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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三式)이란 무엇인가: 태을신수, 기문둔갑, 대육임의 이름과 계보

삼식(三式): 하늘과 땅과 사람을 나눠 잰 세 개의 판

동양 술수(術數)에는 유독 "나라가 직접 챙긴" 점법이 셋 있다.

태을신수(太乙神數), 기문둔갑(奇門遁甲), 대육임(大六壬).

이 셋을 묶어 삼식(三式) 이라 부른다.

사주명리보다 족보가 오래되었고, 한때는 개인이 집에 두기만 해도 처벌받던 물건이다. 지금은 스마트폰 앱으로 판을 펼친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목차
  1. 식(式)은 판이다
  2. 세 이름은 각각 무슨 뜻인가
  3. 누가 삼식이라고 불렀나
  4. 셋이 나눠 맡은 일
  5. 바다를 건너간 삼식
  6. 지금은 누가 잇고 있나

1. 식(式)은 판이다

삼식의 "식"은 공식이나 형식의 식이 아니다.

점을 치는 판 , 곧 식반(式盤)을 가리킨다.

식반은 두 겹으로 되어 있다. 위에는 둥근 하늘판(天盤)이 있고, 아래에는 네모난 땅판(地盤)이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옛 우주관을 그대로 손바닥 위에 옮겨 놓은 셈이다.

둥근 판을 돌려서 간지와 별자리가 어디에 맞물리는지 읽는다. 이렇게 판을 돌려 치는 점을 식점(式占)이라 한다.

그래서,,, 앱 될까요?를 보면, 육임이나 기문을 생성할때, 무슨 판이 돌아가는 화면을 볼 수 있는데, 그 식반을 구현한 거다.

이 판은 전설 속 물건이 아니다.

1977년 중국 안후이성 부양(阜陽)의 쌍고퇴(雙古堆)에서 전한(前漢) 여음후(汝陰侯) 하후조의 무덤이 발굴되었다. 이 사람은 기원전 165년에 죽었다. 무덤 안에서 태을구궁점반(太乙九宮占盤)과 육임식반(六壬式盤)이 함께 나왔다.

2,100년 넘게 땅속에 있던 점판이 지금 쓰는 판과 기본 짜임이 같다. 술수 쪽 사람들이 이 발굴 소식을 들었을 때 표정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세 술수는 모두 이 "판을 세워서 계산으로 답을 뽑는" 방식이다. 거북 등껍질을 굽거나 시초를 세는 점과 길이 다르다. 그래서 셋을 한데 묶어 삼식이라 했다.


2. 세 이름은 각각 무슨 뜻인가

이름만 풀어도 각 술수가 무엇을 보는지 대강 드러난다.

태을(太乙)

태을은 태일(太一)이라고도 쓴다. 북극성 자리에 있다고 여긴 가장 높은 신의 이름이다.

이 신이 아홉 궁(九宮)을 차례로 돌아다닌다고 보고, 그 위치와 주변 신들의 배치로 판단한다. 하늘 꼭대기의 신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물음도 자연히 커진다. 나라의 운, 전쟁, 가뭄과 홍수 같은 것들이다.

기문둔갑(奇門遁甲)

이름이 네 글자로 쪼개진다.

기(奇) 는 삼기(三奇), 곧 을(乙)·병(丙)·정(丁) 세 천간이다.

문(門) 은 팔문(八門)이다. 개문(開門), 휴문(休門), 생문(生門) 같은 여덟 개의 문이다.

둔갑(遁甲) 은 "갑(甲)이 숨는다"는 뜻이다. 열 천간 가운데 우두머리인 갑을 장수로 보고, 장수를 판 위에 드러내지 않고 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 여섯 글자, 곧 육의(六儀) 아래 숨겨 둔다.

장수는 숨기고, 기(奇)와 문(門)으로 길을 찾는다. 이름부터 군사 작전 냄새가 난다. 실제로 오래도록 병법과 함께 다녔다.

대육임(大六壬)

임(壬)은 천간 가운데 양(陽)의 수(水)다. 수는 오행 가운데 첫 번째로 생겨난 것으로 여겼다.

육십갑자를 펼치면 임으로 시작하는 간지가 여섯 개 나온다. 임신(壬申), 임오(壬午), 임진(壬辰), 임인(壬寅), 임자(壬子), 임술(壬戌). 그래서 육임(六壬)이다.

앞에 붙은 "대(大)"는 따로 있는 간편 점법인 소육임(小六壬)과 구분하려고 붙인 말이다. 손가락 마디 몇 개로 치는 소육임과 달리, 대육임은 천지반(天地盤)을 세우고 사과(四課)와 삼전(三傳)을 뽑는 무거운 절차를 거친다.


3. 누가 삼식이라고 불렀나

삼식이라는 이름은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별명이 아니다. 이름을 붙이고 관리한 쪽은 국가 였다.

