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이 아닌데 사기꾼 같다: 십신이 만드는 신뢰의 오해
거짓말은 한마디도 안 했는데 사기꾼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다.
말이 크고, 자신만만하고, "무조건 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실제로 일도 해내고 약속한 돈도 갚는다.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 열 명 중 몇은 그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뜬다.
반대로 진짜 사기꾼은 의외로 차분하다. 말을 아끼고, 서류를 챙기고, 숫자를 또박또박 읊는다.
사람은 상대가 정직한지를 직접 알 수 없다. 대신 말투, 태도, 속도, 숫자를 다루는 방식을 보고 짐작한다. 그 짐작의 잣대가 사람마다 다르다. 명리에서는 그 잣대를 십신(十神)으로 읽는다.
같은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열정으로 들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사기 수법으로 들린다.
앞에서 사람마다 속는 자리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글은 그 반대편이다. 속는 게 아니라, 속지도 않았는데 속는다고 느끼는 자리다.
먼저 짚어 둘 것이 있다. 한 사람의 사주에는 여러 십신이 함께 산다. 이 글에서 "상관형", "정재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사람 안에서 가장 크게 들리는 목소리가 그 글자라는 뜻이다. 그 글자의 힘, 곁에서 다스리는 글자, 앉은 자리에 따라 같은 이름이라도 모습은 달라진다.
- 진짜를 가리는 잣대가 다르다
- 상관의 큰소리: 정관과 정재가 듣는 것
- 편재의 큰 판: 정재와 비견이 보는 것
- 편인의 침묵: 편재가 듣는 헛소리
- 식신의 호의: 편인이 보는 미끼
- 칠살의 재촉: 비견이 느끼는 압박
- 정관과 정인의 간판: 상관, 겁재, 정재가 보는 허울
- 이름이 닮은 짝끼리
- 진짜 사기꾼은 반대로 움직인다
- 운이 바꾸는 귀
사람마다 "이 사람 믿을 만하다"고 느끼는 신호가 다르다.
| 십신 | 믿음이 가는 신호 | 사기 같다고 느끼는 신호 |
|---|---|---|
| 정관(正官) | 절차, 서류, 직함, 정해진 순서 | 절차를 건너뛰는 말, "일단 해 보고" |
| 칠살(七殺) | 강하고 분명한 결단 | 우유부단, 말을 돌리는 태도 |
| 정재(正財) | 맞아떨어지는 숫자, 작아도 확실한 약속 | 부풀린 숫자, 너무 좋은 조건 |
| 편재(偏財) | 큰 그림, 빠른 결정, 통 큰 태도 | 쩨쩨한 계산, 결정 못 하는 사람 |
| 정인(正印) | 학력, 경력, 스승, 검증된 이름 | 출처 없는 주장, 근본 없는 자신감 |
| 편인(偏印) | 깊이 있는 원리, 남들이 모르는 통찰 | 이유 없는 호의, 지나치게 밝은 사람 |
| 식신(食神) | 편안함, 꾸밈없는 태도 | 압박하는 사람, 날 선 말투 |
| 상관(傷官) | 실력, 날카로운 논리 | 간판만 있는 사람, 권위로 누르는 말 |
| 비견(比肩) | 대등한 관계, 투명한 정산 | 위에서 내려다보는 말, 중간에서 떼는 사람 |
| 겁재(劫財) | 같은 편이라는 느낌 | 규정으로 내 몫을 묶는 사람 |
이 표의 오른쪽 칸을 보면 한 가지가 보인다. 어떤 십신이 "사기 같다"고 느끼는 신호는 대개 다른 십신의 평소 모습이다.
정관이 불안해하는 "일단 해 보고"는 상관의 일상 언어다. 정재가 의심하는 "너무 좋은 조건"은 편재의 평범한 제안이다. 편인이 경계하는 "이유 없는 호의"는 식신이 늘 하는 일이다.
사기꾼으로 오해받는 사람은 대개 거짓말을 한 사람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경계하는 글자로 말한 사람이다.
두 가지 "사기 같다"
여기에 하나를 더 갈라 둔다. 사기 같다는 느낌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위협으로 느끼는 사기다. 저 사람이 나를 해칠 것 같다, 내 것을 가져갈 것 같다. 내 글자가 상대 글자에게 극(剋)을 당하는 쪽일 때 이렇게 느낀다.
다른 하나는 허울로 느끼는 사기다. 저 사람은 겉만 번지르르하다, 알맹이가 없다, 위선이다. 내 글자가 상대 글자를 극하는 쪽일 때 이렇게 느낀다.
