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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에 당첨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

복권에 당첨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

큰돈만 생기면 걱정이 다 사라질 거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반은 맞다. 돈 걱정은 사라진다.

그런데 걱정에도 정원이 있다.(요즘 문해력이 떨어지는 분이 많다는데, 이거 가든 아니다... 한정된 자리란 이야기다. 몇년뒤에 댓글 달릴까봐 이야기 한다. ) 돈 걱정이 빠져나간 자리는 오래 비어 있지 않는다. 다른 걱정이 줄을 서서 들어온다. 대개 더 비싼 걱정이다.


돈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

갑자기 큰돈이 들어오면 통장보다 먼저 바뀌는 것이 있다. 사람의 높이다.

발이 땅에서 한 뼘쯤 뜬다.

씀씀이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말투가 바뀌고, 웃음소리가 커지고, 남의 말이 귀에 안 들어온다. 어제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충고가 오늘은 질투로 들린다.

욕심도 같이 큰다. 백억이 생기면 마음은 백억에서 멈추지 않는다. 백억이면 이백억도 될 것 같다. 이백억이 될 것 같으면 지금 잡아야 할 것 같다.

이때 사람은 자기가 변했다는 걸 모른다. 주변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이게 평범한 사람이다.


9천만 달러를 손에 쥔 사업가

2002년 12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잭 휘태커(Jack Whittaker)라는 남자가 파워볼에 당첨됐다.

당첨금은 약 3억 1,490만 달러. 한화로 4천억 원대다. 당시 미국 복권 역사상 한 사람이 받은 당첨금으로는 가장 큰 액수였다. 일시불로 받기로 했고, 세금을 떼고 손에 쥔 것만 9,300만 달러, 천삼백억 원 안팎이었다.

여기까지는 흔한 복권 이야기다. 그런데 이 사람은 흔한 당첨자가 아니었다.

휘태커는 열 살 때부터 아버지 일을 거들었고,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맨손으로 파이프라인 공사 회사를 일궈 1,700만 달러, 한화 230억 원대 가치로 키웠다. 당첨 전에 이미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였다.

돈을 벌어 본 사람이고, 돈을 굴려 본 사람이고, 직원을 부려 본 사람이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이렇다.

집과 차가 여러 번 털렸다. 한번은 스트립 클럽 주차장에 세워 둔 차에서 서류 가방을 도둑맞았는데, 그 안에 현금 24만 5천 달러와 10만 달러짜리 자기앞수표 세 장이 들어 있었다. 7억 원이 넘는 돈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는 이야기다. 가방은 나중에 경찰이 찾아 줬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음주운전으로 두 번 기소됐고, 카지노 직원들에게 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회사 직원들은 그의 돈을 빼돌리다 무더기로 기소됐다. 위조 수표가 그의 계좌로 결제됐다. 본인 말로는 당첨 뒤 그를 상대로 들어온 법적 다툼이 460건이었다.

아내는 집을 나갔다.

그리고 그가 후계자로 여기던 손녀는 약물에 빠져 지내다 열일곱 살에 세상을 떠났다.

몇 년 뒤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손녀를 돌려받을 수 있다면 다 돌려주겠다."

이 사례가 불편한 이유는 하나다. 그는 돈 앞에서 서툰 사람이 아니었다. 230억짜리 회사를 손수 키운 사람도 4천억 원 앞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버는 힘과 받아 내는 힘은 같은 근육이 아니다.


당첨은 옆집이 됐는데 파산은 내가 한다

큰돈이 흔드는 건 당첨자 한 사람만이 아니다.

캐나다의 한 주(州)에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복권 당첨 기록과 개인 파산 기록을 맞대어 본 연구가 있다. 경제학자 수밋 아가르왈(Sumit Agarwal) 등이 2020년 금융 학술지에 실은 논문이다.

결과는 이렇다. 아주 작은 동네에서 누군가 복권에 당첨되면, 그 뒤 몇 년 동안 같은 동네 이웃들의 파산이 늘었다. 당첨금이 클수록 더 늘었다.

파산한 이웃들의 재산 목록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늘어난 건 자동차와 집이었다. 가구나 레저 용품 같은, 남의 눈에 잘 안 띄는 물건은 늘지 않았다.

옆집이 새 차를 뽑았으니 나도 뽑았다. 옆집이 집을 넓혔으니 나도 대출을 받았다.

복권은 옆집이 맞았는데, 빚은 내가 졌다.

큰돈은 받은 사람만 붕 띄우지 않는다. 그 사람을 보는 사람들의 발도 같이 띄운다.


돈 냄새를 맡고 오는 사람들

돈이 없을 때 사람 사이는 단순하다.

밥 한 끼 사는 일로 다투지 않고, 만나자는 말에 계산이 섞이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게 없으니 남이 나에게 바랄 것도 없다.

손에 큰돈이 쥐어지면 전화가 늘어난다.

