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메뉴를 물었는데, 생활 태도를 지적받았다
퇴근길에 배우자에게 전화한다.
“오늘은 그냥 시켜 먹을까?”
집에 반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꺼내고, 데우고, 먹은 뒤 치울 생각을 하니 귀찮다.
그런데 대답이 날카롭다.
“지난주에도 시켜 먹었잖아.”
안다.
지난주에 먹은 것을 벌써 잊었겠나.
“오늘 너무 피곤해서 그래.”
“나도 피곤해. 그래도 아껴야지.”
저녁을 어떻게 먹을지 물었는데, 누가 더 참고 사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한쪽은 생각한다.
몇만 원도 마음대로 못 쓰나.
다른 쪽은 생각한다.
그 몇만 원이 모여서 매달 부족한 것 아닌가.
이럴 때 서로를 쉽게 판단한다.
한 사람은 돈만 아는 사람이 되고.
다른 사람은 형편을 모르는 사람이 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간을 보고 있을 수 있다.
한쪽은 오늘 저녁을 좀 편하게 보내고 싶다.
다른 쪽은 다음 주 카드 결제일을 보고 있다.
오늘을 버틸 여유와, 다음 달을 버틸 여유가 부딪히는 것이다.
돈이 모든 부부싸움의 원인은 아니다.
돈이 있어도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있고.
경제 사정과 별개로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도 있다.
다만 여유가 줄면 평소에는 넘길 수 있었던 일까지 협의해야 한다.
즉 협의할 내용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택시를 탈까.
낡은 신발을 바꿀까.
이번 주말에는 밖에서 먹을까.
생활의 작은 선택마다 허락받거나 변명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것도 못 해?”
“그것까지 해야 해?”
둘 다 지쳐 있다.
명리에서 재생관살(財生官殺)을 볼 때도 재물을 돈의 크기로만 읽으면 이런 모습을 놓친다.
재를 다루면서 따라오는 책임과 압박도 함께 살펴야 한다.
집을 샀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마련했다.
분명 얻은 것이 있다.
그런데 매달 유지해야 할 비용도 생겼다.
수입이 줄어도 나가는 돈은 그대로일 수 있다.
그래서 재가 생겼다는 것과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래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다.
외부에서는 판단이 어렵다.
일간이 어느 정도를 감당하며 무엇이 받쳐주는지, 운에서 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보는 이유다.
남에게는 집도 있고 부족할 것 없는 가족처럼 보인다.
당사자는 배달 앱의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울지 말지 고민한다.
집값과 오늘 저녁에 쓸 수 있는 돈은 다른 숫자니까.
이때 “서로 배려하세요”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배려해서 이번에는 참았다.
다음에도 참았다.
그런데 사정은 그대로다.
그러면 나중에는 상대가 부탁하는 순간부터 짜증이 난다.
또 내가 포기해야 할 것 같아서다.
성격 차이를 이야기 하기 전에 무엇이 부족한지 같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달에만 유난히 지출이 많았는가.
매달 필요한 비용이 수입보다 큰가.
한 사람만 돈 사정을 알고, 다른 사람에게는 쓰지 말라는 말만 하고 있는가.
각각 다르게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돈 관리를 맡았다는 이유로 혼자 걱정하고 혼자 단속하면 관계가 이상해지기 쉽다.
본인은 가족을 지키는 중이다.
상대는 매번 혼나는 중이다.
반대로 사정을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돈 이야기 좀 그만해”라고 하면, 한 사람에게 걱정까지 전부 맡기는 셈이다.
같이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같이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숫자를 펼친다고 바로 수입이 늘지는 않는다.
확인하고 나니 더 답답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대의 거절을 전부 인색함으로, 상대의 부탁을 전부 낭비로 듣는 일은 줄일 수 있다.
처음의 두 사람이 다시 이야기한다.
“배달비가 부담되면 집에 있는 것 먹자. 대신 오늘 준비랑 설거지는 당신이 해줄래?”
잠깐 조용하다.
아끼자는 말에는 동의했는데, 본인도 움직여야 한다.
냉장고를 연다.
있는 반찬을 꺼내고 계란을 부친다.
훌륭한 저녁은 아니다.
이번 달 사정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이 돈을 아끼자고 말하고, 다른 사람만 몸을 쓰는 저녁은 아니게 됐다.
돈이 부족하면 선택이 줄어든다.
그래서 가정에 있어서, 돈은 아주 중요하다.
다른 이유로 헤어지는 것 같지만, 돈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돈이 최고란 이야기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직시 하란 이야기다.
최소한 뭐가 문제인지 알면,
판단을 이상하게 내리지는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