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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친 인간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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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만이라더니, 내 거절은 몇 잔째냐

친구들과 만나서 오늘은 술을 안 마시겠다고 했다.

“왜? 어디 아파?”
“아니. 그냥 안 마시려고.”
“그럼 한 잔은 괜찮네.”

어디가 안 아프면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건강한 사람은 거절권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메트로니다졸 항생제 먹었다고 했어야 하는데...

“오늘은 안 먹어.”
“반 잔만. 건배는 해야지.”

한 잔을 거절했더니 반 잔이 됐다. 다음에는 소주잔 바닥만 적셔줄 것 같다.

그런데 양이 줄었다고 부탁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내가 안 하겠다는 것을 하게 만들려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친구가 웃으며 잔을 내민다.

“너 원래 잘 마시잖아. 오늘 왜 이렇게 빼?”

이 말은 좀 걸린다.

못 마시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마음먹으면 이놈보다 토하고 개꼬장 부리는 것 볼 수 있다. 단지 허리도 예전 같지 않고, 남자 엎고 싶지 않고, 저 인간 더 돼지 된 것 같을 뿐이다.

술을 안 먹겠다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주량을 증명하고 싶어진다.

친구는 잔 하나를 내밀었는데 나는 자존심까지 올려놓으려고 한다.

“나 못 마셔서 안 먹는 거 아니야.”
“알지. 그러니까 한 잔만 하자고.”

내가 열심히 설명한 말이 다시 술을 권할 근거가 됐다.

저 친구는 원래 인성이 나쁜 놈인가?
저 인간 회사에서 욕 많이 먹겠네...

뜬금없이 물어본다.
"너 후배들이 안피하니?"

아니, 후배들이 나 좋아하는데, 자주 같이 술 먹는데..

역시 인간은 자기를 너무 모르는 구나

물론 나랑
같이 마시고 싶은 마음은 있을 것이다. 혼자 취하기 싫을 수도 있고, 예전처럼 놀고 싶을 수도 있다. 또 내가 좀 말도 잘하고, 재미있고, 위로도 잘하고,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긴 하지

그런데 자기 아쉬움을 해결하려고 내 결정을 계속 깎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친하고 싶은 마음과 내 말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은 함께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마음속 악의를 밝혀낼 필요는 없다. 지금 하는 행동을 보면 된다.

“한 잔도 안 마실 거야. 더 권하지 마.”
정색하고 말해 본다.

친구가 잠깐 멈춘다.

“알았어. 진작 그렇게 말하지.”

진작 말했다. 넌 술 몇잔 마시고 벌써 알코올성 기억 상실증이니? 한 잔 전에도, 반 잔 전에도 한 이야기는 어디로 간것?

그래도 잔을 치웠으니 됐다. 사과문까지 받아내려고 하면 , 고기가 식는다.

반대로 이 말을 듣고도 몰래 따라주거나, 다른 친구들까지 불러서 유난 떤다고 몰아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거절을 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 여럿이 밀면 바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명리에서 비겁은 함께하는 즐거움으로도, 서로 밀리지 않으려는 경쟁으로도 작용한다. 같이 한잔하자는 마음이 “너만 빠지면 되냐”로 바뀔 수 있고, 안 마시려던 사람도 “내가 너보다 못해서 그러냐”며 잔을 들 수 있다.

술맛이 좋아서 마시는지, 만만하게 보이기 싫어서 마시는지 나도 봐야 한다.

관성의 기준과 조절은 내가 정한 범위를 지키는 데도 쓰인다. 거절 사유를 상대가 인정해줘야만 유효한 것으로 만들면, 상대는 계속 이유를 심사할 수 있다.

내일 일정이 없으면 되는가. 반 잔이면 되는가. 이번에만 하면 되는가.

나는 술을 안 마시려는데, 상대는 내가 마실 수 있는 조건을 찾고 있다.

내가 여자도 아니고, 나 술먹여서 뭐가 좋은거지?
저놈의 성취향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서운 화면이 그려진다.

물론 질문 한 번 했다고 사람을 끊을 일은 아니다. 이유가 궁금할 수도 있고, 처음에는 가볍게 권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분명히 거절한 다음에도 계속 빈틈을 찾느냐는 것이다.

그 친구는 더 권하지 않았다.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고기도 구워줬다.

술을 안 먹으면 분위기가 깨질 줄 알았는데, 고기는 똑같이 맛있다. 내가 맨정신이라 그런지 누가 많이 집어가는지도 잘 보인다. 게다가 경쟁에서 이기기 쉽다. 남들 건배할때, 난 고기 한점 더 먹는다. 이게 내가 술을 안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고기 비싸고 맛있다.

잠시 뒤 매운 비빔면이 나왔다.

다른 친구가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나는 매운 거 못 먹어.”

이 집 비빔면은 별로 안 맵다. 나도 처음에는 못 먹었는데 이제는 잘 먹는다. 그때의 나는 약했다. 맵질이였다. 불닭면으로 특훈을 해서, 지금은 제법 강하다.

“이 정도도 못 먹어? 한 젓가락만 먹어봐.”
"니가 한국인이니?"
“안 먹을래.”
“고기랑 같이 먹으면 안 매워.”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나는 이 친구가 맛있는 것을 놓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맵질이를 놀리는 악취미가 있는것은 안 비밀이다.

아까 술을 권하던 친구가 나를 본다.

“너도 그만 권해.”

술하고 비빔면은 다르지 않나???
술은 건강에 나쁘고, 매운것은 건강에 좋지 않냐?

여기 맛있는 건 내가 더 잘 아는데.

젓가락으로 아주 조금 집는다.

“그럼 이것만. 진짜 안 매워.”
"이거 먹고, 우유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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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 내 사주로

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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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1
  • midori☘️·

    ㅋㅋㅋㅋㅋㅋ 그냥 웃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