오랜만이라는 전화, 좋은 투자처가 있다는 전화, 딱 한 번만 도와 달라는 전화. 이십 년 동안 소식 없던 먼 친척이 명절 인사를 보내온다. 사촌의 사돈이 사업 계획서를 들고 온다.

빌려주면 돌려받기 어렵고, 거절하면 원수가 된다. 둘 중 무엇을 골라도 사람 하나는 잃는다.

여기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돈이 생기니 사람들이 변했다.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다. 돈이 방에 불을 켰을 뿐이다. 어두울 때는 안 보이던 것이 다 보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불이 켜지면 나도 보인다. 다가오는 사람마다 속셈부터 재게 된다. 진심으로 오는 사람까지 의심한다. 그렇게 몇 해를 보내면 주변에 남는 건 돈을 노리는 사람과, 그들을 경계하느라 지친 나뿐이다.

돈의 반작용은 통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관계로 번지고, 마지막에는 마음까지 온다.


사주로 보면

사주에서 뜻밖에 크게 들어오는 돈을 편재(偏財)라 부른다. 시장의 돈, 정해지지 않은 돈, 한 번에 들어오는 돈이다.

편재는 혼자 오지 않는다. 그 돈을 나눠 갖자는 손이 따라온다. 그 손을 겁재(劫財)라 부른다. 겁재는 나와 같은 편의 얼굴을 하고 있다. 형제, 친구, 동업자, 오래된 지인. 남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이 내 몫에 손을 댄다.

편재가 들어오는 해에 일간(日干)이 단단한 사람은 그 돈을 기회로 쓴다. 일간이 약한 사람에게 같은 돈은 짐이 된다. 짊어질 힘이 없는데 짐이 크면, 짐이 사람을 깔고 앉는다.

그래서 같은 해에 같은 액수의 돈이 들어와도, 누구는 집을 사고 누구는 집을 잃는다.


노자가 적어 둔 두 줄

노자는 도덕경(道德經) 아홉 번째 장에 이렇게 적었다.

金玉滿堂,莫之能守
富貴而驕,自遺其咎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지켜 낼 사람이 없다. 부귀하면서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긴다.

노자는 돈이 나쁘다고 하지 않았다. 가득 찬 것을 말했고, 그 가득 참이 만드는 교만을 말했다. 지켜 낼 사람이 없다는 말은 도둑이 많다는 뜻만은 아니다. 가득 찬 집에서는 주인부터 정신을 잃는다.


빠른 돈과 느린 돈

빠른 돈은 사람을 흔들고, 느린 돈은 사람을 키운다.

느린 돈은 들어오는 동안 사람이 같이 자란다. 월급이 조금씩 오르는 동안 씀씀이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 돈을 빌려 달라는 사람을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잃어도 되는 돈과 잃으면 안 되는 돈을 가르는 법을 배운다. 수업료가 싸다.

빠른 돈은 그 수업을 건너뛴다. 시험지부터 받는다. 그것도 가장 어려운 문제부터.

느린 돈에는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천천히 부자가 되면 아무도 돈을 빌려 달라고 하지 않는다. 다들 그 사람이 부자인 줄 모르기 때문이다.


하늘이 보통 사람에게 벼락 같은 부를 내리지 않는 건 재앙을 막아 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위로로는 훌륭한 말이다. 다만 그 말을 하는 사람들도 대개 이번 주 복권은 산다.

그러니 복권을 사기 전에 두 가지만 떠올려 보면 된다.

당첨되면 내가 가장 먼저 전화할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나에게 가장 먼저 전화할 사람은 누구인가.

두 번째 질문에 떠오르는 얼굴이 많다면, 그 복권은 안 맞는 편이 낫다. 어차피 안 맞겠지만....
맞으면 ,,, 나눠달라!!! 슬롯 100개 사라 ㅋㅋㅋㅋ

♡ 좋아요 16
이 주제, 내 사주로

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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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9
  • Petros Nox·

    복권은 당첨된 적은 없지만 ㅋㅋ 방금 슬롯 50개 구입했습니다 ㅋㅋ

  • 망고젤리·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 사랑뽀·

    같은 직장에 로또 1등 당첨된 사람이 있는데 그냥 직장생활하시더라구요ㅋㅋ

  • 라비상트·

    ㅋㅋㅋㅋㅋㅋㅋ 돈이란게 많을수록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단 있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복권 당첨되면 여기부터 찾을게요ㅋㅋㅋ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맞으면 슬롯을 오조오억개 살랍니다..😂🙏

  • 키네시스·

    감사합니다

  • 초록빛의원천·

    파이프라인 공사 회사 예시의 버는 힘과 받아 내는 힘은 같은 근육이 아니다 라는 문장이 참 좋군요

  • 경갑·

    감사합니다

  • 랩·· (수정됨)

    당첨된게 들키면 피곤한거같아여... 근데 저정도 규모의 사업가까지 흔들다니 무섭긴 무섭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