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돈으로 바꾸려다가, 취미에 쓸 돈부터 늘었다
친구가 카메라를 샀다.
주말마다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표정이 진지해졌다.
“취미도 돈이 되는 걸 해야 한대.”
누가 그러냐고 물었다. 팔랑귀네,,, 속으로만 생각했다.
성공한 사람이 유투브 영상에서 그랬단다.
그 사람은 취미로 영상을 찍었을까.
일단 친구 덕분에 조회수는 하나 올랐다. 광고비도 벌었겠지.
친구는 음식 사진으로 돈을 벌기로 했다.
동네 식당의 메뉴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다.
괜찮은 생각 같았다.
본인 아이디어는 아닌것 같긴 하다.
“그래서 식당에 물어봤어?”
“아직. 렌즈가 좀 부족해.”
렌즈를 샀다.
조명도 샀다.
음식 밑에 깔 배경지도 샀다.
취미로 돈을 벌겠다고 했는데, 아직은 친구의 취미로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고 있었다.
같이 국밥을 먹으러 갔다.
친구가 가게를 둘러봤다.
“여기는 회전율이 좋네.”
“메뉴를 줄여서 효율을 높였어.”
“이 정도면 월매출이…….”
국밥 두 그릇을 기다리는 동안 손익계산서가 나왔다.
임대료는 모른다.
직원이 가족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순이익까지 나왔다.
사장님은 친구가 계산한 만큼 벌고 있는지 궁금했다.
말해주면 사장님도 좋아하실 것 같다.
사장님이 친구랑 동업하자고 하면 어쩌지?
나는 돈 탄다고 할까?
“저 메뉴판 사진, 네가 찍으면 더 잘 찍겠다.”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빛을 잘못 썼어.”
왠지 전문가의 필이 느껴진다.
“그럼 한번 물어봐.”
갑자기 국밥을 먹는다.
아까부터 식고 있었는데, 지금은 뜨거워서 말을 못 한단다.
남의 가게가 돈 버는 방식은 설명할 수 있다.
내가 돈 받겠다는 말은 어렵다.
명리에서 식상의 재주와 표현이 활발하면, 새로운 구상을 하고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이 즐거울 수 있다.
이 각도면 더 낫겠다.
배경을 바꾸면 맛있어 보이겠다.
내가 하면 다르게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재주가 재성의 실제 거래로 이어지려면, 내 마음에 드는 결과물 밖에서도 확인할 것이 생긴다.
사장님은 새 사진이 필요한가.
어디에 쓸 것인가.
얼마까지 쓸 생각인가.
수정은 어디까지 해줄 것인가.
잘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누군가 돈을 내고 맡길 이유가 있다는 것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친구에게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돈을 받겠다고 했다가 거절당하면, 취미로 쌓아온 자신감까지 평가받는 기분일 것이다.
렌즈는 돈만 내면 나를 받아준다.
고객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준비할때는 편하다. 준비할때는 기분도 좋다.
새 장비를 살 때마다 사업에 가까워지는 느낌도 든다.
통장은 반대 방향으로 가지만.
그렇다고 사진을 꼭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말에 나가서 마음에 드는 한 장을 찍고 기분이 좋았다면, 그것으로 취미의 몫을 다 했을 수도 있다.
모든 즐거움에 매출 목표를 붙이면.
쉬러 시작한 일에서도 월말 실적이 부족해진다.
친구는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는 아는 카페 사장님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사장님이 물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 음료도 찍어줄 수 있어요?”
드디어 고객이 생겼다.
친구가 견적을 보냈다.
잠시 뒤 답이 왔다.
“예산이 조금 부족해서요.”
친구가 내게 전화했다.
“사람들이 사진의 가치를 몰라.”
"그래서 예술가는 배고픈가봐"
아직 한 명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사람들이 됐다.
어느새 본인은 배고픈 예술인이 되었다.
그런데 배는 나도 고프다.
얼마 전에는 그 카페 커피가 비싸다고 했다.
원두값이 얼마인데 이 가격을 받느냐고.
내 가격에는 전문성이 들어간다.
남의 가격에는 원재료만 들어간다.
그래도 이야기를 더 해보니 사장님이 필요한 것은 친구가 준비한 것보다 간단했다.
대형 광고용 사진이 아니라 배달 메뉴에 넣을 음료 사진 몇 장이었다.
촬영 범위를 줄여 다시 이야기했다.
작은 일이 하나 잡혔다.
친구는 신이 났다.
“역시 일단 해봐야 해.”
맞는 말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고객과 이야기했고, 무엇이 필요한지도 들었다.
그런데 잠시 뒤 쇼핑 링크가 왔다.
“이 조명 있으면 결과물이 훨씬 좋아질 것 같은데.”
촬영비보다 비쌌다.
내가 물었다.
“지금 있는 걸로는 못 찍어?”
“찍을 수는 있지. 그래도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제대로 해야지.”
좋은 마인드다. 나도 앞으로 결혼사진, 아이 돌 사진, 내 환갑사진 부탁해야겠다.
살 때마다 이유가 발전한다.
전에는 취미니까 샀다.
이번에는 일이니까 산다.
며칠 뒤 친구가 배우자에게 했다는 말을 전해줬다.
“이제 장비 산다고 뭐라 하지 마. 수익 활동이야.”
"투자없이 어떻게 돈을 벌어?"
이제 당당하게 지 취미에 돈 쓸수있게 된것 같다. 어.... 똑똑한데?
아직 촬영비는 들어오지 않았다.
조명은 내일 도착한다.
그래도 알게 모냐?
회사 짤려도 기술로 먹고 살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