십신 사이에는 음양이 같은 것끼리 부딪치는 무정지극(無情之剋)의 짝이 열 쌍 있다. 일간이 무엇이든 이 짝은 같다.
| 치는 글자 | 맞는 글자 |
|---|---|
| 상관 | 정관 |
| 식신 | 칠살 |
| 정인 | 상관 |
| 편인 | 식신 |
| 정재 | 정인 |
| 편재 | 편인 |
| 정관 | 겁재 |
| 칠살 | 비견 |
| 겁재 | 정재 |
| 비견 | 편재 |
봐주는 것 없이 부딪치는 이 짝들 사이에서 오해가 가장 깊다.
상관은 왜 크게 말하는가
상관은 표현의 글자다. 머릿속의 것을 밖으로 꺼내는 힘이 세고, 꺼낼 때 날이 서 있다.
상관이 센 사람은 말을 할 때 확신을 앞세운다. "이건 무조건 됩니다." "제가 해 봐서 압니다." "다른 데는 다 틀렸어요." 숫자도 둥글게 부풀린다. 한 달에 팔십 개 팔린 것을 "백 개씩 나갑니다"라고 말한다.
상관에게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기세다. 될 거라고 믿는 일을 될 것처럼 말하는 것이 상관의 방식이다. 그리고 상관은 실제로 그 말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운다.
정관이 듣는 것: 위협
상관은 정관을 친다. 둘은 무정지극의 짝이다.
傷官見官,為禍百端
상관이 정관을 만나면 온갖 화가 생긴다는 구결이다. 원래는 한 사주 안에서 상관이 정관을 치는 구조를 말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도 같은 마찰이 일어난다.
정관형 사람에게 상관의 말은 처음부터 경보음이다. 근거를 대지 않는다. 절차를 건너뛴다. "규정상 안 되는데요"라고 하면 "그건 다들 그냥 해요"라고 답한다.
정관은 규칙을 지키는 사람을 믿는다. 규칙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언젠가 나와의 약속도 가볍게 여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관의 큰소리는 정관에게 나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의 말로 들린다. 위협으로 느끼는 사기다.
정재가 듣는 것: 안 맞는 숫자
정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상관은 정재를 낳는다. 상관생재(傷官生財)라고 하면 상관이 벌어 온 것을 재가 받는 구조다.
그러니 둘은 사이가 좋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정재형 사람이 상관형 사람을 가장 사기꾼 같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숫자다. 정재는 숫자가 맞아야 믿는다. 상관이 "백 개씩 나간다"고 했는데 장부를 보니 팔십 개다. 상관에게는 반올림이지만 정재에게는 스무 개의 거짓말이다. 한 번 숫자가 틀리면 정재는 그 사람의 모든 말을 다시 계산한다.
여기에 묘한 구조가 있다. 상관은 정재가 필요하다. 벌어 온 것을 지켜 줄 손이 없으면 상관의 수입은 새어 나간다. 정재도 상관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새 돈이 들어올 길을 잘 열지 못한다. 서로가 가장 필요한 짝이 서로를 가장 못 믿는다. 동업하는 두 사람 중 하나는 영업을 하고 하나는 장부를 보는데, 둘 사이에 늘 의심이 흐르는 회사가 이런 판이다.
| 정관이 듣는 상관 | 정재가 듣는 상관 | |
|---|---|---|
| 걸리는 곳 | 절차를 건너뛰는 말 | 부풀린 숫자 |
| 느낌 | 나를 해칠 사람 | 계산이 안 맞는 사람 |
| 관계 | 상관이 정관을 친다 | 상관이 정재를 낳는다 |
편재의 말투
편재는 흐르는 돈, 기회의 돈이다. 편재가 센 사람은 큰 그림부터 그린다. 남의 돈을 빌려 판을 키우는 것을 겁내지 않고, 사람을 만나면 통 크게 대접하고, 결정이 빠르다.
"이건 지금 들어가야 돼요." "자본은 걱정 마세요, 투자자가 있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그쪽 대표예요."
정재가 보는 것
정재와 편재는 이름이 닮았지만 돈을 대하는 태도가 정반대다. 정재는 쥔 만큼만 쓰고, 편재는 굴린 만큼 번다.
정재형 사람에게 편재의 사업은 늘 위태로워 보인다. 남의 돈으로 판을 벌이는 것 자체가 돌려막기처럼 보인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비싼 밥을 사면 "뭘 노리고 이러지?"부터 생각한다. 편재의 통 큰 대접은 정재에게 미끼로 보인다.
