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만드는 게 좋다고 했지, 수정하는 게 취미라고는 안 했다
친구가 영상 일을 시작했다.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작은 제작사에 들어갔다.
월급은 줄었다.
그래도 좋다고 했다.
“돈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대표가 그 말을 아주 잘 기억했다고 한다.
월급 이야기만 나오면 녹음기 틀어서다시 들려줬다.
“처음부터 돈보다 일이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면접 때 한 문장이 이렇게 오래 재방송될 줄 몰랐다.
어째 상업용으로 만든 영상보다 조회수가 높은 것 같다.
밤 10시에 수정 요청이 왔다.
“조금만 더 감각적으로 해주세요.”
감각적으로 했다. 감각적이란 표현은 정말 정밀한 표현인것 같다.
어디든지 쓸 수 있다.
그래서 자기 감각대로 했다.
이번에는 너무 튄다고 한다.
50대 중년 아자씨 감각인가?
차분하게 했다.
이번에는 힘이 없다고 한다.
힘이 없으면 비아그라를 먹으라고 속으로 욕하면서,,,
처음 버전 파일 이름을 바꿨다.
‘최종_진짜최종_감각수정 버전7.’
대표가 답했다.
“이제 좋네요.”
대표는 치매임이 분명하지만,,,
그건 알빠 아닌것 , 잘 시간이다.
감각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시계는 새벽 2시로 갔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그 일의 모든 조건까지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넌 이것도 모르니? 친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힘들면 다른 곳도 알아봐.”
진심으로 친구에게 조언했다.
표정이 어두워진다.
“이제 겨우 이쪽 일을 시작했는데.”
“여기 나가면 다시 예전 일 해야 할 것 같아.”
영상 만드는 일은 좋아한다고 한다. 아직도??? 짜식 진짜 좋아하나 보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하면 안되는데,,,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놈은 어느새 그 일을 계속하려면 이 대표에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편집 프로그램을 켜는 사람은 많은데.
미래를 밝혀주는 버튼은 대표님만 가진 것 같다.
명리에서 식상은 자기 재주를 표현하고 결과물로 만드는 작용으로 읽는다.
만드는 일이 즐거우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다.
하지만 식상의 재주와 의욕이 있다고, 그것이 재성의 현실적인 대가로 잘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상은 계속 완성된다.
포트폴리오도 늘어난다.
그런데 생활은 점점 어려워진다.
빛을 줄 대표님이 치매라서 그런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행복하지?”
사장님 싱글벙글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사장님은 자기는 돈을 아끼는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사장님도 좋아하는 일을 해서, 기분이 좋은것 같다.
행복한 부분은 있다,,, 몰래 회사 설비로 편집할때,,,
월세 낼 때는 그 부분이 잘 안 보인다.
관살의 평가와 압박이 크게 걸리는 장면에서는 결과물보다 평가하는 사람의 반응이 먼저 신경 쓰일 수 있다.
이 장면이 좋은가보다.
대표님이 좋아하실까?
대표님이 새벽 몇시면, 뭘 보내도 오케이하더라?
수정이 필요한가보다.
싫다고 하면 다음 일을 안 주실까???
처음에는 영상을 잘 만들고 싶었다.
요즘은 답장에 마침표가 붙었는지부터 본다.
“좋아요!”
안심한다.
“좋아요.”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것 같다.
느낌표 하나가 내 행복과 수면시간을 결정한다.
내가 원하는 일과, 그 일을 할 기회를 주는 특정 사람을 같은 것으로 묶으면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당장 그만두면 모든 것이 풀린다는 뜻은 아니다.
월급이 필요할 수 있고, 옮길 곳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부당한 요구의 책임이 참은 사람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허락은 아니다.
다 아는 당연한 이야기해서 진짜 미안한데,
알면서도 깨닿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
그래도 ,, 다만,, 다만,,
다만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나누어볼 수 있다.
나는 영상을 계속 만들고 싶은가?
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은가?
이 대표에게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가?
친구는 처음 두 가지는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세 번째에서 조금 오래 생각했다.
대표가 가끔 말한다.
“이런 건 역시 자네가 잘해.”
그 말을 들으면 지난주에 화났던 일이 잠깐 작아진다.
다른 사람은 못 하는 것을 내가 해냈다.
나는 인정받을 사람을 잘못 고른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인정받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린다.
어느 날 친구가 수정 횟수를 세어봤다.
한 영상에 14번이었다.
그중 몇 번은 자기 실수였다.
몇 번은 요청한 방향이 바뀐 것이었다.
나머지는 처음 것으로 돌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번에는 말했다.
“처음 요청과 달라진 부분은 일정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보내고 나니 심장이 뛴다.
너무 세게 말했나.
마지막에 웃는 이모티콘이라도 붙일까???
대표에게 답이 왔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너무 계산적으로 보시네요.”
....... 이젠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친구가 메시지를 오래 봤다.
좋아서 시작했다.
그래서 공부했고.
장비도 샀고.
월급도 줄여서 들어왔다.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미 낸 비용은 많은데.
그 말이 나올 때마다 더 내야 하는 것 같다.
그날 밤 이력서를 열었다.
다른 제작사 공고도 저장했다.
당장 나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 말고도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보려는 것이다.
그때 대표의 메시지가 왔다.
“이번 건 중요한 고객이라 자네한테 맡기고 싶어요. 역시 믿을 사람이 자네뿐이네요.”
친구가 내게 화면을 보내왔다.
“그래도 내 실력은 인정하시는 것 같지?”
나는 답장을 쓰다가 얼른 지웠다.
친구는 이미 새 파일을 열었다.
이력서는 ‘내일 수정 예정’으로 저장했다.
고객 영상은 ‘오늘 진짜 최종’으로 저장했다.
나도 친구에게 새롭게 메세지를 작성했다.
"니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돈 생각하지 말고 끝까지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