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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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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기분이 오늘의 일정표가 되었다

주말 아침, 한 사람이 말없이 냉장고 문을 닫는다.

조금 세게 닫은 것 같다.

배우자가 눈치를 본다.
어제 무슨 말을 잘못했나.
아침을 늦게 차렸나.
오늘 나가기로 한 것이 싫은가.

“무슨 일 있어?”

“없어.”

없다고 했는데 없는 표정은 아니다.

책을 읽으려고 앉았지만 같은 줄을 세 번 읽는다.
상대가 한숨을 쉬자 다시 고개를 든다.

아침부터 아무 일도 안 한 것 같은데 벌써 피곤하다.
배우자의 표정을 해석하느라 오전을 썼다.

이런 관계에서는 작은 불만도 크게 들린다.

“국이 좀 짜네.”

소금을 얼마나 넣었는지 설명한다.
물을 더 넣겠다고 한다.
다른 반찬을 꺼낸다.

그런데 말이 이어진다.

“당신은 늘 대충 하잖아.”

이제 국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 생활 전체의 성실성을 증명해야 한다.

어제 청소한 것.
지난주에 처리한 일.
그동안 얼마나 신경 썼는지.

국 하나 끓였는데 경력기술서를 제출하고 있다.

불편한 점을 말하는 것과, 상대를 계속 평가받는 자리에 세우는 것은 다르다.

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에는 간을 줄여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음식에서 시작해 성격으로 넘어가고, 반박하면 말투를 문제 삼고, 설명하면 변명이라고 한다면 대화가 끝날 자리가 없다.

잘 설명하면 이해해줄 것 같아서 계속 말한다.
그런데 설명할수록 심사할 항목만 늘어난다.

명리에서 관성(官星)은 기준과 책임의 작용으로 읽는다.

함께 사는 데도 기준은 필요하다.
생활비를 어떻게 쓸지.
집안일을 누가 맡을지.
약속이 바뀌면 언제 알려줄지.

그런데 기준을 한 사람만 정하고, 다른 사람만 계속 검사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관살의 작용도 제어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좋다고 끝내지 않는다. 일간이 감당할 정도인지, 지나친 압박이 되는지 살핀다.

관계에서도 기준이 생활을 정리하는가, 한 사람을 계속 위축시키는가를 보아야 한다.

배우자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과 배우자의 모든 기분을 책임지는 것은 같지 않다.

물론 무조건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응.”
“그래.”
“알았어.”

일부러 대답을 끊고 상대가 더 화나는 것을 기다리면, 이번에는 침묵으로 싸우는 것이다.
말만 안 했지 서로에게 아주 집중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상대를 약 올리는 기술보다, 어디까지 대화할지 정하는 일이다.

“국이 짠 건 조절할게. 그런데 내가 늘 대충 산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싶지는 않아.”

그다음에도 인신공격이 이어진다면 말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는 더 이야기하지 않을게. 필요한 이야기는 서로 진정한 뒤에 하자.”

공동으로 처리할 일은 남겨두되, 자기 인격을 계속 변호하는 자리에서는 빠져나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따라가서 기분을 풀어줘야 하나.
내가 너무 매정한가.
이대로 두면 하루 종일 저럴 텐데.

그래서 또 차를 타주고, 농담을 하고, 먼저 사과한다.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다만 매번 같은 사람만 관계를 복구하고 있다면, 화해한 것인지 상대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근무한 것인지 볼 필요는 있다.

이때 자기 생활이 중요해진다.

약속한 운동에 간다.
미뤄둔 일을 한다.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면 다녀온다.

상대가 불안해하도록 일부러 즐거운 척하라는 것이 아니다.
원래 내 하루에도 할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상대가 말이 없다는 이유로 그 일정까지 전부 취소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우리도 돌아봐야 한다.

피곤해서 말이 없을 수는 있다.
그렇다면 “오늘 좀 지쳤어. 당신 때문은 아니야”라고 알려줄 수도 있다.

가족이라고 내 표정을 실시간으로 번역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주말 오후, 배우자가 다시 묻는다.

“아직도 기분 안 좋아?”

이번에도 대답은 짧다.

“그냥 좀 그래.”

예전 같으면 옆에 앉아 이유를 찾아냈을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하고 싶어지면 말해줘. 나는 아까 읽던 책 좀 볼게.”

책을 펼친다.
여전히 상대의 움직임이 신경 쓰인다.
갑자기 아무렇지 않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냉장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그 소리만으로 읽던 책까지 덮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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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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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2
  • 사랑뽀·

    남편한테 차를 빌려줬더니 너무 지저분하게 써서 화가 엄청났지만 감정은 최대한 꾹꾹 누르고 세차 좀 해달라고 말했네요ㅜ!ㅎㅎ 예전같으면 짜증내거나 입 꾹 닫았을텐데 그래봤자 상대방은 원인을 모를테고 서로를 위해서도 앞으로는 저도 즉각적인 감정 표출보다는 상대방에게 원하는걸 말하려구요!!ㅎ

  • 익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