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을 본다? 그 의미는?
"점 좀 보러 가야겠다."
이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어디 가서 뭘 하겠다는 건가. 사주를 보겠다는 건가, 타로를 뽑겠다는 건가, 주역점을 치겠다는 건가, 별자리를 보겠다는 건가. 이것들이 전부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내과와 외과와 안과를 전부 "병원"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틀린 말은 아닌데, 정확한 말도 아니다.
동양의 술수(術數)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점(占), 명(命), 성(星). 이 셋은 하는 일이 전혀 다르다. 목적도 다르고, 도구도 다르고, 읽어내는 대상도 다르다.
먼저 점(占)이 뭔지부터 보자.
점은 특정한 순간의 기운을 읽는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서, 이 질문을 품은 바로 이 순간에, 시공간의 에너지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 그걸 읽어내는 행위다.
주역점(周易占)을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시초(蓍草) 50개비를 나누고 세고 걸치는 과정을 열여덟 번 반복해서 괘(卦)를 하나 뽑아낸다. 아니면 동전 세 개를 여섯 번 던진다. 그러면 64괘 중 하나가 나오고, 거기에 달린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읽어서 길흉을 판단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 괘가 "나"를 읽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이 질문을 품고, 이 시각에, 이 장소에서 시초를 나누거나 동전을 던졌을 때 나타난 "이 순간의 에너지 배열"을 읽은 것이다. 같은 사람이 내일 같은 질문을 해도 다른 괘가 나올 수 있다. 시간이 다르니까. 기운의 배열이 달라졌으니까.
육효(六爻)도 마찬가지다. 동전을 던져서 괘를 뽑고, 거기에 천간과 지지를 배당하고, 육친(六親)과 육신(六神)을 붙여서 구체적인 상황을 읽어낸다. 매화역수(梅花易數)는 한 술 더 떠서, 동전조차 안 던진다. 눈앞에 보이는 숫자, 사물, 소리, 움직임에서 바로 괘를 끌어낸다. 새 두 마리가 나뭇가지 위에서 싸우는 걸 보고 괘를 잡는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이 곧 그 시공간의 기운이라는 뜻이다.
점의 본질은 이거다. "지금 이 순간, 우주가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배열을 보여주고 있는가." 그래서 점은 질문이 있어야 한다. 질문 없이 치는 점은 없다. "이 사업을 시작해도 되는가", "이 사람을 믿어도 되는가", "이번 일은 어떻게 풀리는가". 구체적인 질문이 있고, 그 질문을 품은 순간의 에너지를 괘로 포착하는 것이 점이다.
그래서 점은 괘가 전부란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내가 갑자기 궁금한 그 순간에 뽑는것이 중요하다. 물론 해석도 중요하다.
그러면 명(命)은 뭔가.
명은 사람의 타고난 에너지 구조를 읽는 것이다. 태어난 해, 달, 날, 시각. 이 네 기둥의 간지(干支)가 만들어내는 배합을 분석해서, 이 사람이 어떤 그릇인지, 어떤 시기에 어떤 일이 벌어지기 쉬운지를 판단한다. 이것이 사주명리(四柱命理)다.
점과의 차이가 뚜렷하다. 점은 "이 순간"을 읽고, 명은 "이 사람"을 읽는다. 점은 질문이 바뀌면 답이 바뀌지만, 명은 태어난 순간이 정해져 있으니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1990년 3월 15일 오전 7시에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오늘 봐도 내년에 봐도 같다. 바뀌는 건 대운(大運)과 세운(歲運)이다. 타고난 구조 위에 시간의 흐름이 겹쳐지면서 좋은 시기와 나쁜 시기가 번갈아 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점은 오늘 날씨를 보는 것이고, 명은 그 지역의 기후를 보는 것이다. 오늘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는 날씨(점)를 봐야 알고, 이 지역이 원래 비가 많은 곳인지 건조한 곳인지는 기후(명)를 봐야 안다. 같은 하늘을 보지만 읽어내는 차원이 다르다.
자미두수(紫微斗數)도 명 계열이다. 태어난 시간을 기반으로 명반(命盤)을 만들고, 12개의 궁(宮)에 별을 배치해서 삶의 각 영역을 읽는다. 사주명리와 도구는 다르지만, "태어난 순간의 에너지 구조로 사람을 읽는다"는 점에서 같은 계열이다.
그러면 성(星)은 뭔가.
성은 하늘에 떠 있는 실제 천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읽는 것이다. 서양 점성술(Western Astrology)이 대표적이다. 태어난 순간에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하늘의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를 본다. 황도(黃道) 12궁에 각 행성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었는지, 행성끼리 어떤 각도(Aspect)를 이루고 있었는지를 분석한다.
명 계열과 비슷해 보인다. 둘 다 태어난 시간을 쓰니까.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명리학은 간지(干支)라는 추상적인 부호 체계를 쓴다. 갑(甲), 을(乙), 자(子), 축(丑). 이것들은 하늘에 실제로 떠 있는 별이 아니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운을 부호로 표현한 것이다. 반면 점성술은 실제 천체의 물리적 위치를 쓴다. 화성이 양자리에 있다, 금성이 천칭자리에 있다, 이런 식이다. 실제 하늘을 본다.
