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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친 인간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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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할게”보다 어려운 것은, 정말 안 하는 것이다

동창 모임의 총무를 맡았다.

처음에는 식당 하나 예약하면 되는 줄 알았다.

누구는 주차가 편해야 하고, 누구는 고기를 안 먹고, 누구는 회를 안 먹고, 누구는 둘 다 먹는데 비싸면 안 온다.

메뉴보다 친구들이 어렵다.
친구인가 왠수인가 , 잠시 생각해본다.
남자 놈들이 왜 이리 까칠하지?
그냥 주면 먹지?

겨우 예약하면 메시지가 온다.

“내 친구 한 명 데려가도 되지?”
“어. 회비는 같이 보내줘.”
“에이, 우리 모임 처음 오는 사람인데 네가 좀 봐줘.”

왜 친구를 데려와? 여자인가? 여자면 ,,,그 여자분 친구도 데려오던가?
그게 아니면?
내가 봐주면 식당에서도 봐주는 줄 아냐고 이야기해야 한다.
남자는 많이 먹는다고 이야기해야 겠다.

그래도
빠진 회비는 내가 먼저 채운다. 나중에 받으면 되니까.

나중에는 돈 대신 말을 받는다.

“곧 보낼게.”
“너는 돈 가지고 너무 정확해.”

정확하다는 말이 꼬치꼬치 따진다, 쪼잔하다는 말처럼 들리는 것은 내 착각일까?

부정확하게 낸 사람에게 정확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모임은 평가 기준이 독특하다. 그래도 끼리 끼리 모인다고, 나도 뭐 할 말은 없다.

그래도 내가 잘하면 달라질 줄 알았다. 공지도 자세히 쓰고, 입금표도 만들었다. 엑셀로 정리해서 올렸다.
책임감 하면 또 나 아니더냐?

그랬더니 질문이 더 왔다.

“공지 너무 길어. 그래서 몇 시야?”

맨 위에 굵게 써놨다. 핀도 꽂아 놨다.

휴대폰을 보며 욕하다가 다시 답한다. 내가 안 하면 이놈들은 아무것도 못 하니까. 왜 나는 이런 장애인들하고 노는 거지?

그런데 그 생각이 조금 좋기도 했다.

모임이 끝나면 다들 나를 찾았다. 장소는 내가 정했고, 날짜도 내가 골랐다. 내가 예약한 자리에서 사람들이 웃으면 흐뭇했다.
나는 오지라퍼지만, 일은 잘하지, 그렇게 위로하면서 참고 진행한다.

나는 고생만 하는 줄 알았는데,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분과 작은 결정권도 받고 있었다. 그 결정권은 권력이다.
권력의 맛은 너무 달콤하다.
가끔 혼낼수도 있다.
예전이면, 함부로 못했던, 친구에게도 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만둬”라는 말은 쉽게 들리지 않았다. 일을 놓으면 내 자리도 같이 없어질 것 같았다.

친구가 또 자기 손님 회비를 빼달라고 했다.

“이번에도 네가 내달라는 거야?”
“너 요즘 왜 이렇게 까칠해졌냐.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

예전에는 내 돈이 덜 빠졌지. 그러나 하이닉스가 빠졌다고 이놈아!!!

길게 설명하려다 짧게 답한다.

“그 사람 회비는 네가 보내줘. 그리고 다음 모임부터 총무는 다른 사람이 맡아.”

“에이, 삐졌네.”
너한테 삐진건 아니고, 증권계좌가 녹은것일 뿐, 그러나 주식의 신이라고 평소에 자랑하고 다녔던것 때문에 말을 못한다.

안 삐졌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다시 예약하면, 총무 임기가 연장된다.

상대가 인정해줄 때까지 설명하는 동안, 일은 계속 내 쪽에 남아 있다.

미리 낸 돈은 받고, 남은 회비와 예약 내용을 정리해 넘긴다. 그만둔다고 해놓고 다음 식당까지 알아봐주지는 않는다.

명리에서 비겁은 함께하고 힘을 보태는 작용이지만, “우리 사이에”라는 말이 서로의 몫을 흐리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친하다는 이유로 비용을 떠넘기는 쪽과, 내가 더 감당해야 관계가 유지된다고 믿는 쪽이 만나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관성의 책임도 맡은 일을 끝없이 늘리는 것만은 아니다. 맡은 범위를 정리하고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책임이 있다.

다만 모든 관계에서 바로 나가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도 있고 가족도 있고, 이미 맡은 일도 있다. 관계 전체를 끊기 전에 내가 계속 대신하던 일부터 멈출 수도 있다.

"나 이제 총무 그만할래, 다른 사람이 맡는걸로 하자!"

그날 단톡방은 잠깐 조용했다.

조금 통쾌했다. 이제 내 소중함을 알겠지.

5분마다 들어가 본다.

누가 나를 붙잡을까. 누가 대신하겠다고 나설까. 아무도 못 하면 결국 나한테 부탁하겠지.

총무는 그만뒀는데 반응 확인 업무는 새로 생겼다.

내가 빠지는 목적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아직 상대의 반응을 기다려야 한다.

며칠 뒤 다른 친구가 총무를 맡았다.

공지 세 줄을 올렸다. 참석할 사람은 눌러달라고 했다. 회비 안 낸 사람은 예약 인원에서 뺀단다.

다들 잘 누른다. 입금도 빠르다.

나는 그렇게 설명했는데.

누군가 말했다.

“이번에는 간단해서 좋네.”

기분이 좀 이상하다. 간단하게 했더니 잘되는 것도 이상하고, 내가 그렇게 못했나 싶어서 더 이상하다.

이번 모임은 안 가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한 번도 못 잡았던 곳에 예약했단다. 새 총무가 사진을 올렸다.

주차장도 넓다.

도대체 어떻게 잡았지?

회비를 보내고 참석을 누른다.

이제 편하게 가서 먹기만 하면 된다.

잠시 뒤 질문이 올라온다.

“아이 데려가도 돼?”

답을 알고 있다. 그 식당은 내가 먼저 전화해봤다.

손가락이 움직인다.

“거기는 아이가……”

쓰다가 지운다.

새 총무가 답한다.

“가능해. 자리도 따로 준비해준대.”

나한테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노무 사장시끼가? 나를 무시해?

식당 전화번호를 찾아보면서,
메세지 보낸다.
"나 맞선 상대 거기서 만나도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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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 내 사주로

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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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1
  • midori☘️·

    ㅎㅎ뭔가 총무분 심정이 너무 잘 이해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