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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친 인간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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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전송을 안 누른 것이었다

친구가 회사 단톡방을 보여줬다.
동료가 친구의 제안서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친구의 답장은 짧았다.

“확인해볼게요.”

놀랐다.
예전 같으면 ‘확인’ 뒤에 상대의 업무 능력을 확인하는 질문이 열두 개쯤 붙었을 것이다.

“너 성격 많이 좋아졌다?”

친구가 메모장을 열었다.
반박문이 있었다.
스크롤을 내려도 계속 나왔다.

“안 보냈을 뿐이야.”

성격이 좋아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회사 서버에 남길 자료는 줄었다.

조금 나아졌다는 것이, 예전의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친구는 요즘 자기가 발전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직도 지적받으면 기분이 나쁘다.
동료가 칭찬받으면 배가 아프다.
일하기 싫은 날도 많다.

"너 인간이구나, 너 인간 아닌줄 알았는데.."

성숙한 사람은 이런 감정이 안 생기는 줄 알았단다.
야... 남자에게 성숙이란 없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럼 제안서는 어떻게 했는데?”

동료에게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물었다고 한다.
예산이었다.
고객이 정한 한도를 넘겼다.

확인해보니 맞았다.

메모장에 써놓은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이라는 문장이 조금 민망해졌을것 같긴 하다.
누구의 이해도인지 주어를 바꿔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인정했어?”
“수정하겠다고 했지.”

그 정도면 전보다 달라진 것 아닌가.

예전에는 왜 그 예산이 필요한지부터 설명했을 것이다.
설명이 길어지면 고객이 돈이 없는 것까지 고객의 잘못이 된다.

이번에는 숫자를 고쳤다.
기분까지 좋아진 것은 아니다.
맞는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는 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인간이니까,, 인간미가 넘치네

그래도 숫자는 고쳤다.

명리에서 식상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결과물로 내놓는 작용으로 볼 수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 설명하고,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는 힘이다.

그런데 그 힘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장면이 달라진다.

제안서의 부족한 부분을 고칠 수도 있고.
내 제안서가 부족하지 않다는 설명을 끝없이 만들 수도 있다.

둘 다 말을 잘한다.
퇴근 시간은 달라진다.

여기에 비겁의 경쟁심이 붙으면, 내용보다 누가 누구를 지적했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맞는 말인가.
그것부터 보면 되는데.

쟤가 나보다 일을 잘하나?
입사도 늦게 한 놈이.
지난번에는 자기도 틀렸으면서.

갑자기 예산 검토에 동료의 지난 3년이 참고 자료로 들어온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일과, 지금 일을 제대로 끝내는 일은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반박하지 않는 사람이 무조건 성숙한 것은 아니다.

말해도 소용없어서 입을 닫았을 수도 있다.
이미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배가 고플뿐일수도 있다.

친구가 달라진 부분은 참았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다.
기분이 나쁜 와중에도 실제로 확인하고 수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는 별다른 축하가 없다.

고객이 말하지 않는다.
“오늘 자존심보다 업무를 선택하셨군요. 성장하셨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첨부파일이 안 열리는데요.”

성장한 사람이 파일을 다시 보낸다.
성장한 사람도 입으론 욕할 수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 숙성된 분인데 욕 잘하지 않나?

친구가 기대한 발전은 좀 더 멋있는 것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유 있게 웃고.
중요한 순간에 짧은 한마디를 하고.
회의실 사람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그러나 그건 니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것 꾹 참았다.

실제로는 아직도 속으로 욕한다. 당연하지, 성인군자도 욕하는데
다만 욕하는 동안에도 파일 형식은 바꿀 수 있게 됐다.

그것도 변화다.

배우고 받아들이는 인성의 작용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자료를 많이 모으는 것뿐 아니라, 새로 확인한 내용으로 기존 판단을 고칠 수 있는지도 보는 것이다.

예전에는 다른 의견을 들으면 생각했다.
저 사람은 뭘 모르는구나.
저 인간 뭐 모르면서 말은 많네
저 새끼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이제는 가끔 한 번 더 확인한다.
내가 못 본 것이 있나.

물론 확인하고 나서도 상대가 틀렸을 수 있다.
그때는 근거를 말하면 된다.
확인하는 동안 이미 내 패배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나 좀 달라졌네.”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약간 성숙해보인다. "**님의 성숙도가 1 올랐습니다. "

그때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까 그 동료였다.

“제안서 수정됐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친구의 표정이 바뀌었다.

“수정됐다고?”
“누가 수정했는데?”
“지가 한 것처럼 써놨네.”

조금 전까지 확인했던 성장이 잠깐 자리를 비웠다.

친구가 메시지를 쓴다.
세 줄쯤 쓰다가 지운다.
다시 쓴다.

“제가 예산과 실행 일정을 수정했습니다. 변경한 부분은 노란색으로 표시했으니 확인해주세요.”

싸우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자기 일을 지우지도 않았다.

내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되네.”

친구도 만족한 것 같았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 다시 화면을 켰다.

아직 답장이 없다.

한 번 더 본다.
읽은 사람은 늘었다.

“부장님도 읽으셨는데.”

나는 물었다.
“확인하면 된 거 아니야?”

친구가 대답했다.

“그래도 내가 깔끔하게 처리한 건 아셔야지.”

잠시 뒤 내게 묻는다.

“아까 내가 보낸 말, 좀 어른스럽지 않았냐?”

그렇다고 해줬다.
너 많이 늙었다고 이야기해줬더니, 커피 나보고 사라고 한다.
야 그거 칭찬인데,

그럼 어른이라고 해줄테니, 술사라고 했다.
어차피 오늘 진짜 어른인지 확인 전에는
집에 안 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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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 내 사주로

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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