편재가 실제로 사업을 키워 성공해도 정재는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언젠가 터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편재의 사업이 정말로 한 번 흔들리면, "거 봐라" 하고 확신한다.
비견이 보는 것
비견은 편재를 친다. 무정지극의 짝이다.
편재형 사람은 사람을 잇는 데 능하다. 이 사람을 저 사람에게 소개하고, 그 사이에서 판을 만든다. 중개, 영업, 브로커 일이 편재의 땅이다.
비견형 사람은 대등한 관계를 믿는다. 정산이 투명하고, 각자 자기 몫만 가져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 비견에게 사이에 서서 수수료를 받는 편재는 중간에서 떼먹는 사람으로 보인다. 소개해 준 것만으로 돈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비견에게는 납득이 안 된다. 허울로 느끼는 사기다.
부동산 중개인, 보험 설계사, 영업직이 유난히 사기꾼 소리를 많이 듣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일이 편재의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인은 숨은 원리의 글자다. 편인이 센 사람은 말을 아끼고, 출처를 잘 밝히지 않고, 결론보다 이치를 먼저 말한다. 질문에 답 대신 질문으로 돌려주기도 한다.
술수를 하는 사람, 종교인, 이론 연구자, 진단하는 의사처럼 편인의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기꾼 소리를 한 번쯤은 듣는다. 그 일이 원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기 때문이다.
편재는 편인을 친다. 무정지극의 짝이다.
편재형 사람은 결과로 판단한다. 돈이 되느냐, 지금 써먹을 수 있느냐. 편인의 말은 편재에게 돈 안 되는 헛소리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으로 들린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을 판다는 것 자체가 사기처럼 보인다. 허울로 느끼는 사기다.
정재도 편인을 미덥지 않게 본다. 다만 정재는 편인을 치는 글자가 아니라서 공격하지 않는다. 그냥 돈을 내지 않는다.
여기에 한 가지가 겹친다. 진짜 사기꾼들도 편인의 옷을 즐겨 입는다. "남들은 모르는 정보입니다"라는 말로 사람을 홀린다. 그러니 편인의 땅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은 가짜와 같은 옷을 입고 서 있는 셈이다. 편재의 눈에는 둘이 구분되지 않는다.
식신은 너그러운 글자다. 맛있는 것을 나누고, 웃으며 맞이하고, 대가 없이 주는 것을 즐거워한다. 식신형 사람에게 호의는 계산이 아니라 습관이다.
편인은 식신을 친다. 효신탈식(梟神奪食)이라 부르는 그 관계다.
편인형 사람은 이유 없는 호의를 믿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웃는 얼굴 뒤에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식신이 아무 생각 없이 건넨 선물을 편인은 오래 들여다본다. 이걸 받으면 나중에 무엇을 요구받을까.
식신이 계속 친절하면 편인의 의심은 더 깊어진다. 너무 좋은 사람은 사기꾼이다. 편인에게는 이것이 경험칙이다.
억울한 것은 식신이다. 아무것도 노리지 않았는데 노린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실제로 식신의 호의를 흉내 내는 사기, 무료 체험이나 공짜 선물로 시작하는 사기가 세상에 많다는 것이 편인의 의심에 근거를 대 준다.
칠살형 사람도 식신을 다른 이유로 의심한다. 식신은 칠살을 치는 글자다. 칠살은 긴장하고 대비하는 글자인데, 식신은 "괜찮아요, 다 잘될 거예요"라고 말한다. 칠살에게 이 말은 위험을 모르는 사람의 말이거나, 위험을 숨기는 사람의 말이다. 위협으로 느끼는 쪽이다.
칠살은 압박의 글자다. 칠살형 사람은 결정을 미루지 않고, 상대에게도 빨리 결정하라고 요구한다. "오늘까지 답 주세요." "이 조건은 이번 주까지만입니다."
칠살에게 이것은 일을 하는 방식이다. 마감이 있어야 일이 굴러가고, 미적거리는 사람과는 일을 할 수 없다.
칠살은 비견을 친다. 무정지극의 짝이다.
