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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친 인간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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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 :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어디를 찌르면 아픈지도 안다

승진해서 친한 사람들에게 밥을 산다고 해보자.

“이야, 네가 팀장이 됐어? 회사에 사람이 그렇게 없냐?”

다들 웃는다. 나도 웃는다.

웃어야 한다. 내가 돈 내는 자리에서 표정까지 구기면 너무 이중으로 손해 본다.

게다가 나는 팀장이다. 삭막한 표정을 억지로 웃는 표정으로 교체하려니까, 얼굴에 쥐가 난다. 그래도 팀장인데,,, 살기를 누르면서, 더 활짝 웃어준다.

그 친구가 한마디 더 한다.

“농담이야. 요즘 운이 좋네.”

농담이라고? 그럼 운이 좋다는 뭐냐?
빽이 좋았나 보네 그런 이야기는 안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몇 달간 준비한 일은 사라지고 운 좋은 사람이 됐다. 축하하러 온 줄 알았는데 내 성과에서 거품을 빼러 왔나 보다.

그래도 오래된 친구다. 예전부터 말은 저따구로 했다. 사람이 솔직해서 그렇지, 나쁜 뜻은 없겠다 라고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해줬다.
그러나 속이 뒤틀리는 것은 내가 느껴도 되는것 아니냐?

솔직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해석을 좋게 해줘야 한다. 본인은 말을 편하게 하고, 뒷정리는 내가 한다. 그래야 성숙한 인격체로 보인다.

메뉴를 고르는 동안 질문이 이어진다.

“연봉은 얼마나 올랐어?”
“집 대출은 아직 있지?”
“그럼 한 달에 얼마 남아?”

축하 자리에 왔는데 대출 심사가 시작됐다.

"부하들은 니말은 듣니?"
"너 일은 잘한다고 하지만, 관리는 완전히 다른데"

간신히 대출 심사를 통과하니, 관리 능력 평가로 변한다.
승진하기 전에 평가하지 그랬니?
니가 인사권자가 아닌게 정말 다행이다.

대충 웃고 넘기니 이번에는 또 다른 회사 이야기를 묻는다.

“네 위에 있던 사람은 왜 못 올라갔대?”
“누가 그랬어?”
“정확히 뭐라고 했는데?”

내가 들은 말을 옮기려다가 멈춘다. 남의 이야기를 해야 내 승진이 좀 더 대단해 보일 것 같았다. 나도 입이 근질거린다.
간지럽지만, 이 놈에게는 말하면 안된다. 5초뒤에 화장실에서 나 뺀 단톡방에서 다 떠들거다. 게다가 이놈 특기 "출처를 잘 밝힌다."
내가 누구가 승진턱 내는 자리에서 직접 들은건데로 시작할게 뻔하다.

오늘 분위기 좋다고 내일 해명할 말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다.

“그건 내가 잘 몰라.”
"나는 남 이야기 관심없어, 일만 열심히 하다보니까, 승진한거야"
이 이야기를 하니까 속이 시원하다.

친구는 무표정으로 고기를 뒤집는다.

35초 뒤 자기 부탁을 꺼낸다.

“네가 이제 팀장이니까 우리 회사 제안서 좀 봐줄 수 있지?”

아까는 회사에 사람이 없어서 운이 좋아 된 팀장이었다. 제안서를 봐줄 때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느낌이다.

그런데, 우리 부서쪽 일이 아니다. 내가 택배냐? 아니면 간첩이 되란 말이냐?

“우리 부서 일이 아니라서 어려워.”

젓가락질만 한다. 조금 전까지 질문이 그렇게 많더니.

시무룩해보여서, 내가 너무 했나? 나도 맘이 좀 약해진다.

밥을 먹고 밖으로 나오자 친구가 따로 말한다.

“아까 기분 나빴어? 남들은 다 좋은 말만 하잖아. 나는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이제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뭐가 고마운거지?

밥 사고, 깎이고, 감사 인사까지 하면 오늘 할 일은 다 하는 건가.

물론 농담이 서툰 사람도 있고, 돈이 궁금한 사람도 있다. 질문이 자세하다고 전부 내 약점을 수집하는 것도 아니다. 기분이 나빴다는 사실과 상대가 나를 해치려 했다는 판정은 다르다.

다만 싫다고 말한 뒤에도 같은 농담을 반복하는가. 내 사정을 다른 자리의 구경거리로 쓰는가. 부탁을 거절하면 다정함이 사라지는가. 이것은 실제 행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니 확인해야 한다.

명리에서 비겁은 함께하는 힘으로도, 서로 비교하며 겨루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같이 고생할 때는 편했던 사람이 내가 먼저 올라가면 불편해질 수 있다. 가까웠다는 사실이 경쟁심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상관의 지적도 무엇을 위해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내가 고칠 일을 구체적으로 짚는 것과,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둘 다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줄 필요는 없다.

“내가 고칠 게 있으면 따로 말해줘. 사람들 앞에서 그런 농담은 안 했으면 좋겠어.”

이 말을 듣고 조절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예민해졌다며 내 문제로 돌리는 사람도 있다. 그다음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부탁을 받을지 정하면 된다.

오래 알았으니 전부 믿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불편했으니 모든 기억을 악의로 고쳐 쓸 필요는 없지만, 이 놈은 아니다.

다음 모임에서는 그 친구를 빼겠다고 생각했다.

3일 뒤 새 명함이 나왔다. 직함이 제법 멋있다.

책상도 좋은 걸로 바뀌었다. 컴퓨터도 업그레이드 되고, 폰도 폴드8을 지급 받았다.

왠지 그 친구가 봤으면 좋겠다.

다음 식당 링크를 보낸다.

“여기 비싼데?”

“괜찮아. 나 연봉 많이 올랐잖아.”

아까는 왜 내 돈을 캐묻느냐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알려준다.

그 친구 표정을 한번 보고 싶어서...

바로 쇼핑몰에 들어가서, 명품 명함 지갑을 산다.

에르메스 명함 지갑에서 꺼내는 명함 ... 캬 캬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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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 내 사주로

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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