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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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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나 괜찮아”를 너무 믿었다

여친과 주말에 하루 놀러 가기로 했다.

“숙소는 어디로 할까?”
“난 아무 데나 괜찮아. 네가 골라.”

좋은 여자 친구다. 취향이 나랑 잘 맞는다.

아직 아무것도 안 골랐지만,,,,
나는 바다를 보고 싶었다. 음. 여친 비키니 입은 모습이 보고 싶은것일수도 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본다.

바닷가 숙소 링크를 보낸다.

“여기 어때?”
“괜찮네. 근데 좀 멀지 않나?”

가까운 곳을 보낸다.

“여기는?”
“가깝네. 근데 쉬는 날인데 너무 동네 같은데.”

먼 곳은 멀고 가까운 곳은 가깝다.
멋진 표현력이다. 과연 내 여친이다. 그런데,,,

여친은 편인녀냐?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거냐?
사주 안줄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시주에 편인있나?

“그럼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말해봐.”
“아니, 난 진짜 아무 데나 괜찮아.”

아무 데나 괜찮은 사람에게 숙소 세 군데가 탈락했다.
이번에는 테스트 겸
아무거나 3개 던져 본다.
다 거절 당한다. 이유도 그럴듯하다.

여자 친구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보다 많이 안다. 사진을 보고 방음이 안 될 것 같다고 하고, 후기에서 주차장 이야기도 찾아낸다.

한 번 고를 때 생각하는 것이 많다. 돈을 더 쓰고 별로이면 아깝고, 싼 곳에 갔다가 잠을 못 자면 그것도 싫다.

그런데 자기 입으로 장소를 고르면, 나중에 불편했을 때 “네가 골랐잖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욕먹을까봐 저러는 걸까?

그래서 선택은 내게 주고 판단은 계속한다.
그런데 판단의 근거가 꽤 자기 중심적이다.
"나"는 사라진 느낌이다.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본인은 신중하다. 나는 검색 담당자가 된다.

생각이 많다는 것과, 상대가 결정할 수 있게 말해준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결국 내가 짜증나서 하나 예약한다. 전에 가봤던 곳이다.

여자 친구에게 말한다.

“여기로 잡았어.”
“거기? 좀 낡아 보이는데.”

그래,, 새로 지은 곳 혹은 인테리어 새로한 곳을 원한다고 했지?
사진이 잘 나온다고,,,,,, 사진찍으러 가는거냐?

“아무 데나 괜찮다며.”

드디어 내가 쓸 수 있는 말이 나왔다.
이 말 하고 싶어서, 계속 링크 던진거다.

사실 다른 후보도 있었다. 인테리어가 좋고, 사진 잘 나올곳도 있었다.
내가 심퉁을 부린거다.

상대가 모호해서 답답했지만, 그 모호함 덕분에 내 취향대로 고르기도 편했다. 사실 근처에 맛집이 많다고 했다.

여자 친구는 별로 기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맛집 이야기를 해줬는데, 맛집 인테리어를 물어본다.
그러면서 계속 호텔이 낡았다고 이야기한다.

“불편하면 취소할까?”
“아니야. 됐어.”

됐다는 말이 예약을 유지하자는 것인지, 이제 말을 하기 싫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말하기 싫다로 듣기로 했다. 휴대폰 알림을 꺼둔다.

놀러 가서도 이 표정이면 곤란하다.
놀러가는 거냐? 고문 당하러 가냐?

명리에서 인성의 생각과 검토가 많아도, 그것이 상대에게 쓸 수 있는 답으로 나오는지는 따로 봐야 한다. 머릿속에서는 장단점을 자세히 비교하면서 입으로는 “글쎄”만 내놓을 수 있다.

식상의 표현과 함께 관성의 기준·조절도 필요하다. 떠오르는 걱정을 모두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번 선택에 꼭 필요한 조건을 정리하는 것이다.

“차로 2시간 안쪽, 방이 조용한 곳. 사진 찍으면 잘 나올 곳, 예산은 20만원까지는 괜찮아.”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무엇을 찾고 무엇을 버려도 되는지 안다. 모든 숙소를 알아야 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물론 바로 답하지 못한다고 책임을 피하는 사람은 아니다. 정말 모르거나, 사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거나, 전에 의견을 냈다가 핀잔을 들어 말을 아낄 수도 있다.

불확실하면 불확실한 부분을 말하면 된다.

“금요일에 일정이 나와. 그날 저녁까지 답할게.”
왜 이렇게 말 못하냐?
어디서 말하는 법 배운거냐?

확실한 척하는 것보다, 무엇이 아직 미정인지 알려주는 편이 덜 헷갈린다.

여자 친구에게 다시 묻는다.

“이번에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야?”

잠깐 생각하더니 말한다.

“온천. 따뜻한 물에 좀 들어가고 싶어.”
"노천 온천에서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느끼고 싶어"
이건 사진 찍고 싶다는 것 같은데,
노천이면 비키니를 입고 갈것 같은데,

“그걸 진작 말하지.”
내가 예약 취소할께 ...

온천이 있는 숙소를 찾는다. 여자 친구가 이번에는 먼저 링크를 보낸다.

“여기 가자. ”

정확하다. 예약까지 자기가 하겠단다.

잘됐다. 이제 검색 안 해도 된다.

지도를 확대해본다. 아니.... 외딴 곳인데, 맛집은 머네

내가 답한다.

“괜찮네. 근데 다른 데도 좀 볼까?”

“왜?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아니, 나는 아무 데나 괜찮아. 너만 좋으면 그걸로 된 거지. 그런데 노천 온천이면 남녀 혼탕이니? 비키니는 준비하니? 없으면 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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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 내 사주로

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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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4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아...ㅋㅋㅋ 이런 연인이라면..... "자기야, 그냥 가지말자. 그 동안 즐거웠..."(먼산⛰️)

    • sean·

      ㅎㅎㅎ 이런 여자 많이 만나봤습니다. 경험담....... 절대 답은 이야기 하지 않지만, 아무거나라고 답하는 분 ㅋㅋㅋ 그 아무거나는 그 분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완벽한 어떤 ...ㅋㅋㅋ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 연애할때 답답하셨을 듯요. (스무고개 ST)

  • 익명.·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