비견형 사람은 자기 속도가 있다. 내가 납득할 때까지 생각하고, 내 기준에 맞으면 움직인다. 그런 비견에게 칠살의 재촉은 정확히 사기꾼의 수법으로 보인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 시간으로 압박하는 것. 앞의 글에서 칠살 사기의 특징으로 본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칠살의 마감이 진짜일 때도 많다는 것이다. 정말로 이번 주가 지나면 조건이 바뀐다. 그런데 비견은 압박을 받는 순간 마음을 닫는다. 칠살은 결정도 못 하는 사람이라고 답답해하고, 비견은 사람을 몰아붙인다고 불쾌해한다. 둘 다 상대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지금까지는 거친 글자가 오해받는 쪽이었다. 반대 경우도 있다. 반듯한 글자가 사기꾼 취급을 받는다.
상관이 보는 정관
상관이 정관을 치면, 정관이 상관을 위협으로 느끼는 것만 있지 않다. 상관도 정관을 사기처럼 본다. 다만 위협이 아니라 허울로 본다.
직함은 있는데 실력은 모르겠다. 절차를 내세우는데 그 절차가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르겠다. 상관형 사람에게 정관의 반듯함은 자리를 지키기 위한 연기로 보이기 쉽다. 은행 창구의 상품 설명, 기관의 공식 발표, 대기업의 약관. 상관은 이런 것들을 가장 세련된 사기라고 부른다.
겁재가 보는 정관
정관은 겁재를 친다. 겁재형 사람에게 정관은 규정으로 내 몫을 묶는 사람이다.
수수료, 위약금, 깨알 같은 약관. 겁재는 이런 것을 보면 내가 손해 보는 구조가 짜여 있다고 느낀다. 상관이 정관을 위선으로 본다면, 겁재는 정관을 합법적인 갈취로 본다. 은행과 보험사와 관공서를 통째로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판에 이 관계가 서 있는 경우가 있다.
상관과 정재가 보는 정인
정인은 상관을 친다. 정인형 사람은 배움과 자격과 스승의 이름을 믿는다. 상관형 사람에게는 이것이 권위로 누르는 말이다. "그 학위가 뭘 증명하는데요?" 상관은 간판으로 말하는 사람을 실력 없는 사람으로 본다.
정재는 정인을 친다. 정재형 사람은 정인의 세계에 돈을 내는 일을 가장 아까워한다. 비싼 강의, 자격증 과정, 학위 과정. 정재의 계산으로는 들어간 돈만큼 나오는 것이 안 보인다. 그래서 정인이 파는 것을 교육으로 포장한 사기라고 부른다.
| 반듯한 글자 | 보는 사람 | 사기처럼 보이는 이유 |
|---|---|---|
| 정관 | 상관 | 실력 없이 자리만 지키는 연기 |
| 정관 | 겁재 | 규정으로 내 몫을 묶는 갈취 |
| 정인 | 상관 | 간판으로 누르는 권위 |
| 정인 | 정재 | 돈값을 못 하는 교육 장사 |
같은 무리로 묶이는 짝 글자는 서로를 더 못 믿는 경우가 많다. 이름은 나란히 다니지만 태도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 짝 | 앞 글자가 보는 뒤 글자 | 뒤 글자가 보는 앞 글자 |
|---|---|---|
| 정재와 편재 | 투기꾼, 돌려막기 | 쩨쩨한 사람, 판을 못 보는 사람 |
| 정관과 칠살 | 규칙 없는 깡패 | 절차 뒤에 숨는 겁쟁이 |
| 정인과 편인 | 근본 없는 이론, 사이비 | 남의 말만 외운 앵무새 |
| 식신과 상관 | 말만 앞서는 허풍선이 |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 |
| 비견과 겁재 | 내 몫을 노리는 사람 | 고지식해서 함께 못 할 사람 |
이 표에서 사기꾼이라는 말이 나오는 쪽은 대개 순한 쪽 글자다. 정재가 편재를, 정관이 칠살을, 정인이 편인을, 식신이 상관을, 비견이 겁재를 사기꾼처럼 본다. 순하게 쓰는 글자는 거칠게 쓰는 글자를 믿지 못한다.
반대로 거친 글자 쪽에서는 사기꾼이라는 말보다 겁쟁이, 앵무새, 고지식함 같은 말이 나온다. 속인다고 보는 게 아니라 못났다고 본다.
여기까지 오면 한 가지가 드러난다. 사기꾼으로 오해받기 쉬운 사람은 거친 글자, 특히 상관과 편재와 칠살로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노련한 사기꾼은 이것을 안다. 그래서 반대로 움직인다.