동양에도 성 계열이 있다. 칠정사여(七政四餘)가 그것이다. 일곱 개의 천체(해,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와 네 개의 가상점(나후, 계도, 자기, 월패)의 위치를 28수(宿)에 배치해서 읽는 술수다. 과로성종(果老星宗)도 같은 계열이다. 이것들은 서양 점성술과 마찬가지로 실제 천체의 위치를 쓴다. 명리학의 간지 체계와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정리하면 이렇다.
점(占)은 "이 순간"을 읽는다. 괘를 뽑아서 지금 여기의 에너지 배열을 포착한다. 질문이 있어야 하고, 시간이 바뀌면 답도 바뀐다.
배우는 난이도는 꽤 높다. 괘를 뽑는건 아주 쉽지만, 해석 능력은 다방면의 능력이 중요하다. 촉만 중요한게 아니라, 지혜, 경험치, 지식이 동시에 풍부해야 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자기가 가진 지식에 묶여서는 안된다. 즉 상식을 타파해야 한다. 그래서 규칙이 중요한 사람들은 점술 계열에 약하다. 사실 타로도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명(命)은 "이 사람"을 읽는다. 태어난 순간의 간지 배합으로 타고난 구조를 분석한다. 질문이 없어도 된다. 사주가 곧 정보다. 배우는 각도에서 사주는 입문은 쉬운데, 중수도 가기 쉽지 않다. 자기들이 고수라고 주장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수 이하다. 8글자로 수많은 것을 볼려고 하니 얼마나 힘들겠나? 사주는 종합 능력이 다 높아야 한다. 물론 촉이 좋아도 어느정도 맞추지만, 일관성이 떨어지고, 컨디션에 따라서 막 널 뛴다. 공부해야 할 지식도 방대한데, 그것을 응용하는 것은 더 어렵다. 상대적으로 자미두수는 좀 쉬운 편이다. 이 칸에 뭐가 있으면 뭐다. 그런것이 좀 더 명백하니, 사주보다 배우기 쉬운 편이다.
성(星)은 "이 하늘"을 읽는다. 실제 천체의 위치와 움직임으로 사람이나 시기를 판단한다. 태어난 순간의 별 배치가 출발점이다.
이건 좀 더 기계적이다. 배울것이 적지는 않지만, 그래도 확실성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배우기 용이한 편이다.
이 셋이 왜 뒤섞이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어에서 "점을 본다"는 말이 너무 넓게 쓰이기 때문이다. 사주를 봐도 "점 봤다"고 하고, 타로를 뽑아도 "점 봤다"고 하고, 별자리를 봐도 "점 봤다"고 한다. 편리하긴 한데, 이러다 보니 전부 같은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사주를 "보는" 것은 점을 "치는" 것이 아니다. 사주를 볼 때는 괘를 뽑지 않는다. 동전을 던지지도 않고, 시초를 나누지도 않는다. 태어난 시간을 만세력(萬歲曆)에서 찾아 간지를 적고, 그 배합을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 순간의 기운을 포착한다"는 점의 요소가 없다. 이미 정해진 구조를 읽는 것이니까.
그러면 왜 이 구분이 중요한가. 쓸데없이 따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질문의 종류에 따라 맞는 도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시기에 무엇이 오는가." 이건 명(命)에 물어야 한다. 사주나 자미두수의 영역이다.
"이 일을 지금 해도 되는가, 이번 거래는 성사되는가." 이건 점(占)에 물어야 한다. 주역점이나 육효의 영역이다. 지금 이 순간의 에너지가 이 일에 대해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봐야 하니까.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한 답은 "점"을 봐야 하는게 맞다. 그런데, 역술인에게 가서 점으로 볼것을 사주로 물어본다. 성패는 원래 사주의 영역이 아니다.
"이 사람과 나는 어떤 궁합인가, 성향이 어떻게 맞물리는가." 이건 성(星)이 강한 영역이다. 서양 점성술이 인간 관계와 성향 분석에서 유난히 세밀한 이유가 있다.
병원에 가서 "내가 아픈곳 어딘지 알아서 봐주세요"라고 하면, 의사도 난감하다. 어디가 아픈지를 알아야 내과를 갈지 정형외과를 갈지 정해진다. 술수도 마찬가지다. 내 질문이 뭔지를 먼저 알아야 어디에 물을지가 정해진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 셋이 칼로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 사주를 보면서 특정 시기의 일을 물을 수도 있고, 점을 치면서 그 사람의 성격이 읽힐 수도 있다. 도구가 겹치는 영역이 있다. 그래도 출발점이 다르다는 건 알아두는 게 좋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묻고 있는 건지, "이 사람"을 묻고 있는 건지, "이 하늘"을 묻고 있는 건지. 그것만 구분해도 엉뚱한 데 가서 엉뚱한 답을 받는 일은 줄어든다.
다음에 누군가 "점 보러 간다"고 하면, 한번 물어봐도 좋겠다. 뭘 보러 가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