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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친 인간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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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못 빌려준다더니, 면접 날 아침에는 전화가 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째 일을 구하고 있다.
친구에게 연락했다.
이번 달 생활비가 조금 부족하다고 했다.

친구가 한참 뒤 답한다.
“미안해. 나도 이번 달에는 어려워.”

서운하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습관처럼 친구의 프로필을 눌러본다.
여행 사진이 있다.
고기 먹는 사진도 있다.

저럴 돈은 있네.

사진 날짜는 작년이다.
그래도 일단 서운하니 작년 지출까지 검토한다.
친구의 우정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며칠 뒤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면접 몇 시야?”

“오전 10시.”

“너 요즘 늦게 자잖아. 아침에 전화해줄까?”

다음 날 7시 30분에 전화가 온다.
안 받으니 또 온다.
세 번째에는 문자가 온다.

“깨어 있으면 점 하나라도 보내.”

돈은 안 보냈다.
대신 내가 면접에 못 갈 가능성을 끈질기게 줄이고 있었다.

내가 원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과,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니다.

힘들 때는 도움이 절실하다.
당장 돈이 필요하면 위로가 답답할 수도 있다.

“잘될 거야.”
고마운 말이다.
그런데 관리비 납부 화면에는 긍정적인 마음을 입력하는 칸이 없다.

그러니 실제로 돈을 빌려주고, 일을 소개하고, 함께 움직여준 사람의 도움은 크다.
그 고마움을 가볍게 볼 필요는 없다.

다만 그 방식으로 돕지 못한 사람을 모두 가짜로 분류하면, 남아 있는 마음까지 놓칠 수 있다.

어떤 친구는 이력서를 봐준다.
어떤 친구는 자기 회사 채용 공고를 보낸다.
어떤 친구는 특별히 해줄 말은 없지만 저녁 먹었냐고 묻는다.

셋 다 취업을 확정해주지는 못한다.
그래도 혼자 버티는 하루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명리에서 재성을 현실의 자원으로 연결하면 돈과 물건을 내어주는 도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성에서는 사정을 듣고 받아주는 마음을.
식상에서는 직접 손을 써서 해결할 것을 만들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겁의 함께 버티는 힘도 있다.
거창한 해결책은 없지만 연락을 끊지 않는다.
잘될 때만 친구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같은 걱정도 사람마다 꺼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한 가지 형태만 진심이라고 정하면 다른 도움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게 해석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형이 다 알아보고 있어.”
말은 크다.

일주일 뒤 물어보면.
“요즘 세상이 쉽지 않네.”

다음 주에도 물어보면.
“일단 네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지.”

처음에는 형이 알아본다고 했다.
결론에서는 내가 움직이지 않은 사람이 됐다.

마음의 크기를 말의 크기로만 재면, 가장 크게 약속한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이 된다.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는 따로 봐야 한다.
못 하는 일을 솔직하게 말하는지.
작게 약속했어도 지키는지.
내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의 저녁 안주로 쓰지는 않는지.

도움을 받았다고 모든 태도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돈을 빌려줬다는 이유로 내 선택을 전부 지시한다면, 고마움과 불편함을 함께 볼 수 있다.
도움 한 번이 평생의 결정권을 넘기는 계약은 아니니까.

또 상대가 얼마나 큰 희생을 했는지 시험할 필요도 없다.
잠을 못 자야 진심이고.
생활비를 털어줘야 우정이라면.
친구를 확인하려다가 친구 생활부터 망가뜨릴 수 있다.

시간이 있는 줄 알았던 친구도 나름 바쁠 수 있다.
돈이 많아 보여도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다를 수 있다.
내가 아는 형편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면접을 마치고 친구에게 연락한다.
“덕분에 안 늦었어.”

“잘 봤어?”

몇 가지 질문에서 막혔다고 이야기한다.
친구는 듣다가 말한다.
“그래도 갔잖아. 밥은 먹었고?”

예전 같으면 생각했을 것이다.
밥 먹었냐고만 하지 말고 돈을 빌려주지.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빌려줄 돈은 없어도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계속 궁금한 사람이구나.

물론 관리비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친구의 마음을 알아봤다고 통장 잔고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도 친구까지 잃은 것으로 계산할 필요는 없었다.

며칠 뒤 두 번째 면접이 잡혔다.
시간을 알려주자 친구가 말한다.
“알람 맞춰. 이번에는 네가 일어나.”

조금 서운해질 뻔했다.
진짜 잠깐.

친구가 한 번 깨워줬다고, 평생 모닝콜 이용권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알람을 맞춘다.
혹시 몰라 하나 더 맞춘다.

친구에게 메시지가 온다.
“일어났는지만 알려줘.”

마음은 있는데.
계약직 알람으로 채용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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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 내 사주로

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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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3
  • 룰루·

    고맙습니다.

  • 망고젤리·

    감사합니다

  • 키네시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