈다. 하루는 대운으로 넉 달이다.
태어난 곳도 따져야 한다. 절입은 지구 어디서나 같은 한 순간이다.
둘, 한 달은 서른 날이 아니다
사흘이 한 해라는 공식은 한 달을 서른 날로 친 어림이다.
실제 한 달, 곧 절입에서 다음 절입까지는 해가 황경 30도를 지나는 시간이다. 지구 궤도가 타원이라, 해가 빠르게 지나는 겨울에는 짧고 느리게 지나는 여름에는 길다.
| 월지 | 절입 구간 | 길이(일) |
|---|---|---|
| 인월(寅月) | 입춘 → 경칩 | 29.7 |
| 묘월(卯月) | 경칩 → 청명 | 30.2 |
| 진월(辰月) | 청명 → 입하 | 30.7 |
| 사월(巳月) | 입하 → 망종 | 31.2 |
| 오월(午月) | 망종 → 소서 | 31.4 |
| 미월(未月) | 소서 → 입추 | 31.4 |
| 신월(申月) | 입추 → 백로 | 31.1 |
| 유월(酉月) | 백로 → 한로 | 30.7 |
| 술월(戌月) | 한로 → 입동 | 30.1 |
| 해월(亥月) | 입동 → 대설 | 29.7 |
| 자월(子月) | 대설 → 소한 | 29.5 |
| 축월(丑月) | 소한 → 입춘 | 29.5 |
2026년 절입 시각으로 잰 값이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모양은 같다. 가장 짧은 달과 가장 긴 달 사이가 이틀 가까이 난다.
한 달이 열 해라는 원리를 그대로 따르면, 서른한 날이 넘는 오월에 태어난 사람과 스물아홉 날 남짓한 자월에 태어난 사람은 절입까지 같은 날수가 남아도 대운 나이가 다르다.
이걸 사흘에 한 해로 일괄 나누면, 여름 달에 태어난 사람은 대운이 실제보다 늦게 잡히고 겨울 달에 태어난 사람은 이르게 잡힌다. 차이는 많게는 다섯 달 남짓이다.
셋, 반올림과 버림
공식대로 셈하면 대운 나이는 4년 8개월 15일처럼 나온다.
대부분의 만세력은 이것을 4나 5, 숫자 한 글자로 줄인다. 반올림하는 곳, 버리는 곳, 남은 날이 이틀이면 올리는 곳이 다 다르다. 삼명통회가 나무란 바로 그 어림법이다.
넷, 세는나이에 끼워 넣기
줄인 숫자를 다시 세는나이에 대입한다. 대운수 5를 세는나이 다섯 살이 되는 해로 읽으면, 만으로는 세 살에서 네 살 사이다. 어림 위에 어림이 한 번 더 얹힌다.
섣달생이 가장 크게 당한다.
2000년 12월 4일에 태어난 순행 사주가 있고, 다음 절입인 대설까지 3일 6시간이 남았다고 하자. 공식으로는 1년 1개월 뒤, 2002년 1월 초에 대운이 바뀐다.
그런데 대운수 1을 세는나이로 읽으면, 세는나이 한 살은 2000년이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기에게 대운이 이미 들어와 있는 셈이다. 실제보다 한 해 넘게 이르다.
2000년 6월 23일에 태어난 남자아이가 있다. 경진년(庚辰年)은 양년이니 남자는 순행이다. 다음 절입인 소서(小暑)까지 14일 3시간이 남았다고 하자.
| 셈하는 방식 | 대운이 바뀌는 때 |
|---|---|
| 그 달의 실제 길이(31.4일)로 비례 | 2004년 12월 하순 |
| 사흘에 한 해, 시각까지 셈 | 2005년 3월 10일 무렵 |
| 반올림해 5, 만 나이로 읽음 | 2005년 6월 23일 |
| 반올림해 5, 세는나이로 읽음 | 2004년 |
| 버려서 4, 세는나이로 읽음 | 2003년 |
같은 아이, 같은 출생 시각인데 가장 이른 답과 가장 늦은 답 사이가 두 해를 넘는다.
어느 만세력을 열었느냐에 따라 이 아이의 다섯 살은 첫 대운의 끝이 되기도 하고 둘째 대운의 한가운데가 되기도 한다.
대운이 바뀌는 앞뒤 한두 해에는 삶의 방향이 꺾이는 일이 자주 몰린다. 이사, 이직, 결혼, 이별, 병.
그 일이 앞 대운의 끝에서 터졌는지 새 대운의 첫머리에서 터졌는지에 따라 풀이는 정반대로 간다. 앞 대운의 마무리로 읽어야 할 일을 새 대운의 예고로 읽게 된다.
류년(流年)과도 엮인다. 같은 해라도 그 해를 어느 대운이 맞이했느냐에 따라 류년이 판에 들어오는 방식이 달라진다. 교운일을 한 해 잘못 잡으면, 그 한 해의 류년 풀이가 통째로 엉뚱한 대운 위에서 이루어진다.
지나온 삶을 놓고 맞춰 보는 사람도 같은 벽을 만난다. 큰일이 터진 해를 대운과 맞대 보았더니 안 맞는다. 사주가 틀린 걸까, 이론이 틀린 걸까.
대개는 둘 다 아니고 교운일이 틀렸다. 그런데 교운일은 의심받지 않는다. 표에 숫자로 또박또박 찍혀 있으니까.
펀역 만세력은 앞의 네 자리를 하나씩 메운다.
절입 순간. 해의 황경을 천문 계산으로 구해 잡는다. 날짜가 아니라 시각이고, 시각에서도 분 아래까지다.
출생 순간. 태어난 곳의 시각을 기준 시각으로 바꿔, 절입 순간과 같은 시계 위에 올린다.
두 순간 사이. 그 사이의 시간을 초 단위 아래까지 재고, 그 사람이 태어난 달의 실제 길이를 열 해로 놓고 비례로 나눈다.
결과. 대운수 한 글자가 아니라 만 나이 몇 년 몇 개월, 그리고 대운이 바뀌는 연월일로 나온다.
명판에는 날짜까지만 보인다. 하지만 그 날짜를 만드는 셈은 날짜보다 훨씬 잘게 돌아간다. 그래야 날짜가 밀리지 않는다.
반올림도 없고, 세는나이 대입도 없다. 새로 만든 방법이 아니다. 삼명통회가 말한 대로, 실제로 흐른 시간을 썼을 뿐이다.
지금 쓰는 만세력의 대운 칸에 5, 15, 25 같은 숫자만 가지런히 줄지어 있다면, 그 5가 만 나이인지 세는나이인지, 올린 것인지 버린 것인지부터 물어볼 일이다.
숫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사백 년 전에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