당나라: 법전에 오르다

당나라 관청 제도를 정리한 《당육전(唐六典)》 권14의 태복서(太卜署) 대목에 이런 구절이 있다.

凡式占,辨三式之同異

식으로 치는 점은 세 가지 식의 같고 다름을 가려서 쓴다는 말이다.

이어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가 뇌공식(雷公式), 둘째가 태일식(太一式), 셋째가 육임식(六壬式)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둘 있다.

하나는 당나라 때의 삼식 목록에 기문둔갑 대신 뇌공식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뇌공식의 정체를 두고는 말이 갈린다. 기문둔갑의 앞선 모습으로 보는 쪽이 있고, 따로 존재하다 사라진 점법으로 보는 쪽도 있다.

다른 하나는 관리 방식이다. 뇌공식과 태일식은 개인이 집에 두는 것을 금했고, 육임식만 선비와 백성이 함께 쓰게 했다. 군사와 나랏일에 닿는 판은 잠가 두고, 사람 사이의 일을 묻는 판만 풀어 준 것이다. 육임이 민간에 가장 넓게 퍼진 까닭이 여기서 이미 정해졌다.

송나라: 세 자리가 굳어지다

송나라 인종의 경우(景祐) 연간(1034~1038)에 사천감(司天監)의 양유덕(楊惟德) 등이 나라의 명을 받아 책 세 권을 엮었다.

《경우태을복응경(景祐太乙福應經)》
《경우둔갑부응경(景祐遁甲符應經)》
《경우육임신정경(景祐六壬神定經)》

이 세 권으로 태을, 둔갑, 육임이 삼식의 자리를 굳혔다. 오늘날 말하는 삼식은 이 목록이다.

남송의 수학자 진구소(秦九韶)는 1247년에 낸 《수서구장(數書九章)》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太乙壬甲謂之三式,皆曰內算,言其秘也

태을, 육임, 둔갑을 삼식이라 하고, 모두 "안의 셈(內算)"이라 부르니 비밀이라는 뜻이라는 말이다.

수학책 서문에 점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낯설 수 있다. 당시 기준으로 삼식은 미신이 아니라 고급 계산이었다. 다만 바깥에 내놓지 않는 계산이었을 뿐이다.

원나라 때는 천문 관청인 사천대(司天臺)에 삼식과(三式科)를 두고 시험까지 치렀다. 판을 돌리는 일이 공무원 업무였던 시절이다.


4. 셋이 나눠 맡은 일

삼식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래 내려오는 말이 있다.

태을은 하늘을 재고, 기문은 땅을 재고, 육임은 사람을 잰다.

구분태을신수기문둔갑대육임
맡은 영역하늘땅사람
주로 묻던 것나라의 흥망, 천재지변, 큰 전쟁군대를 보낼 방향과 시기, 터와 공사사람 사이의 일, 송사, 병, 혼인, 행방
판의 중심태을신의 구궁 이동삼기·팔문·구성·팔신의 배치천지반, 사과, 삼전, 십이천장
오늘날 쓰임거의 국운 연구용시기 선택, 방위, 전략 판단개별 사안의 성패, 관계, 사람 찾기

회사에 빗대면 이렇다.

태을은 이사회다. 회사가 십 년 뒤에 살아 있을지를 따진다.

기문은 전략기획실이다. 어느 시장에 언제 들어갈지를 정한다.

육임은 인사팀이다. 저 사람이 왜 사표를 냈는지, 다시 돌아올지를 안다.

셋 다 쓸모가 있다. 다만 동네 사람이 이사회를 찾아올 일은 드물다. 이 차이가 훗날 세 술수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5. 바다를 건너간 삼식

일본: 아베노 세이메이의 육임

일본 헤이안 시대의 음양사(陰陽師) 아베노 세이메이(安倍晴明, 921~1005)는 소설과 영화 덕분에 주술사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남긴 저작으로 확실히 전해지는 것은 한 권뿐이다. 《점사약결(占事略決)》, 육임 교본이다.

모두 36장으로, 앞부분은 사과삼전 세우는 법과 십이천장, 월장(月將) 같은 기초를 다루고, 뒷부분은 목적별 점법을 다룬다. 병의 원인, 병자가 살지 죽을지, 출산, 기다리는 사람이 언제 올지, 잃어버린 물건, 달아난 가축, 비가 올지 갤지.

천 년 전 일본 귀족이 무엇을 걱정했는지가 목차에 다 들어 있다. 잃어버린 물건과 집 나간 소.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육임은 헤이안 말부터 가마쿠라 시대까지 음양료(陰陽寮) 소속 음양사가 반드시 익혀야 하는 점법이었다. 일본 음양도의 실무 도구는 결국 육임 판이었던 셈이다.

조선: 시험 과목이 된 육임

조선의 관상감(觀象監)은 명과학(命課學)이라는 분과에서 점복을 다뤘다.