진짜 사기꾼은 정관의 옷을 입는다. 직함을 내밀고, 서류를 갖추고, 절차를 지키는 척한다. 정재의 말투를 쓴다. 숫자를 부풀리지 않고 오히려 작게, 그러나 꾸준하게 말한다. 정인의 간판을 빌린다. 유명한 고문의 이름, 그럴듯한 학위.
그러니 이런 일이 생긴다. 정직한 상관은 사기꾼처럼 보이고, 사기꾼은 정직한 정관처럼 보인다. 정관형과 정재형 사람은 앞사람을 피하고 뒷사람에게 돈을 맡긴다.
백사장 사진 한 장
상관과 편재로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사기꾼처럼 보일 수 있는지 보여 준 일이 있다.
1971년, 현대그룹의 정주영은 조선소를 짓겠다며 차관을 얻으러 영국에 갔다. 그에게는 조선소도, 배를 만든 경험도 없었다. 손에 든 것은 울산 미포만 백사장 사진과 조선소 도면 정도였다.
차관을 주선해 줄 영국 회사의 회장 앞에서 그는 오백 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 주며, 한국은 이미 수백 년 전에 철갑선을 만든 나라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추천을 얻어 냈고, 이어 그리스의 선주를 찾아가 아직 짓지도 않은 조선소에서 대형 유조선을 만들어 주겠다는 계약을 따냈다.
정관과 정재의 눈으로 보면 이것은 교과서 같은 사기다. 실체가 없는 회사가, 지어지지도 않은 공장을 담보로, 남의 돈을 빌려, 아직 만들 줄도 모르는 물건을 팔았다. 숫자도 실적도 근거도 없이 기세와 이야기만 있었다.
그 조선소는 이듬해 공사를 시작했고 몇 년 뒤 그 배를 실제로 띄웠다. 사기와 사업을 가른 것은 말투가 아니라 그 뒤에 배가 떴느냐였다.
다만 같은 말투로 같은 자리에 서서, 끝내 배를 띄우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그들은 사기꾼으로 기록되었다. 말하는 순간에는 둘을 가르기 어렵다.
사기꾼 같다는 느낌은 원국에만 박혀 있지 않다. 운을 따라 움직인다.
**원국(原局)**은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신호를 믿고 어떤 신호를 경계하는지, 그 바탕을 정한다.
**대운(大運)**은 십 년 동안 그 바탕을 굳히거나, 흔들거나, 잠시 다른 모양으로 바꿔 놓는다. 평생 정재의 눈으로 살던 사람이 편재 대운에 들어서면, 예전 같으면 투기꾼이라 불렀을 사람과 손을 잡는다. 원국과 대운은 안에서 움직이는 힘이다.
**류년(流年)**은 해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힘이다. 누구에게나 오고, 그 해에는 가장 세게 작용한다.
| 들어오는 류년 | 귀가 바뀌는 방식 |
|---|---|
| 정관 | 절차 없는 말이 갑자기 거슬린다. 상관형 동료가 미덥지 않아진다 |
| 칠살 | 모든 제안에 경계가 높아진다. 일간이 약하면 호의도 위협으로 들린다 |
| 상관 | 반듯한 사람이 위선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내 말도 덩달아 커진다 |
| 식신 | 경계가 풀린다. 사람을 좋게 본다 |
| 편인 | 호의를 의심하고, 숨은 의도를 찾는다 |
| 정인 | 간판과 이름에 기댄다. 출처 없는 말을 멀리한다 |
| 정재 | 숫자를 다시 센다. 큰소리를 믿지 않는다 |
| 편재 | 큰 판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쩨쩨한 사람이 답답해진다 |
| 비견 | 재촉에 반발한다. 중간에 선 사람을 경계한다 |
| 겁재 | 규정과 약관이 모두 나를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
이것은 듣는 쪽만이 아니다. 말하는 쪽도 운을 탄다.
평소 차분하던 정관형 사람이 상관 류년에 들어서면 말이 커지고 단정이 늘어난다. 오랜 거래처가 고개를 갸웃한다. 저 사람 요즘 왜 저러지. 본인은 아무것도 속이지 않았는데, 한 해 동안 사기꾼 비슷한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를 사기꾼 같다고 느꼈을 때, 그 느낌은 상대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 준다. 동시에 나에 대해서도 무언가를 말해 준다. 내가 어느 글자로 세상을 재고 있는지.
지금까지 사기꾼 같다고 느꼈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그 사람들의 판보다 내 판이 먼저 보인다. 그중 몇은 정말 사기꾼이었을 것이다. 나머지 몇은, 그냥 나와 다른 글자로 말하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