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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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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을 마음에 담지 않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다

누군가 한마디 던졌다. 비아냥이었을 수도 있고, 억울한 누명이었을 수도 있다.

그 말 자체의 파괴력은 사실 별것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말을 마음에 넣고 돌아와서 곱씹기 시작하면, 한 시간이 반나절이 되고, 반나절이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일 년이 된다. 그 한마디가 일 년 동안 자기를 갉아먹는다.

말한 사람은 이미 잊었다. 밥을 먹었는지조차 기억 못 한다. 그런데 들은 사람은 혼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웃고 넘기든, 한마디 쏘아붙이고 돌아서든, 방법은 각자 다르다. 핵심은 하나다. 그걸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다. 들고 다니는 순간, 그 한마디의 무게는 시간에 비례해서 늘어난다.

사람의 마음은 창고다. 그런데 이 창고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크기가 정해져 있다.

나쁜 일로 채우면 좋은 일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사소한 것으로 꽉 채우면 큰 것이 들어올 공간이 없다.

같은 하루를 사는데, 어떤 사람은 지쳐서 끌려다니고, 어떤 사람은 가뿐하게 돌아다닌다. 환경이 달라서가 아니다. 사건의 크기가 달라서도 아니다. 창고 안에 뭘 쌓아 두고 있느냐가 다를 뿐이다.

화난 일, 서운한 일, 억울한 일. 이것들을 전부 보관하면 창고는 금방 찬다. 그리고 채워진 창고에는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

명리학(命理學)에서 인성(印星)이 과하면 사람이 둔해진다고 본다. 안으로만 쌓이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다. 받아들이기만 하고 내보내지 못하는 사주의 특징이다.

마음의 창고도 같다. 넣기만 하고 빼지 않으면 탈이 난다.

남이 한 말을 넣고, 못된 짓을 넣고, 실패한 기억을 넣고, 배신당한 경험을 넣는다. 하나하나는 대단한 것이 아닌데, 쌓이면 무게가 된다. 그것도 빠지지 않는 무게.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배움은 날마다 보태는 것이고, 도(道)는 날마다 덜어내는 것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보태는 쪽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를 마음속에 넣는다. 문제는 덜어내는 쪽이다. 넣는 건 아무나 하지만, 비우는 건 아무나 못 한다.

마음이 가벼운 사람을 보면 대부분 사정이 좋아서가 아니다. 덜어내는 속도가 빠른 것이다. 쌓이기 전에 버린다. 무거워지기 전에 놓는다.

사람이 평생 겪는 일은 셀 수 없이 많다. 쓰고 달고 짜고 떫은 것들이 돌아가면서 온다. 그중에 나쁜 것만 골라서 마음에 넣어 두면, 마음은 점점 좁아진다.

가벼운 사람은 순풍에 돛단배처럼 산 사람이 아니다. 같은 비를 맞았는데, 젖은 옷을 벗을 줄 아는 사람이다. 옷이 젖은 채로 걸어가면 갈수록 무거워진다. 벗고 말리면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왜 이렇게 무겁냐고 한다.

명리학에서 식상(食傷)은 밖으로 내보내는 기운이다. 식신(食神)이든 상관(傷官)이든, 안에 있는 것을 바깥으로 꺼내는 작용을 한다.

나쁜 일을 담지 않는 사람은 이 식상의 기운을 잘 쓰는 사람이다. 안에서 맴돌기 전에 밖으로 꺼낸다. 말로든, 행동으로든,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든. 형태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같다. 안에 두지 않는다.

반대로, 인성(印星)만 강하고 식상이 약한 사람은 받아들이기만 하고 내보내지 못한다. 마음이 무겁고, 사소한 일에 오래 걸리고, 남의 한마디에 며칠을 앓는다. 창고에 넣기만 하고 문을 안 여는 것이다.

李白이 쫓겨난 뒤에 시를 썼다.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큰 바람이 파도를 가를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니, 구름 돛을 높이 걸고 넓은 바다를 건너리라는 뜻이다.

권력에서 밀려나고, 뜻을 펼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처지였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 처지를 마음에 쌓아 두지 않았다. 담지 않았기 때문에 시가 나왔다. 마음이 꽉 찬 사람에게서는 시가 나오지 않는다.

소식(蘇軾)도 마찬가지다. 세 번 유배를 갔는데, 유배지마다 맛집을 개발했다. 황주에서 동파육을 만들고, 혜주에서 양고기를 먹고, 해남도에서 굴을 구워 먹었다. 남들이 보면 유배가 아니라 미식 여행이다.

마음의 창고에 원망을 쌓을 자리에 고기 레시피를 넣은 것이다. 창고의 크기는 같다. 뭘 넣느냐가 달랐을 뿐이다.

나쁜 일을 안 담는 것은 둔해서가 아니다. 안 아파서도 아니다.

아프되, 그 아픔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다. 느끼되, 보관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성격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수양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팔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셋 다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지금 마음의 창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는가.

그중에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몇 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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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익힌 원리를 본인 명판에 직접 적용한 정밀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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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6
  • 키네시스·

    감사합니다.

  • 潤潤 (윤윤)·

    며칠전에 화나고 분한것, 또 표정관리가 안된 것 자체가 스스로 너무 부끄러웠는데; 그것보다 담아 두지않고 잘 비우고 좋은 것을 담는 연습을 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익명.·

    인성강한데 무식상이라 끊임없이 고민거리를 생성해내요. 병이지 싶네요. 그냥 떠오르는거라 없애기도 쉽진않네요.

  • 망고젤리·

    감사합니다

  • 슈퍼빔·

    감사합니다♡

  • 김주희·

    잘 잊어버리는게 때로는 좋네요 ㅎ 기억력이 안좋아 고생하는데 이런부분에 있어선 확실히 좋음ㅋㅋ