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마음은 신혼인데, 몸은 체크아웃했다
오랜만에 둘이 호텔을 예약했다.
아이도 맡겼다.
저녁도 예약했다.
배우자가 묻는다.
“왜 갑자기 이렇게 적극적이야?”
웃으면서 대답한다.
“오늘은 일찍 자면 안 되지.”
출발할 때까지는 자신 있었다.
운전 3시간.
체크인 줄 30분.
방에 짐을 놓으니 오후 5시다.
“나 잠깐만 누울게.”
눈을 뜨니 배우자가 커튼을 열고 있다.
“조식 끝나기 전에 내려가자.”
분명 어른들의 밤을 계획했다.
어른답게 그 동안 쌓인 피로를 인정하는 밤이 됐다.
하고 싶은 마음과, 지금 할 수 있는 상태는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둘을 자주 묶는다.
말이 적극적이면 체력도 좋아 질 것 같다.
자주 관심을 보이면 언제든 가능할 것 같다.
반대로 조용하면 별로 관심이 없는 줄 안다.
평소에는 농담도 잘하고.
분위기도 먼저 잡고.
주말만 기다리던 사람이 있다.
정작 주말이 오면 누워 있다.
기회가 없어서 못 쉬던 사람이었는지
그냥 말만 하는 사람인지 헷갈린다.
본인도 억울하다.
마음은 진짜였다.
예약할 때도 진심이었다.
상상도 했다. 와이프 줄 야한 속옷도 샀다. 개봉도 못했지만,
카드 결제도 진짜였다. 돈을 썼다.
몸만 사전에 동의한 적이 없다.
과연 중요한 시기에 파업을 했다.
상대는 서운해질 수 있다.
“나한테 이제 마음이 없나?”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휴대폰 볼 힘은 있잖아.”
"평소에 몰래 야동 보던데..."
휴대폰을 쥘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 밤 모든 일정의 수행 가능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엄지손가락만 출근한 날도 있다.
야동 본다고, 정력이 쎄지지는 않는다.
물론 피곤하다는 말이 반복되면 이야기는 나눠봐야 한다.
다만 그날 잠들었다는 사실 하나로 사랑의 양까지 계산하면, 아침부터 해명할 일이 생긴다.
잘 잤다.
이제 왜 잘 잤는지 설명해야 한다.
자존심에 좀 금이 가서, 예민해진다.
화부터 내볼까? 화내면 넘어가려나?
명리에서도 욕망이 드러나는 방식과 그것을 감당하는 바탕은 구분해서 살핀다.
마음이 빨리 움직이는지.
표현이 먼저 나오는지.
즐기는 여유가 있는지.
소모를 감당하고 다시 채울 조건이 있는지.
식상의 표현이 활발한 장면이라면 하고 싶은 말이 먼저 나올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진짜.”
“이번에는 제대로 놀자.”
그런데 말하는 순간에는 아직 이번 주 야근을 안 했다.
금요일의 몸상태는 생각 안하고 월요일의 입이 미리 예약해놓은 것이다.
반대로 편인의 생각이 누림에 끼어드는 장면도 떠올릴 수 있다.
분위기는 괜찮다.
상대도 좋다.
그런데 머릿속에 질문이 뜬다.
아까 그 말은 무슨 뜻이었지?
지금 내 표정이 이상한가?
내일 체크아웃 몇 시지?
몸은 호텔에 왔는데 생각은 아직 회의 중이다. 달아오르지 못한다. 욕망이 이성에게 계속 진다. 베겟닛의 무늬를 보다가, 무늬를 세고 있다. 얼굴 표정을 보다가 어제 싸운 것, 작년에 상대방이 잘못한것, 전생의 기억까지 소환한다.
표현이 크다고 감당할 힘까지 큰 것은 아니고, 생각이 많다고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사주에 수가 몇 개 있는지 세어 성기능 점수를 매길 수는 없다.
도화가 있다고 체력까지 보증되는 것도 아니다.
눈길을 끄는 것, 마음이 움직이는 것, 실제 몸의 상태는 나누어 볼 일이다.
“나는 수가 많아서 괜찮아.”
그 말로 어젯밤 부족했던 잠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팔자에 물이 많다고 호텔 생수까지 안 마시는 것은 아니잖아.
또, 물 마신다고 정력이 좋아지면, 물은 늘 품절이고, 구하기 어려운 고가 제품이어야 한다.
또 하나 헷갈리는 것이 있다.
상대와 즐겁고 싶은 것인지, 내가 아직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인지다.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과장해서 한다.
듣다 보니 괜히 경쟁심이 생긴다.
내가 더 오래할 수 있는데...
내가 허리 더 좋은데...
집에 와서 갑자기 의욕적이다.
배우자는 이유를 모른다.
본인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작은 친구에게 지기 싫었던 것일 수 있다.
겁재의 경쟁이 이런 쪽으로 붙으면 둘이 보내는 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심사위원이 들어온다.
상대는 편하게 있고 싶다.
이쪽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
휴대폰 메모를 열어서, "오늘 18분12초함. 신기록" 기록한다.
회사에 가서는 엑셀로 정리한다.
휴대폰 캘린더에, "기념일" 등록을 한다.
누가 보면 올림픽 기록이라도 달성한 줄 안다.
누가 시상한다고 했나.
침대 옆에 금메달 걸어줄 사람도 없는데.
좋은 시간을 보내는 데 매번 대단한 결과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둘 다 원하는지.
편안한지.
지금은 쉬고 싶은지.
그것부터 맞출 수 있다.
한쪽의 의욕이 다른 쪽의 의무가 되면, 둘이 쉬러 온 곳에서도 근무가 시작된다. 물론 의무 방어전 .. 이런 단어를 봐라. 그거 야근이고, 초과 근무지. 수당이 있다면, 그래도 손해는 덜 본다.
때론 사전에 정력 강화 음식으로 강제 근무 명령서가 전달되기도 한다.
사랑받는다는 느낌보다 오늘도 요구사항이 있다는 느낌이 남을 수 있다.
옆사람이 샤워하면, 얼른 수면제를 섭취한다.
처음의 부부는 조식을 먹는다.
푹 잔 사람은 밥도 잘 먹는다.
배우자가 쳐다본다.
“아주 잘 쉬셨네.”
조금 민망해서 말한다.
“다음에는 내가 진짜…….”
말하다 멈춘다. 생각났다. 나는 19세의 내가 아니야.
또 미래의 몸을 담보로 약속할 뻔했다.
대신 묻는다.
“다음에는 가까운 데로 올까? 운전 덜 하게.”
배우자가 커피를 마시며 대답한다.
“그래. 그리고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날 가장 확실하게 확인한 능력은 따로 있었다.
집에서는 자꾸 깨던 사람이, 비싼 침대에서는 한 번도 안 깨더라.
집에 가면 침대부터 바꿔야 겠다. 혹시 알아? 허리가 강해질지?
숙박비가 아깝지는 않았다.
잘자는게 보약이란 말을 알겠다.
또 약속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