세종 12년(1430)에 육임이 정식 시험 과목이 되었고, 영조 17년(1741)에는 관상감에서 쓸 육임 교재 《육임과경(六壬課經)》과 《육임단경(六壬斷經)》을 다시 찍어 내라는 왕명이 내려졌다.

당나라에서 민간에 풀어 준 판이, 조선에서는 관원을 뽑는 시험지에 올라간 것이다.

한국의 기문: 판을 사람 쪽으로 돌리다

한국에는 홍연기문(洪煙奇門)이라는 독자적인 계통이 내려온다. 흔히 홍국기문(洪局奇門)이라고도 부른다. 화담 서경덕이 처음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중국 기문둔갑의 연파조수가(煙波釣叟歌)를 바탕으로 하되, 홍국수(洪局數)라는 숫자 체계를 얹었다. 그리고 쓰임새를 크게 바꿨다. 군대의 방향을 묻던 판을 한 사람의 평생과 한 해의 신수를 보는 쪽으로 돌린 것이다.

땅을 재던 술수가 한반도에 와서 사람을 재기 시작했다. 판은 주인이 바뀌면 하는 일도 바뀐다.


6. 지금은 누가 잇고 있나

세 술수는 같은 날 이름을 얻었지만, 지금의 형편은 제각각이다.

태을신수: 가장 가는 줄

문헌의 줄기는 이렇다.

당나라 왕희명(王希明)의 《태을금경식경(太乙金鏡式經)》, 송나라의 《경우태을복응경》, 원나라 효산노인(曉山老人)의 이름으로 전하는 《태을통종보감(太乙統宗寶鑑)》.

책은 남았는데 사람이 적다. 명나라와 청나라를 지나면서 관청에서 밀려났고, 이후로는 민간에서 소수가 비전(秘傳)으로 이어 왔다.

까닭은 단순하다. 태을이 잘하는 질문은 "이 나라가 몇 년 뒤에 어떻게 되는가"다. 이런 질문을 돈 내고 묻는 개인은 많지 않다. 나라는 망해도 내 월세는 나온다.

수요가 없는 학문은 사람이 붙지 않고, 사람이 붙지 않으면 줄이 가늘어진다. 삼식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을 재던 술수가 가장 외로운 술수가 되었다.

기문둔갑: 가장 시끌벅적한 집

기문은 지금 삼식 가운데 가장 활발하다. 그만큼 갈래도 많다.

명나라 정도생(程道生)의 《둔갑연의(遁甲演義)》가 고전의 중심을 잡고 있고, 청나라 궁정에서도 기문 책을 따로 엮었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판을 돌려서 세우는 전반(轉盤) 기문이 주류이고, 숫자 순서대로 궁을 날아다니게 하는 비반(飛盤) 기문이 따로 있다. 근래에는 음반기문(陰盤奇門)을 내세우는 쪽도 있는데, 전승의 진위를 두고 논쟁이 붙어 있다.

일본에는 대만 쪽 전승을 이어받은 계통이 있고, 한국에는 앞에서 말한 홍연기문이 있다.

나라가 표준판을 관리하던 시절이 끝나자, 각자 자기 판이 정통이라고 나섰다. 갈래가 많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정리가 안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둘 다 맞다.

대육임: 가장 촘촘한 족보

육임은 문헌의 계보가 가장 촘촘하다.

남송 소언화(邵彥和)의 실제 점 기록, 명나라에서 엮어 사고전서(四庫全書)에도 들어간 《육임대전(六壬大全)》, 명말청초 진공헌(陳公獻)의 《대육임지남(大六壬指南)》, 청나라 장순조(張純照)의 《대육임심원편(大六壬尋源編)》, 민국 시기 원수산(袁樹珊)의 《대육임탐원(大六壬探原)》.

당나라 때 민간에 풀어 준 덕에 천 년 넘게 사람 손을 많이 탔다. 사례 기록이 쌓였고, 해설서가 쌓였다.

대신 배우기가 어렵다. 외울 것이 많아 삼식 가운데 으뜸이라는 말을 듣는다. 입구에서 돌아서는 사람이 많은 만큼, 끝까지 간 사람들은 깊다.

일본에서는 음양도의 맥을 따라 육임이 따로 이어졌고, 중국어권에서도 꾸준히 연구서가 나온다.


판 하나는 하늘을 쟀고, 판 하나는 땅을 쟀고, 판 하나는 사람을 쟀다.

천삼백 년 전 당나라에서는 이 판들을 서랍에 넣고 열쇠를 채웠다. 개인이 갖고 있으면 벌을 받았다.

지금은 그 판으로 이직 시기를 묻고, 연락 끊긴 사람의 속을 묻는다.

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늘을 재던 시절이나 소개팅 날짜를 재는 지금이나, 돌아가는 방식은 같다.

달라진 것은 묻는 사람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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